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시집 『한 잔의 붉은 거울』의 놀랍고 신기한, 끔찍하도록 적나라하고 처절하게 아름다운 세계는 현실의 무자비한 삭제로부터 시작한다. 상상력에 의한 부분 부분의 뒤집기, 비틀기, 비교하기가 아닌 전반적인 무(無)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듯하다. 그러나 현실이 없다면 언어도 없고, 이 시집도 이 시집의 세계도 없는 것. 결국 이 시집의 세계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로 기능한다. 현실을 그대로 비추는 평면거울이 아닌 수많은 프리즘으로 만들어진 만화경 같은 거울. 그리하여 이 시집을 통과하는 사람이나 사물은 온전한 하나의 유기체에서 낱낱이 분해되고 뒤섞여 완전히 새로운 개체로 다시 태어난다. 이 믹서 같은 시집이 만들어낸 새로운 종의 개체는 시인의 무의식과 우리의 다채로운 감각의 표정과 감정의 저 밑바닥에서 분출하는 언어가 만들어낸 것이다. 이 개체와 사랑에 빠질 것인가, 맛볼 것인가, 바라만 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