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리얼리즘 만화 예술의 진수, 오세영이 남긴 시대의 걸작
<부자의 그림일기> 소장판 출간!
그림쟁이들의 영원한 스승, 걸출한 만화 장인 오세영 작품집 《부자의 그림일기》는 그간 만화 독자들이 꼭 소장하고 싶은 책, 가장 다시 보고 싶어 하는 만화로 손꼽혀 왔다.
거북이북스에서 만화가 오세영의 뛰어난 예술 세계를 기리고자 《부자의 그림일기》를 소장판으로 출간했다. 오세영 작품집 《부자의 그림일기》 소장판은 표제작 <부자의 그림일기>를 비롯하여 기존에 출간되었던 책의 열세 작품과 미 출간작 <고흐와 담배>, <14세 소녀의 봄>을 추가했다.
1986년 만화 잡지 <만화광장>에 단편 <탈바가지>로 데뷔한 오세영 작가는 이후 완성도 높은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여 만화계와 독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특히 1995년에 발표한 단편 <부자의 그림일기>는 뛰어난 그림, 효과적이면서 강렬하게 주제를 드러내는 연출, 짧은 작품에 함축적으로 담아낸 도시의 계층 분화와 부조리, 도시 빈민의 애환과 강한 생명력을 표현한 주제 의식으로 한국 리얼리즘 만화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이 책, 오세영 작품집 《부자의 그림일기》 소장판은 쉽게 만나기 어려운 큰 판형과 단단한 양장 제본으로 소장품으로서의 가치를 담았다. 화집으로서의 의미를 담은 큰 판형으로 오세영 작가가 펜과 붓으로 이룬 탁월한 만화 예술의 성취를 느낄 수 있도록 제작했다.
오세영 작가의 작품들은 한국 만화의 예술성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작가의 뛰어난 데생과 개성적인 인물 표현, 치열한 고증, 섬세한 연출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즐거움을 주었을 뿐 아니라, 후배 만화가들에게 큰 귀감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나 이제 오세영 작가의 신작을 볼 수는 없지만, 작가가 한국 만화의 위대한 유산으로 남겨 준 작품을 모은 《부자의 그림일기》를 통해 작가의 작품 세계를 현재진행형의 감동으로 만날 수 있다.
밤낮으로 습작하고, 방대한 자료를 검토하고, 만화 한 칸, 한 칸의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이던 완벽주의자이자 리얼리스트 오세영. 주인을 잃은 작업실의 책상 앞에 붙어 있는 메모에 남은 그의 흔적을 전한다.
오늘을 포기하는 것은 내일을 포기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그린다. 천천히 쉼 없이 그린다.
부득이한 일이 있더라도 손에서 종이와 펜을 놓지 않는다.
도망가지 않는다.
- 오세영
시대의 초상을 그린 만화가 오세영의 작품 세계를 만나다!
2016년 5월, 만화가 오세영의 별세라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신문사들은 일제히 기사를 쏟아냈다.
“뛰어난 문장력과 데생력으로 ‘만화가들의 선생님’으로 불린다”, “한국적 정서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가장 한국적인 화풍을 구사하는 작가”, “《토지》를 그릴 수 있는 유일한 작가”, “근·현대사의 풍경에 대한 한국적 묘사가 탁월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만화가의 사회적 역할과 참여에 적극적이었으며, 만화 작가 양성에도 힘써” 등의 내용을 실은 수십 개의 기사가 작가의 별세 소식을 알리며 만화가 오세영을 기렸다.
거북이북스에서는 오세영 작가의 예술 세계를 독자들에게 다시금 소개하고자 오세영 작품집 《부자의 그림일기》 소장판을 출간했다. 수록 작품 모두 한 칸, 한 칸에 혼신을 쏟은 그림,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날카로운 시선과 따뜻한 연민, 풍자와 비판을 담고 있다. 오세영 작가의 리얼리즘 미학과 높은 완성도의 저력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오세영 작가의 만화가 복간되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그의 만화는 만화사의 사료로서가 아니라 지금 현재의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으로서도 여전히 생생히 살아 있다. 한국의 근현대 역사 속 민중의 삶과, 사회의 다층적인 모순,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본성과, 사람들의 삶과 풍속이 담긴 오세영 작가의 작품은 펄떡이는 생명력으로 여전히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힘을 지닌다. <부자의 그림일기>를 비롯한 여러 작품들은 날이 갈수록 더욱 다양한 해석으로 층층의 의미를 쌓으며 독자들의 곁에 머물 것이다.
