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게 걸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위로!
대한민국 대표 감성 시인 이정하의 신작 에세이집이 출간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우느라 길을 잃지 말고』에는 시로 다할 수 없는 작가의 속 깊은 마음이 가득 담겨 있다. 특히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이 책 곳곳에서 느껴볼 수 있으며, 독자들은 이번 산문집을 통해 작가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생각보다 생은 잔인하고 쓰라리다. 외로움은 덤이고.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에는 수도 없이 깔려 있고 희망이라 이름붙인 것들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간다. 간혹 눈물을 흘리는 것은 패배가 아니다. 가지 않을 수 없는 길, 슬픔을 덜어내고 몸 가볍게 가기 위한 눈물겨운 투혼이다.
ㅡ「작가의 말」 중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 현대인들의 삶이다. 희망은 아득히 멀기만 한데 일에 쫓기고 학업에 쫓기고 시시때때로 변화해가는 사회적 현상에 쫓겨 정신없이 가고 있다. 그렇게 떠밀려서 어디로 가려는지?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길, 우리가 부여안아야 할 힘겨운 짐들과 그로 인해 지치고 쓰러질 뻔하는 사람들의 그 절절한 눈물들을.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그들을 조용히 다독인다. 전철 안에서 울고 있는 소녀를 목격한 뒤 자연스레 그의 마음을 적시던 기도가 바로 그것이다.
어떻게든 너는 견뎌낼 것이고, 세월이 흘러 이 순간을 돌이켜볼 때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눈물이 너를 다시금 시작케 하는 다짐 같은 것이었음을. 이윽고 내가 내릴 역이다. 자리에서 일어서며 나는 여전히 울고 있는 소녀에게 마음속 당부를 전했다. 소녀여, 부디 지나치지 말고 네 삶의 역에 잘 내리기를 바란다. 우느라 길을 잃지 말고.
ㅡ본문 중에서
가장 절박하고 힘이 부치는 순간 사람들은 눈물을 흘린다. 소중한 누군가를 잃었을 때, 혹은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자기 힘으로 도저히 할 수 없을 때 눈물은 절로 쏟아져 나온다. 하늘이 무너지고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그것은 순간순간 복병처럼 튀어나와 우리의 발을 걸곤 하는데, 그렇다고 마냥 넘어져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눈물은 패배가 아니다. 새롭게 출발하는 다짐이어야 한다. 슬픔에 빠져 눈물에 가려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자신이 가야 할 길은 놓쳐서도 잃어서도 절대로 안 된다고.
살아가면서 당신에게는 얼마나 절실한 이름이 있었던가!
그리고 역시 사랑이다. 어느덧 중년의 나이를 훌쩍 넘긴 작가의 사랑은 단아하면서도 정겹고, 한없이 슬프면서도 맑고도 깊다. 그 흔한 치장도 없이 정갈하게 위안과 위로를 주는 시와 산문들은 읽는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불태운다.
우리가 탄 차가 할머니가 잠들어 계시는 묘지 입구를 지날 때였다. 할아버지와 나는 뒷좌석에 함께 앉아 있었는데, 할아버지는 아무도 안 보는 줄 아셨던지 창문에 얼굴을 대시고 우리들 눈에 띄지 않게 가만히 손을 흔드셨다. 그때 나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처음 깨달았다.
ㅡ본문 중에서
이 책을 읽다보면 사랑이 어떤 것인지 조용히 그려진다. 급박하고 혼탁한 이 시대의 정서 속에서 어떤 것이 진정한 사랑인지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을 대하는 자세’다. 상대가 기쁘고 행복할 때보다 슬프고 괴로울 때, 힘겹고 어려울 때 더욱 사랑해야 한다는 작가의 메시지는 그래서 더욱 설득력이 있다. 밝음보다 어둠까지 사랑해야 온전한 사랑이 될 수 있다는 그의 다독임은 쉽게 사랑하고 쉽게 이별하는 요즘의 세태에 한번쯤 되짚어봐야 할 이야기가 아닐까? 이번에 출간된 『우느라 길을 잃지 말고』는 이 험난한 시대, 마음 둘 곳이 없어 방황하는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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