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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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 수상작가 리처드 플래너건의 출세작 19세기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밀려온 ‘불한당들의 세계사’ ★ 2002년 영연방 작가상 (최고의 책 부문) ★ 2002년 오스트레일리아 문단 황금메달 ★ 2002년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주 문학상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오스트레일리아 작가 2014년 맨부커상 수상작가 리처드 플래너건 그를 세계문단에 알린 초기 대표작, 국내 초역! 2014년 맨부커상 수상작가이자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오스트레일리아 작가 리처드 플래너건의 초기 대표작 『굴드의 물고기 책』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윌리엄 뷜로 굴드라는 유형수 화가를 중심으로 19세기 영국 식민지이자 유형지였던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메이니아의 잔인한 현실과 몽환적 기억을 창조해낸, 기존의 역사에 반대하는 허구의 역사소설이자 실제 현실에 뿌리내린 환상소설이다. 작가는 실화와 허구를 겹치고 쪼개면서 역사와 허구의 경계를 능수능란하게 허물었다가 되살리기를 주고받는다. 이 작품은 2001년 출간 당시 ‘독창적이고 도발적이며 수상하고도 아름다운 소설’이라는 평을 받으며 오스트레일리아는 물론 영어권 문단 전체에서 화제를 불러모았다. 이듬해 플래너건은 이 작품으로 앨리스 먼로의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이언 매큐언의 『속죄』, 네이딘 고디머의 『픽업』 등 쟁쟁한 후보작들을 제치고 영연방 작가상(최고의 책 부문, Commonwealth Writers’ Prize: Best Book)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1800년대 영국의 유형지이자 식민지였던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메이니아 작은 섬으로 떠밀려온 불한당들의 건국 프로젝트 소설의 배경은 19세기 초 북반구 유럽에서 배로 반년을 가야 닿는 남반구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메이니아다. 영국에서 태어나 떠돌이 위조꾼으로 살아가던 윌리엄 뷜로 굴드는 영국 왕실 모독죄로 체포되어 징역 50여 년을 선고받고 오스트레일리아로 유배된다. 그는 화가이자 위조꾼, 살인자이자 무기수, 모리배이자 몽상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이 모든 존재이면서 그 무엇도 아닌 오인된 인물이다. 탈옥을 감행했다 20여 년 만에 다시 붙잡혀온 그는 이제 태즈메이니아 인근 세라섬이라는 유형지에 갇혀 모든 희망을 잃고 죽음만을 기다리며 지낸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구원 같은 과제가 주어진다. 태즈메이니아에 서식하는 물고기들을 그림으로 묘사해 본국으로 보내라는 것이다. 정식 화가는 아니지만 그림 재주로 먹고살았던 굴드는 솜씨를 발휘해 여러 물고기들을 하나씩 그려나간다. 다만 그림 작업을 하는 동안,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 한 가지를 몰래 진행한다. 이 감옥섬에서 일어나는 일을 글로 쓰는 것이다. 밤마다 물이 머리까지 차오르는 동굴 감옥에서 그는 사람의 피와 똥, 오징어의 먹물과 성게의 가시를 짓이겨 물고기 그림을 그리면서 이야기를 써나간다. 식민지 관리들이 미화하고 날조한 기록에 맞서 진짜 일어났던 흉포한 사건, 그 기적의 시간을. 이곳에는 영국 관리의 눈을 피해 나라를 세우려고 하는 스케일 큰 사기꾼 사령관이 있고, 죄수들의 재능과 노역을 착취해 자신의 이름을 드높이고자 하는 의사가 있으며, 유형지의 실제 모습 대신 자신의 이야기 재주에 취해 역사를 날조하는 서기가 있다. 또 마지막 남은 자유를 사수하기 위해 침략자들을 공격하는 토착민들이 있으며, 훔치고 베끼고 속여서 영국에서 오스트레일리아로 끌려온 유형수들이 있다. 폭력과 고문과 공포와 지루함으로 점철된, 허황된 건국의 꿈으로 들떠 있는 이 외딴 세계에서 굴드는 자신이 관찰한 인물들과 분위기를 태즈메이니아 물고기들에 입혀 그리기 시작한다. 그의 기록이 현대의 골동품 위조꾼의 눈앞에 곧장 쏟아지면서, 후세에 알려진 역사와 전혀 다른 암흑의 세계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좇는 사람들의 세계가, 몰락을 향해 치달았던 놀랍고 잔인한 시대가 펼쳐진다. 실화와 픽션이 포개지며 마법처럼 나타나는 전혀 새로운 세계 역사와 기억에 도전하는 허풍선이 이야기꾼의 진실 게임 누구의 기억이 진짜일까? 