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채식은 동물의 권리가 아닌 인간 윤리에 관한 문제다!
고양이 집사, 유기농 식품, 동물실험에 관심이 있는 당신이 꼭 읽어야 할 책
채식이나 동물 윤리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갖는 주제다. 철학자 토니 밀리건은 이 책에서 동물의 권리를 바탕으로 채식과 동물 윤리를 논의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윤리적 접근을 통해 이 문제들을 파헤친다. 채식주의자는 육식주의자보다 더 윤리적일까?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고기를 먹는 것은 모순일까? 고기를 먹는 사람이 동물실험에 반대할 수 있을까? 이 같은 질문들을 통해 저자는 우리가 육식과 채식에 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인간이 아닌 것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 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하게 한다.
1. 동물 윤리에 관한 가장 핵심적인 질문 7가지
- 이 책의 특징 1
SNS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강아지나 고양이 사진과 영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고양이집사, 댕댕이, 냥스타그램, 멍스타그램 같은 해시태그가 달린 콘텐츠 속 동물들은 무척 행복해 보인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이 눈에 띄고,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준 ‘캣맘’의 흔적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본성에 반하는 환경을 비판하며 동물원 폐지 운동이나 돌고래 자연 방류 운동을 벌이고, 살아 있는 산낙지를 먹는 것에 반대하는 등 반려동물만이 아닌 동물 일반에 대한 윤리 의식도 높아졌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동물 윤리에 대한 관심이 큰 지금도 식용으로 사용되는 동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공장식 축산업의 열악한 사육 환경과 잔혹한 도살 방식이 알려지고 많은 사람들이 그 문제의식에 공감했지만, 그들 대부분은 고기를 먹는 식사 관행을 여전히 고수한다. 채식주의 논변은 정말 강력하지만 그것이 ‘채식’이라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채식과 육식, 반려동물, 유기농 식품, 동물실험, 탄소 배출 등 동물 윤리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을 접하며 일상을 살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이 문제들을 진지하게 살펴보고 자신의 입장을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동물 문제에 대한 철학적 논의가 이루어진 이래 지금까지 줄곧 제기되는 7가지 핵심 질문을 담아 독자들을 고민에 빠뜨린다.
· 보편적 식습관으로 자리 잡은 육식을 거부할 수 있는가?
· 채식은 실제로 동물에게 이익이 되는가?
· 채식주의자는 욕구를 억제하고, 타협하지 않아야 하는가?
· 육식과 채식 중 더 친환경적인 식사가 있는가?
· 모든 사람이 채식주의자 되는 것은 가능한가?
· 반려동물과 가축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가?
· 동물실험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
저자 토니 밀리건은 이 같은 7가지 주제를 다루면서 ‘채식주의자는 육식주의자보다 더 윤리적일까?’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고기를 먹는 것은 모순일까?’ ‘고기를 먹는 사람이 동물실험에 반대할 수 있을까?’ ‘채식은 육식보다 친환경적인가?’ 등 우리가 일상에서 떠올릴 수 있는 친숙한 고민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가 육식과 채식에 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근본적으로 생각하게 한다.
당신이 윤리적으로 사육한 동물의 고기를 가끔 사 먹는 양심적인 육식주의자라고 가정해보자. 또한 당신이 어떻게 최선의 방식으로 당신의 사랑을 그려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반려동물을 사랑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당신이 동물실험에 대해서도 불편함을 느낀다고 가정해보자. 어느 날 저녁 당신이 그러한 실험에 관여하는 사람과 식사를 한다. 그들은 매우 유능한 과학자로, 실험실 조교이거나 대부분의 시간 동안 동물을 돌보는 관리자이다. 당신이 불편함을 드러내자 그들은 당신 접시에 담긴 내용물을 대충 훑어보고 나서는 웃으며 말한다. “당신은 육식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실험에 반대할 근거가 없는 것 아닐까요?” 그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이며, 육식 관행이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은 사람들이 거슬리는 실험 시스템에 관대한 태도를 취하는 데에 크게, 어쩌면 결정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듯이 보인다. 나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주장할 것이다.