오세영 작가는 1986년 데뷔 이래로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였으나 작품의 수가 많지는 않다. 완벽주의자이자 리얼리스트인 그의 성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가 오랫동안 공을 들였던 한국 근현대 단편 소설의 만화화 작업만 보아도 그의 완벽주의 성향을 엿볼 수 있다. 당대의 의복과 살림, 건축과 풍경까지 치밀하게 연구하고 고증하는 한편, 인물 또한 그가 해석한 작품 속 인물상을 표현하는 단 한사람으로서 형상화되어 있다. 원작 소설을 충실하게 살리는 각색, 그림과 연출을 통해 보이는 그의 절묘한 해석은 독자로 하여금 소설 속 인물들이 펄펄 살아 움직이며 가슴 속으로 뛰어 들어오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이 책 《부자의 그림일기》에 실린 작품 중 <말>, <투계>, <복덕방> 같은 작품이 그러하다.
또한 《부자의 그림일기》에 실린 단편 <고흐와 담배>, <14세 소녀의 봄>, <고샅을 지키는 아이>, <탈출>, <낡은 쇠가죽 쌈지 속의 비밀>, <최루>, <목론>, <땅꾼 형제의 꿈>, <부자의 그림일기>, <김 노인 경행록>, , <불> 같은 작품 역시 높은 완성도와 파격적인 연출, 다양한 실험적 시도가 빛난다.
《부자의 그림일기》 소장판은 1988년 작 <불>에서부터 2008년 작<고흐와 담배>, 2014년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 출품작 <14세 소녀의 봄> 이르기까지 오세영 만화 세계의 자취를 살펴보는 즐거운 경험을 선사한다.
1988년 작 <불>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돼지의 접붙이는 장면 묘사는 이미 그가 완성형의 작가로 등장하였음을 짐작케 한다. 어린 시절 추억담인 듯 보였던 이야기가 인간의 폭력적이고 괴물 같은 속성을 드러내는 이야기로 마지막 반전을 이룰 때는 전율마저 솟는다.
에서는 1980년 5월 광주가 한 청년에게 남긴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말하고 있다. 그림은 그림대로 이야기를 펼쳐가고, 지문의 대화는 대화대로 이야기를 펼쳐가는 독특한 구조로 엮어낸 솜씨가 일품이다.
그런가 하면 <김 노인 경행록>에서는 고물과 폐품을 수집하는 사내가 우연히 주운 낡은 서첩 속 이야기가 옛 문체와 그림으로 표현된다. 한 노인의 삶을 통해 그 세대의 삶을 드러내고 마지막 장면에서 일없이 벤치에 앉아 있는 현재의 노인 모습으로 마무리하는 연출이 긴 여운을 남긴다.
이렇게 초창기부터 완성도 높은 작품을 발표한 오세영 작가는 <땅꾼 형제의 꿈>으로 한탕주의가 불러온 비극을 표현하는가 하면, <목론>과 <탈출> 같은 작품으로 그림과 칸 연출의 힘만으로 작품의 메시지를 풍부하게 전달하는 실험을 하기도 한다. <최루>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시대의 아픔과 그 속에서 헤매는 주인공이 겪는 아이러니를 그리고, <낡은 쇠가죽 쌈지 속의 비밀>을 통해 분단의 비극과 고통을 형상화했다.
<고샅을 지키는 아이>는 오세영 작가가 펜뿐만 아니라 모필을 능란하게 다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이촌향도가 두드러지던 시기의 한 시골 마을에 남은 가족의 이야기로 고즈넉하면서도 쓸쓸한 정취를 그려냈다. 특히 아이가 혼자 집을 보는 장면에 흐르는 시적인 지문과 여백을 충분히 살린 구도, 영상 장면과도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