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아무도 잘못한 게 없으나 누구나 외로울 것이다 정다운 시인의 두 번째 신작 시집 <파헤치기 쉬운 삶>이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에서 발간되었다. 정다운 시인은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2005년 <문예중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나는 그때 다 기다렸다>를 썼다. “정다운의 시집은 당혹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시인은 삶에서 찾아드는 굴욕과 고통, 폭력과 기만의 순간을 불행의 언어로 맞붙잡아 끝까지 피투성이 싸움을 그려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충격은 타자에게 입사하여, 끔찍하게 깨지고 망가진 자의 체험과 추체험, 그러니까 밑바닥에 고여 있던 상처나 얼룩처럼 번져 나간 일상의 비루함과 지리멸렬함을 한껏 들어 올려 매만지면서, 환멸과 절망도 하나로 붙여, 날것 그대로 표출하는 저 언어의 쓰임에서도 발생한다. 전쟁 같은 삶과 죽음의 그림자들, 설명할 길이 없는 “이상한 일”과 “감은 눈꺼풀 속에 떠다니는 시간”을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말투로 반복해서 비끄러매는 첫 시(「강이 끝났다」)에서 시작하여, 일상의 은밀한 폭력과 강제된 허위를 미래의 시간까지 달려가 자기 처벌에 대한 입김도 놓치지 않고 불어넣고야 마는 마지막 작품(「곧」)에 이르기까지, 페이지를 열고 또 닫으며 작품을 읽는 내내, 우리는 이 시집의 화자가 토해 내는 팽팽한 긴장과 고통을 일상 속에서, 일상적인 어투로, 직접 체험하는 것과 같은 인상을 받고, 망각 속에서 살아야 하는 자들의 운명과 그들이 겪어야 했던 폭력과 학대의 통증을 삶의 여러 장소에서 일그러진 얼굴 그대로 경험한다. 그러나 시집이 뿜어내는 아픔과 고통의 정체는 오히려 폭력을 기술하면서, 폭력 안으로 직접 들어가는 행위, 나아가 이로 인해 야기되는 다소 기이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모종의 충격에도 빚지고 있다고 해야 한다. 비열하고 미천하고 배제되고 은폐되고 추방당한 것들은 그리하여 그것을 기록하는 자와 그것을 직접 경험한 자 사이의 공교로운 사건처럼 시집 안에서 자주 엉켜 교호하며, 그렇게 빚어지는 교란의 틈으로 흘려보내는 고유한 목소리의 공간에 우리를 표류하게 한다. 일상은 뒤집히고, 삶의 기대치와 열망은 부서지고, 안전하다고 믿었던, 혹은 그렇다고 여기며 살아왔던 삶을 지켜 주던 단단한 표피들은 서서히 찢겨 나간다. 그 순간, 고통을 회피하려는 본성은 기각되고 ‘쾌(快)’가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 격정과 감성, 열망과 신음이 우리의 단단한 통념 저 배면 위로, 그러니까 둥둥, 떠오른다.”(이상 조재룡 문학평론가의 시집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