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듀나
2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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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이야기꾼이자 비평가 듀나가 안내하는 장르 세계 입덕 가이드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SF, 호러, 추리,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장르적 특성을 설명하고 작가와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을 이야기한다. 익히 알려진 거장의 작품에서부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작품까지, 각각의 장르가 어떤 식으로 발전하고 흘러왔으며 어떤 소용돌이를 거쳐 꿈틀대고 있는지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계보에 대한 해박한 지식, 작품의 상징성을 포착하는 통찰, 특유의 스나이퍼 발언이 주는 속 시원한 쾌감과 담백하고 건조한 문장 사이 드러나는 위트까지 모두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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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작하는 말 - 바다와 육지에서의 감동적인 사건들 장르물이란 무엇인가? 작은 소용돌이들의 세계 평범한 목소리들을 기억하기 무한 생성되는 우주들 이야기라는 게임 미스터리의 영토 냉정한 이성은 치솟는 광기 가까이에 구울족이 우글대는 위어의 숲에서 호러의 윤리학 모험이 놀이 기구가 될 때 휴고 건즈백의 유산 월드빌딩의 시대 팬덤의 역습 백인 남자들의 우주 한국어 사용자가 우주를 만든다는 것 팬덤 근본주의 아시모프는 도대체 왜 그랬을까? 포르노로서의 우주 영토로서의 역사 그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슈퍼히어로인 거지? 귀족주의의 함정 끝맺는 말 - 안개 저편에서 꿈틀거리는 것 듀나의 추천 리스트

출판사 제공 책 소개

탁월한 이야기꾼이자 비평가 듀나가 안내하는 장르 세계 입덕 가이드. SF, 호러, 추리,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장르적 특성을 설명하고 작가와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을 이야기한다. 익히 알려진 거장의 작품에서부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작품까지, 각각의 장르가 어떤 식으로 발전하고 흘러왔으며 어떤 소용돌이를 거쳐 꿈틀대고 있는지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계보에 대한 해박한 지식, 작품의 상징성을 포착하는 통찰, 특유의 스나이퍼 발언이 주는 속 시원한 쾌감과 담백하고 건조한 문장 사이 드러나는 위트까지 모두 만날 수 있다. 역시는 역시, 듀나는 듀나다. “듀나의 가이드라면 믿을 수 있다” - 이다혜 《씨네21》 기자 당신을 위한 단 하나의 입덕 가이드 “듀나 님, 이 정도 이야기로 우리가 좋아할 줄 알았다면 크나큰 오예입니다!” 2019년 봄, 또 하나의 문제작이 탄생했다. 독창적인 이야기꾼이자 ‘믿고 보는’ 평론가 듀나의 신작,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다.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SF, 판타지, 호러, 추리 등 장르 세계의 여러 지점을 거닐며 그 특징을 이야기하는 책인데요. 장르를 다루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쉽고 가벼운 접근이 돋보이고, 그간의 작업을 통해 특유의 세계관을 구축해온 듀나 작가의 관점과 개성을 엿볼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재미입니다.” 이 말을 다시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 안내서는 듀나가 처리했으니 안심하라구!” “현실도피 아니냐고요. 물론 맞습니다. 왜 다들 이걸 그렇게 부끄러워하는지 모르겠어요.” 저에게 허구의 이야기란 바다와 육지에서의 감동적인 사건들에 대한 것입니다. 전 이런 이야기가 제가 경험하지 못한 낯선 세계로 저를 데려다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야기꾼으로서 전 독자들에게 역시 같은 일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 현실도피가 아니냐고요. 물론 도피 맞습니다. 왜 다들 이걸 그렇게 부끄러워하는지 모르겠어요. 현실도피는 모든 예술, 아니 모든 문명의 시작입니다. 우리의 문명은 현실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이상한 사람들의 망상과 노력으로 만들어졌습니다. _‘시작하는 말’에서 인간이 온갖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감상하고, 전파하는 오조오억 개의 이유 중 하나는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이 세계가 아닌 어딘가를 상상하고 그곳의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마신 뒤에야, 우리는 다시 한번 이 세계로 돌아올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지금 이 세계에서 달아나고 싶은 당신을 위해 장르의 바다 위 어딘가에서 듀나가 전하는 이야기다. 찍먹 vs. 부먹, 양념 vs. 후라이드 그리고 장르물 vs. 비장르물? 찍먹 vs. 