열두 점의 물고기 그림에 이야기를 덧댄, 또는 열두 장章의 이야기에 물고기 그림을 포갠 이 작품은 전부 허구인 것이 아니라 실존했던 영국 출신 유형수 화가 윌리엄 뷜로 굴드(1801~1853)와 그가 남긴 물고기 그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영국에서 태어난 윌리엄 뷜로 굴드는 위조를 일삼다 태즈메이니아로 유배된 화가로, 방종한 성격의 소유자였으며 알코올의존증과 가난에 시달리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태즈메이니아에 갇혀 사는 동안 그곳에 서식하는 물고기들을 그림으로 남겼는데, 이 물고기 화첩은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작가 리처드 플래너건은 사실적이면서도 인간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굴드의 물고기 그림에서 착상을 얻어와 상상력을 대담하게 발휘해 전혀 새로운 허구의 세계를 창조한다. 소설 속 굴드는 실존인물과 비슷하게 거리낌 없고 제멋대로인 성격의 소유자다. 이것이 작가가 가져온 실화의 전부이고 그 외의 모든 것은 작가가 창조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창작의 영역에 속하는 이 안티-역사-소설에서 실화와 픽션은 명료하게 구분되지 않고 묘하게 겹쳐진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독자는 눈앞에 펼쳐지는 잔인한 세계가 온전히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 정도는 진실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 때문에 소설 밖에서도 과거를 추측하며 마음 졸이게 된다. 진실과 거짓을 가르는 솜씨는 작품 내부에서도 발휘된다. 소설 속에서 유형수 윌리엄 뷜로 굴드는 후대에 알려지게 될 ‘사건들’의 기록을 전적으로 반박하며 실제로는 전혀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독자를 진실과 거짓, 기록과 기억 사이로 몰아넣으며 ‘역사’를 놓고 진실 게임을 벌인다. 우리가 굴드의 기록을 믿는다면, 음험하고 이상하고 정신나간 태즈메이니아라는 (당시에는 밴디먼스랜드라고 불렸던) 세계에는 엄연히 존재했지만 지워진 인물들과 기획들이 있다. 식민지 주민들과 죄수들이 영국 당국의 눈을 피해 자신들만의 나라를 건설하려고 하며, 그들이 본국에 보고한 편지는 모두 거짓이다. 그러나 이 진실을 믿기 위해서는 화자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굴드는 얼마나 믿을 만한 화자일까? 굴드의 기록과 관리들의 문건 중 무엇이 진실일까? 누구의 기억을 믿을 것인가? 그리고 어쩌면 가장 중요한 질문일 텐데―진실과 거짓을 가리고 도려내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 물음이 도착하는 곳은 기록을 금지당했던 피지배자들의 이야기, 침략과 건설과 무역이라는 기획 속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삶이다. 사람이 있었고 기억이 있었으되, 그것들은 전해지지 못하고 지워졌다는 것. 작가는 이들을 드러내 이야기하기 위해 남은 기록을 아스러뜨리는 일에서 시작한다. 남아 있는 기록 대부분은 지배했던 자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은 잉크 대신 피로 쓴 환상의 언어다. 사람이 물고기가 되어 사람을 관찰하고, 물고기가 사람이 되어 물고기를 그린다는 옛 이야기. 멀리 끌려와 고문을 당해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면 고향 물귀신을 본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공상 속에서 온갖 속사정과 진실이 펼쳐진다. 잊고만 싶었던 어둠의 세계를 환상의 언어로 되살림으로써. 이것이 이 작품이, 작가가 과거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오래전 남쪽 섬에서 추진했던 건국 프로젝트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굴드는 사형을 모면하고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이야기는 사람과 물고기, 예술과 자연을 넘나들며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밀어붙인다. 또한 허무맹랑함과 함께 내밀한 진실을 겹겹이 쌓아올리면서 독자들을 강렬하게 잡아끈다. 이렇듯 『굴드의 물고기 책』은 화려한 수상 경력으로 알려져 있던 플래너건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더없이 매력적인 작품으로 다가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