“무차별 살인, 광적 망상, 폭력 충동.
겹겹이 쌓이는 악의는 뫼비우스의 띠.
모든 것은 해부대로 돌아간다. 개구리 해부대로.”_시마다 소지
‘대반전의 제왕’ 나카야마 시치리가 선사하는 전율의 사이코 미스터리!
마지막 한 줄을 읽는 순간, 반드시 놀라게 될 것이다
과연 심신 상실자에게는 죄를 물을 수 없는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동시에 엽기적인 살인 수법, 소름 끼치는 범인상, 충격적인 반전으로 독자의 숨결까지 장악하는 사이코 미스터리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가 북로드에서 출간됐다.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는 놀랍게도 작가의 데뷔작이 될 뻔한 작품이다. 2009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최종 선고 때, 역시 그가 쓴 『안녕, 드뷔시』와 대상을 다툰 이야기는 유명하다. 당시 심사 위원들은 최종 선고에 두 작품이나 올리는 실력자가 거의 없으며 있다 해도 더 나은 한 작품만 남기는 것이 원칙이지만, 나카야마 시치리의 경우에는 도저히 같은 사람이 썼다고 여겨지지 않는 전혀 다른 작풍과 높은 완성도 때문에 이례적인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결국 수상작이 되지는 못했지만,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는 팬들의 뜨거운 요청으로 2011년 출간된 이래 나카야마 시치리의 대표작 중 하나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런 배경을 모르더라도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는 충분히 흥미롭다. 공명심에 불타는 건방진 신입 형사 고테가와를 따라, 마치 장난감 대신 시체를 가지고 노는 듯한 범인의 실체를 파헤치다 보면 어느새 ‘명불허전’이란 말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카야마 시치리의 이름을 반드시 주목해야 할 미스터리 작가 목록에 올리게 될 것이다.
“어린아이는 싫증 나거나 혼나지 않는 한
한번 마음에 든 놀이를 절대 그만두려 하지 않죠.”
날카로운 한기가 코를 찌르는 어느 겨울 아침, 쇠갈고리에 얼굴이 꿰뚫린 알몸의 여자 시체가 발견돼 모두를 경악하게 한다. 그런데 더욱 무시무시한 것은 그 옆에 남겨진 쪽지였다. 쪽지에는 마치 어린아이가 쓴 듯 삐뚤빼뚤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오늘 개구리를 잡았다. 상자에 넣어 이리저리 가지고 놀았지만 점점 싫증이 났다. 좋은 생각이 났다. 도롱이벌레 모양으로 만들어 보자. 입에 바늘을 꿰어 아주아주 높은 곳에 매달아 보자.
피해자의 신원은 곧바로 밝혀지지만 수사본부는 목격자도, 현장 감식 증거도, 그럴듯한 용의자도 찾아내지 못해 난감할 뿐이다. 게다가 시민들 반응이 여느 엽기 살인 사건과 전혀 다르다. 잔혹하게 훼손된 시체에서 꿈틀거리는 무엇, 그것은 마치 아이가 장난감 대신 시체를 가지고 논 듯한 이질적인 감각이었다. 유아성에 기인하는 순수한 잔인함은 유아만이 이해할 수 있다. 시민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감정에 불안해한다.
정신 의학계 중진의 의견까지 참고하며 열정적으로 수사하는 경찰을 비웃듯 살인마는 두 번째 살인을 저지른다. 언론은 폐차 압축기에 짓눌린 시체 사진을 신문 1면에 싣고, 범인에게 ‘개구리 남자’라는 이름까지 붙여 준다. 사람들 사이에 떠돌던 막연한 불안감은 이제 이름이란 윤곽을 얻고 극심한 공포로 변모한다.
도시 전체를 패닉으로 빠뜨린 개구리 남자의 정체는 과연 모두의 짐작처럼 정신 이상자일까?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이 무차별 살인을 막을 수 있을까? 경찰의 고민은 깊어져 가지만, 개구리 남자의 살인 게임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대담한 전개, 거친 파도와 같은 반전 공세
그 이면에 숨겨진 깊이 있는 테마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묘미는 후반 들어 휘몰아치는 대담한 전개와 복선을 기가 막히게 회수하는 충격적인 반전 공세, 그리고 흥미로운 캐릭터들에 있다. 참혹한 사건 현장에서 ‘범인이 배를 단칼에 찌르고서 그대로 허둥거리며 도주해 버리는 그런 깔끔한 시체’가 그립다고 말하는가 하면 과학 수사가 대세인 시대에 일선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의 직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파하기도 하는 와타세 반장도 눈길을 끌지만, 가장 정이 가는 캐릭터는 바로 어설픈 신입 형사 고테가와다.
고테가와는 유난히 모자란 인물을 잘 등장시키는 작가가 특히 사랑하는 캐릭터로,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를 시작으로 여러 작품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다. 하루빨리 공을 세워 승진하고 싶어 하고, 나설 자리 빠질 자리 구분 못 하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형사.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고난에 빠지고, 고민하고, 그러면서 점점 성숙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면 작가가 왜 이 캐릭터를 사랑하는지 저절로 알게 된다.
고테가와의 또 다른 역할은 바로 ‘심신 미약자의 법적 책임 능력’을 비롯한 여러 묵직한 테마를 독자가 조금 더 쉽게 이해하고, 조금 더 고민하게 만든다는 것에 있다. 고테가와를 따라 ‘대반전의 제왕’의 대표작답게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전개에 몸을 맡기고 작품에 푹 빠져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