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아빠는 ‘사랑스러운 딸’을 두고 이사를 가 버렸다.”
3 빼기 1, 새로운 가족의 삶과 모습
일 년 전부터 집안 분위기는 칙칙하고 어둡게 달라졌다. 그리고 2주 전 엄마와 아빠는 렌코에게 ‘아빠가 이사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한다. 부모님은 렌코 탓이 아니라 엄마 아빠의 사정 때문에 헤어지는 것이라고 했지만 어느새 렌코도 ‘관계있는’ 일이 되어 버린다. 문패에서 사라진 아빠 이름, 집안일, 비어 있는 아빠 작업실 등 렌코 생활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온다.
아빠, 엄마, 렌코까지 3이었을 때는 몰랐던, 또는 잊고 있던 사실들을 엄마와 렌코는 2의 생활을 하면서 하나씩 발견하고 서로 알아 간다. 집안일을 분담하고 오코노미야키 위에 뿌린 마요네즈처럼 일상의 사사로운 일들을 겪으며 딸과 엄마는 조금씩 맞춰 나간다. 엄마와 렌코는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서로를 격려한다. 렌코는 태어날 때부터 당연히 ‘엄마’인 줄만 알았던 엄마 ‘나즈나’의 또 다른 모습과 마주하며 엄마가 아닌 여자로서의 삶을 이해하려 한다.
“있잖아, 엄마는 호시노가 되고 싶어. 왜냐하면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줄곧 호시노였고 호나였으니까. 진짜 나는 우루시바가 아니라 호시노야. 호시노가 우루시바를 했던 거지. 그래서 다시 호시노로 살아 보고 싶어.”
딸의 엄마, 남편의 아내로만 살아왔던 ‘나즈나’는 성을 선택하는 것부터 독립적인 삶을 시작한다.(일본은 결혼하면 아내가 보통 남편의 성을 따르기 때문에 이혼하면 성을 다시 선택할 수 있다.) 나즈나와 렌코는 엄마와 딸의 관계뿐만 아니라 독립된 자아로서 삶을 살아가려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전통적 가족의 의미를 넘어서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집이 두 개인 소녀는 이득일까, 손해일까?’
부모의 이혼을 지켜보고 생각하는 소녀의 성장기
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부모의 이혼은 오늘날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 되었다. 하지만 20년 전에 쓰여진 작품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남자=일, 여자=가정’이란 오래된 가족 내 사회적 규정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렌코와 엄마가 작성하는 계약서에 등장하는 가사 분담 문제는 사소하지만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담임선생님은 아무렇지 않게 ‘렌코는 여자니까 집안일 정도는 거뜬하지?’라든지, 미노루가 ‘너도 여자애였구나. 괜찮은 신부가 될 수도 있겠어.’라는 말에 렌코는 발끈한다. 렌코는 부모님의 이혼과 더불어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성의 역할에 맞서 편견을 극복하고자 한다. 처음 경험하는 ‘아빠라는 존재가 없는 생활’, ‘남편이란 존재가 없는 생활’을 렌코와 엄마는 서툴지만 계약서 작성을 통해 일상을 공유하면서 또 다른 성장을 거듭한다. 또한 렌코는 친구, 와코 언니, 누노히키 아저씨 등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면서 부모의 입장을 헤아리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과거―현재―미래’속에서 끊임없이 성장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이혼 뒤에 엄마 모습을 보면서 ‘엄마로서의 삶’이 아닌 ‘여성으로서의 삶’을 사는 엄마를 생각하고 이해하는 주인공 렌코의 정서적 성장이 눈에 띈다. 렌코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 부모님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와 아빠를 객관화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부모님에게도 성장기와 과거가 있었다는 사실을 느끼며 렌코도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끊임없이 자라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가족’ 속에서 느꼈던 소속감과 안정감에서 벗어나 렌코와 엄마, 아빠는 개인으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정신적으로 성숙한다.
작가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부모의 이혼에 따른 자녀의 현실과 심리적 감성을 밀도 있게 표현한다. 이 작품은 부모의 이혼으로 가족끼리 갈등하거나 아이의 눈물샘을 자극하지 않는다. 대신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고 솔직한 이야기로 독자들의 마음 깊숙하게 남는다.
『두 개의 집』은 1993년 쇼마이 신지 감독이 영화화했으며 칸 국제영화제에도 초대를 받아 큰 사랑을 받았다. 1990년 첫 출간되었고, 2013년 재출간되면서 렌코의 2013년 현재 이야기가 수록되었다. 부모의 이혼을 지켜보고, 3에서 2의 생활을 겪고, 생각하며 열두 살 소녀에서 어른이 된 렌코의 이야기는 시간이 흘러도 독자들에게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