- 〈7장 동물실험을 옹호할 수 있는가〉 중에서(211쪽)
《채식의 철학》의 원제는 ‘동물권을 넘어서(Beyond Animal Rights)’로, 채식은 단지 ‘동물의 권리’와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윤리’와 관련된 문제이므로 동물의 권리라는 개념을 넘어서서 더 폭넓게 생각해야 한다는 밀리건의 주장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밀리건은 동물과 채식의 문제에 관한 총 일곱 가지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동물과 채식의 문제를 다루는 책을 처음으로 읽는 독자의 경우 왜 하필이면 이와 같은 주제를 선택했는지 맥락을 가늠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의 주제는 동물 문제에 대한 철학적인 논의가 이루어진 이래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쟁점이 되었던 내용들이다. 아마도 동물 문제를 다룬 서적들에 관심을 가지고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동물 윤리에서의 가장 중요한 쟁점을 다루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 〈옮긴이의 글〉 중에서(256~257쪽)
2. 동물권 논쟁을 넘어, 일상으로 들어온 육식과 채식의 윤리학
- 이 책의 특징 2
흔히 윤리적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을 옹호하기 위해 ‘동물권(animal rights)’ 개념을 사용한다. 동물도 사람처럼 즐거움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도덕적 권리를 가진다는 말이다. ‘동물도 먹히지 않을 권리가 있다’ ‘동물을 고통스럽게 사육하는 공장식 축산업을 반대한다’ 같은 주장이 바로 동물권 개념으로부터 비롯된다. 1970년대에 피터 싱어(Peter Singer) 등 서구 철학자들로부터 시작된 동물권 논의는 동물의 윤리적 지위를 크게 증진시켰으나, 한편으로 채식이나 동물 윤리를 권리의 문제로만 협소화시킨 측면이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동물권 논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해악, 잔혹함, 관심, 야만성, 복지 등 다양한 윤리적 개념을 통해 채식과 동물 윤리 문제를 고찰한다. 이러한 저자의 입장을 윤리 다원주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권리 논쟁을 넘어서 더욱 풍부한 윤리적·사회적·문화적 논의를 가능하게 해준다. 예를 들어 저자는 수렵·채식인이나 소규모 자작농의 육식 관행이나 가난한 지역 사람들의 생존을 위한 육식 등을 옹호하면서도, 미국이나 영국 등 서구 국가 사람들이 고기를 먹는 것은 이와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한다. 또한 전통이나 공동체 의식에 따르는 육식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육식이 과연 그것에 필수 요소인지를 되묻는다. 저자가 권리 대신 제시하는 ‘이유들의 스펙트럼’은 가치관, 전통, 관행, 건강, 습관 등 다양한 원인으로 자신의 식생활을 이어가는 보통 사람들의 입장과 태도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존의 동물권 논의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 같은 논점들을 살펴보며 저자는 채식이 윤리적 문제인 동시에, 일상의 습관이나 인간이 다른 생물과 관계를 맺는 방식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나는 이처럼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실천에 관한 고찰 방식에 맞추어 글을 쓰고자 했으며, 실험의 대상이 되지 않을 권리나 먹히지 않을 권리 등 동물의 권리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어떤 강력한 논의에 호소하지 않으려 했다. 이는 내가 동물의 권리를 부정하기 때문이 아니라, 오직 혹은 주로 권리에 호소할 경우 많은 것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우리는 해악, 잔혹함, 관심, 야만성, 권위, 고통과 복지 등 훨씬 풍부한 윤리적 개념을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개념들은 인간 사이의 관계나 인간과 다른 동물의 관계를 확실하게 파악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어쩌다 사용되는 권리 개념과는 달리, 이들 중 일부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개념들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이들은 우리가 윤리적 행위의 주체로 살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