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전후 60년, 유럽인들이 건설한 것은 무엇인가? “유럽은 단지 물질적 성과가 아니라 정신에 관한 것이다. 유럽은 마음의 상태다.” ____자크 들로르 “유럽인들이 정치인들에 대한 믿음을 잃었을지라도, 유럽 통치 체제의 핵심에는 가장 급진적인 반체제 정당들조차 감히 정면으로 공격하지 못하고 거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계속해서 지지를 얻은 무언가가 있다. 여러 장점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유럽연합은 아니다. 민주주의도 아니다. 민주주의는 홀로 탄복의 대상이 되기에는 너무 추상적이고 불명료하다. 또 너무 많이 써먹었다. 자유나 법치도 아니다. 자유나 법치는 수십 년 동안 중대한 위협을 받은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유럽연합 모든 회원국들의 젊은 세대는 이를 이미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실제 작동 방식에 이러저러한 결함들이 있다고 심각하게 지적될 때조차 유럽인들을 하나로 결속시킨 이것은 바로 ‘유럽식 사회모델’이라 불리는 것이다. 이는 ‘미국식 생활양식’과 대비될 때 비로소 그 뜻이 더 분명해진다.” 22장_[구유럽과 신유럽], 1218쪽. 역사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 역사상 가장 야만적인 전쟁이 남긴 폐허에서부터 2005년까지 하나의 유럽을 향한 기나긴 여정을 담고 있는 [포스트워 1945-2005]는 백과사전처럼 광범위한 주제들을 스릴러의 속도감을 지닌 하나의 이야기로 통합하고 있다. 제2차 세계 대전의 결과에서부터 냉전의 기원, 유럽 제국주의의 종언과 식민지 해방, 유럽경제공동체의 탄생과 발전, 서유럽의 경제적 번영과 불만, 소련의 동구권 지배와 소비에트 블록의 몰락, 발칸 전쟁, 난민과 불법 이민 노동자, 그리고 스포츠, 음악, 영화 등 유럽인들의 일상적 삶에 이르기까지 주트는 전후 유럽의 모든 것을 철저히 해부한다. 출간 직후 한국을 포함해 브라질, 중국, 크로아티아, 체코, 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 프랑스, 독일, 그리스, 헝가리, 이스라엘, 일본,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네덜란드, 폴란드, 포르투갈, 루마니아,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스페인, 터키, 미국 등 전 세계 26개국과 판권 계약이 체결되었고, 2005년 [뉴욕 타임스], [타임],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먼트], [가디언], [옵저버], [뉴 스테이츠먼], [인디펜던트] 등 주요 언론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현대 유럽은 세계화 시대에 우리와 무관한 곳이 전혀 아니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정치적 변동과 과거 청산 같은 무거운 주제들만이 아니다. 기업의 민영화나 ‘제3의 길’, 역사의 상품화, 인구 변동과 연금 문제, 예술에 대한 국가의 후원, 다민족 사회의 문제점, 환경오염, 지역 간 빈부 격차, 분리주의 등 현대 사회의 첨예한 문제들과 좌파와 우파,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사회와 시장, 복지와 경쟁 등 서로 대립하는 개념들에 관한 많은 내용들이 들어 있다. 이야기는 과거형이지만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므로 정부나 기업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현대 유럽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또 대학생들에게도 유익한 교양서가 되리라 본다.” _[옮긴이의 말] 중에서 종말론의 무대에서 개인과 국가의 역할 모델로 “마치 여우처럼 유럽은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제2차 세계 대전은 유럽의 전쟁이었고,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쟁이었다. 단순히 사망자 수만 헤아려 봐도 그 참상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폴란드, 유고슬라비아, 소련, 그리스가 최대의 인적 손실을 입었다. 폴란드는 전쟁 이전 인구의 5분의 1을, 유고슬라비아는 8분의 1을, 소련은 11분의 1을, 그리스는 14분의 1을 잃었다. 포로들의 운명도 이 비극적인 전쟁의 비참함을 강조한다. 