부먹, 양념 vs. 후라이드처럼 어떤 인류에게는 첨예한 주제인 ‘장르물 vs. 비장르물’ 논란, 즉 ‘장르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듀나는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교과서적인 답변을 하길 기대할 겁니다. 하지만 어쩌나요. 전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애당초부터 그런 답변이 가능하지 않거든요.” 그렇다면 도대체 듀나가 그리는 이야기 세계의 지도는 어떤 모습일까? ‘장르물’의 반대는 무엇일까요? 문학에서는 종종 ‘순문학’이 이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등장합니다. (…) 그런데 ‘순문학’이란 괴상한 단어죠. 아무도 ‘순음악’이나 ‘순미술’이란 말을 쓰지 않잖아요. ‘순수미술’ 같은 단어가 쓰이긴 하지만 그건 ‘실용미술’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순문학’과는 의미가 다릅니다. (…) 여러분은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레드벨벳의 <피카부>보다 더 중요한 음악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피카부>가, 음악이 아닌 것이 섞이거나 음악의 목표가 아닌 다른 것을 추구하는 불순한 무언가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아무리 줄을 세우고 등급을 매기려는 경향이 강해도 사람들은 싫어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음악을 음악 밖으로 밀어내지는 않습니다. (…) 하지만 문학에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이런 태도를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_본문 18쪽 듀나는 ‘장르물’이 왜 가치 있는 것인가를 증명하려 하기보다는 예술, 그중에서도 문학의 공고한 성벽을 세우고 ‘불순한 것’이 섞일까 두려워하는 파수꾼들의 노력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지금 이 세계에서 달아나고 싶어 하지만 눈 감지 않기에 드러나는 확고한 태도 뼈를 때리는 듀나 특유의 스나이퍼 매력이 폭발한다! 듀나는 그 자신이 현실에서 달아나고 싶은 욕망으로 다른 세계를 창조하는 탁월한 이야기꾼이면서도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세계에 눈감지 않기에 가능한 태도를 드러낸다. 아이작 아시모프나 어슐러 K. 르 귄처럼 장르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거장들이 만들어낸 우주에도 구멍이 있음을 이야기하거나,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작품 속에 자신들을 셀프 감금하는 팬덤의 낙후성을 지적하는 데에도 확고한 관점을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건 게센이나 해인 유니버스가 앞뒤가 안 맞는 곳이라는 게 아니라, 아무리 상상력이 풍부하고 도전적인 작가라고 해도 자신이 속한 문화와 시대의 망점과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그 사실을 아주 늦게야 깨닫거나 영영 깨닫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이런 사람(들)이 만든 세계는 기괴하게 뒤틀려 있고 구멍투성이이고 말이 안 됩니다.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정교하게 만들수록 더 문제가 커집니다. 그 정교한 논리 자체가 왜곡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죠. _본문 117쪽 <스타워즈>의 경쟁 상대이고 역사가 더 오래된 <스타트렉> 시리즈도 갈등이 많았습니다. 오리지널 <스타트렉> 시리즈는 당시의 기준에 따르면 엄청나게 진보적이었습니다. 흑인 여성과 아시아인과 러시아인 남성, 외계인과 지구인 혼혈 남성이 당연한 고정 멤버였고 미국 텔레비전 역사상 최초로 흑인과 백인의 키스 장면을 내보냈던 프로그램이었죠. 지금 와서 보면 여러모로 낡아 보이지만 진보를 향한 방향성은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설정 놀이를 하는 팬들은 시리즈의 방향성 대신 고정된 설정에 집착하게 됩니다. 함장이 여성이고 함교에 백인 남자가 한 명밖에 없었던 시리즈에 대한 반발이 얼마나 컸었는지. 그때를 생각하면 좀 이가 갈립니다. _본문 126쪽 시니컬한 태도 속에 숨은 장르, 아니 ‘이야기’에 대한 애정 담백하고 건조한 문장 사이 드러나는 위트 늘 새로워! 짜릿해! 최고야! 휴고상이 태어난 게 1953년. 그리고 1967년까지 이 상을 받은 여성 작가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1968년에 앤 맥카프리가 「용의 간택」으로 중편(Novella)상을, 1970년에 어슐러 K. 르 귄이 『어둠의 왼손』으로 장편상을 받음으로써 이 남탕의 흐름이 가까스로 깨졌어요. 그다음 여성 수상자가 나온 게 1974년이었는데, 수상자는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와 (또) 어슐러 K. 르 귄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시엔 다들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가 남자인 줄 알았지요. (…) 남자들만, 보다 정확히 말하면 ‘백인 이성애자 남자들’만 부글거리는 이 장르 세계는 매우 비정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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