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먹고 사는 문제는 참으로 중요하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베어 그릴이 아닌 이상 생존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eat과 live 만이 아닌 삶을 좀 더 즐기면서 잘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절대 단순하게 생각할 수 없어진다. 거기엔 나도 모르게 남들과 비교하며 만족하지 못하는 생각들이 얽히고설키는 것도 큰 몫을 한다.
<적벌행1>과 이번 <적벌행2>는 똑같은 질문으로 시작하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감정은 조금 다르다. 이번 <적벌행2>는 그의 어머니가 쓰러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장 소중한 사람의 갑작스러운 부재 가능성을 처음 느끼게 되면서 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모습이 그려진다. 휘몰아치는 후회와 어머니가 다시 곁으로 돌아옴에 따른 안도, 병원에 사들고 간 카스테라를 맛있게 드시는 어머니를 보며 느끼는 미안 그리고 그 수많은 감정들 틈으로 어떻게서든 비집고 들어와 자리를 차지한 그만의 고독과 외로움. 나는 이번 <적벌행2>에서 그의 외로움을 많이 읽었다. 책 속의 글들은 분명 교정, 교열을 받아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글자들이 그의 감정때문에 일렁거린다.
사실 가족 이야기는 굉장히 사적인 영역이다. 그러다 보니 가족에 관한 고백을 저자를 통해 공유받게 되면 타인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내가 그인 듯 입장이 바뀌어 읽어 내려갈 수 밖에 없다. <적벌행2> 속 어머니는 다행히도 다시 의식을 되찾고 가족 옆으로 돌아온다. 걱정은 다시 평범한 일상 속에 파묻혀 괜찮아졌다는 안도감에 점점 옅어지고 순간순간 철렁하는 일이 있고 난 뒤 후회를 반복한다. 모두 곁에 있을 때는 너무나 당연해 존재의 소중함에 소자도 떠올리지 못한다. 한 살 한 살 내가 나이를 먹는 만큼 영원할 것 같았던 가족의 부재가 현실로 가능성 있게 다가오는 순간 그때야 미련 맞을 후회가 밀려온다. 이것은 사실 우리가 겪었던 일일 수도, 앞으로 겪을 수도 있는 일인 것이다.
적게 벌고 행복할 수 있겠냐는 물음에 대해 명쾌하게 답을 내리긴 어렵다. 다만 행복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적게 벌고 행복할 수도, 많이 벌고 불행할 수도 있다 생각한다. 삶은 결코 1차원적일 수 없다. 행복 역시 같다. 행복은 시시각각 변한다. '이게 행복이구나'를 알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알아차렸을 땐 이미 '행복이었구나'라 문장이 바뀌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옆에 있음에도 보지 못하는 우리는 부피가 크고 무게가 있는 행복의 실체를 찾아 손을 뻗고 절망하기를 반복한다. 진짜 행복은 어쩌면 너무나 작고 가벼우며 사소할 것이다. <적벌행2>에서 쓰러지셨던 어머니가 다시 가족들 곁으로 돌아온 뒤 그가 더이상 로또를 사지 않기 시작한 것이 어쩌면 "적게 벌고 행복할 수 있을까?"란 질문의 답이 아닐까 한다.
-<유감의 책방>, <캐서린666> 저자 우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