독일군 포로가 된 소련군 550만 명 중 330만 명이 독일의 포로수용소에서 굶주림과 유기, 학대로 사망했다. 비극은 전후에도 이어졌다. 전후 동유럽 지역에 살던 수백만 명의 독일인들이 집과 재산을 빼앗긴 채 살던 곳에서 쫓겨났고, 1953년까지 본국으로 송환된 소련 국민 550만 명 중 다섯에 하나는 결국 사살되거나 강제수용소로 보내졌다. 전후 유럽은 본의 아니게 히틀러와 스탈린에 의해 단일 민족 국가들로 재편되었다. 유럽에서 국가 간의 전면전은 1913년에서 1945년 사이에 종말론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20세기 전반에만 약 6,000만 명의 유럽인이 전쟁이나 국가가 후원한 살인으로 사망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그 누구도 유럽에서 희망의 흔적을 발견하기는 힘들었다. 유럽의 문명은 붕괴하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1945년에서 1989년 사이에 유럽 대륙에서 국가들 사이의 전쟁은 사라졌다. 두 세대의 유럽인들은 평화를 마치 자연의 질서인양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성장했다. 전쟁 혹은 이데올로기적 대결은 제3세계에 외주 제작을 맡겼다. 60년 전에 유럽이 이처럼 번영을 이룰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늘날 유럽은 하나의 지리적 표현에서 개인과 국가에게 역할 모델을 제시하는 매력적인 대상으로 변했다. 유럽 모델은 유럽연합에 가입하기를 원하는 나라들에게 횃불이자 본보기가 되었다. 도대체 유럽에서는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포스트워1945-2005]는 리스본에서 레닌그라드까지 유럽 34개국 60년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6개 국어로 된 문헌들과 최근에야 비로소 개방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이러한 궁금증에 답한다. 40년간 유럽이라는 주제에 헌신해 온 주트는 풍부한 정보와 깊은 학식을 바탕으로 현대 유럽을 만든 흐름과 사건들, 인물들에 대해 서술하면서 연구 대상자들의 행위와 핑계, 공적, 실패에 날카로운 판결을 내린다. 하지만 주트의 유럽 오디세이는 우리에게 단지 현대 유럽에 대한 이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유럽 이야기의 주제들이 바로 우리 사회의 주제들이라는 데 있다. 우선 과거 청산과 통일, 지역감정, 이데올로기와 지식인의 쇠퇴, 반미주의와 반공주의, 출산율 감소와 국민연금 고갈, 공기업 민영화, 이주 노동자 문제 등 각각의 첨예한 사회적 쟁점들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적 갈등의 진원지라 할 복지 국가와 신자유주의 사이의 길이라는 어려운 문제가 책 전체를 통해 논의되고 있다. 현대 유럽의 역사는 ‘계급’에 집착하며 ‘시장’을 고려하지 않는 좌파와 ‘복지’를 포기하고 ‘공익’을 고려하지 않는 우파 모두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한다. 좌파는 ‘계급’을 뛰어넘어야 하고 우파는 ‘시장’ 너머에 존재하는 사회적 자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20세기, 특히 전후 60년 동안의 유럽은 정치, 경제, 사상의 거대한 실험실이었다. 마치 여우처럼 유럽은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공산주의 vs. 자본주의 vs. 유럽 “공산주의의 반대는 ‘자본주의’가 아니라 ‘유럽’이었다.” 공산주의를 개혁할 수 있다는 환상, 스탈린주의는 잘못된 길로 들어섰으며 여전히 교정될 수 있는 실수라는 환상, 민주적 다원주의의 핵심적 이상이 마르크스주의의 집산주의 구조와 양립할 수 있다는 환상. 이러한 환상들은 이미 1968년 8월 21일에 탱크에 짓밟혔고 다시 회복되지 못했다. 동유럽의 공산주의는 계속 비틀거렸으며 썩어 가던 송장은 1989년에 가서야 마침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공산주의의 정신은 20년 전인 1968년 프라하에서 죽었다. 레닌은 권력을 한 곳에 집중시키고 강제로 그곳에 존속시켰다. 따라서 공산주의 체제는 주변부에서 무한정 부식될 수도 있었지만, 최후의 붕괴를 주도할 자는 중앙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역할은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듯이 고르바초프에게 맡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