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역사에서 단 한 권의 책을 고르라면 이 책일 수밖에 없다.”
과학 애독자의 성서, 뉴턴의 《프린키피아》 한국어판 출간!
위대한 과학자 아이작 뉴턴의 《프린키피아》는 과학 혁명과 그로부터 이어진 근대 과학의 발전에 압도적인 공헌을 한 책이다. 고전역학의 바탕을 만들고 과학적 탐구 방법을 제시하며 현대 문명의 주춧돌을 세운 《프린키피아》는 말 그대로 인류의 역사를 바꾼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간 국내에는 연구자와 일반 독자가 두루 읽을 만한 《프린키피아》 한국어판 번역서가 마땅치 않은 실정이었다. 이 책은 총 3권으로 이루어진 원서를 1권으로 묶고 현대적 디자인으로 제작한 완역본으로, 과학 독자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이론물리학자 박병철의 정확하고 유려한 번역을 통해 《프린키피아》를 소개한다.
1. 현대 문명을 만들어낸 과학의 고전을 만나다
– 근대 과학의 표준을 제시한 뉴턴의 위대한 아이디어
뉴턴이 활동한 17세기에는 엄밀한 의미에서 ‘과학(science)’이라는 방법론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 자리를 대신하던 ‘자연철학(Natural Philosophy)’은 추측과 가정만으로 자연의 원리를 탐구하고자 했다. 이런 풍조 속에서 뉴턴은 엄밀한 수학적 방법론을 이용하여 자연계의 운동을 수식으로 완벽히 기술했다. 《프린키피아》는 바로 그 뉴턴역학을 집대성한 저작이다. 《프린키피아》에 실현된 뉴턴의 수학적 방법론은 근대 이후의 과학을 상징하는 하나의 ‘표준’으로서 현대 과학에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프린키피아》 제1권은 관성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운동, 제2권은 저항이 있는 공간 또는 매질 속에서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을 기술하며, 제3권은 행성과 위성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해석한다. 운동법칙과 중력법칙 등 고전역학의 토대가 되는 법칙을 비롯해 케플러의 행성 운동법칙에 대한 수학적 증명, 천문 관찰을 통한 중력의 역제곱 법칙 증명 등이 모두 《프린키피아》에서 소개된다. 널리 알려졌듯 이 같은 뉴턴역학은 고전물리학의 근간을 이루며 과학 발전에 이바지했다. 또한 중력법칙은 250년 후에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낳은 모태가 되었고 양자역학이 등장한 후에도 여전히 고고한 자태를 유지하고 있으니, 뉴턴의 이론은 지나간 과학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논리적 역학이란 임의의 힘에서 초래된 운동과 임의의 운동을 야기한 힘을 정확한 명제와 증명으로 표현하는 과학이라 할 수 있다. 고대인들은 이런 역학을 “다섯 가지의 역학적 힘”으로 분류하여 연구했으나, 중력은 인공적인 힘이 아니었기에 다섯 가지 힘으로 무거운 물체를 움직일 때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관심사는 인공물이나 인공적 힘이 아니라 자연철학과 자연의 힘이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중력과 부력, 탄성력, 유체의 저항력과 같은 인력과 척력을 주로 다룰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 책은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mathematical principles of natural philosophy)”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자연철학의 본분은 자연 현상(운동)으로부터 힘을 발견하고, 그 힘으로부터 다른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권과 2권에서는 일반적인 명제(proposition)를 증명하고, 3권에서는 이 명제를 이용하여 세상의 체계(the system of the world)를 설명하는 식으로 풀어갈 것이다. (중략) 독자들은 부디 이 책을 열린 마음으로, 끈기 있게 읽어주기 바란다. 도중에 오류가 발견되더라도 너무 심하게 꾸짖지 말고, 올바른 답을 찾아서 알려주기 바란다.
- 〈초판 저자 서문〉 중에서(9~11쪽)
실험과 관측에 기초한 자연철학이야말로 자연을 이해하는 최상의 수단이다. 그리고 우리의 탁월한 저자 뉴턴이 바로 이 자연철학의 정수를 세 권의 책에 담아 지혜의 빛을 밝혔다. 그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 가장 어려운 문제를 해결한 최고의 천재이자, 이 분야의 전문가들도 찬양해 마지않는 최고의 자연철학자이다. 이제 우리는 뉴턴이 활짝 열어놓은 문을 자유롭게 통과하여 아름답고 신비로운 자연의 세계를 마음껏 음미할 수 있게 되었다.
- 〈2판 편집자 서문〉 중에서(34~35쪽)
제1법칙: 모든 물체는 외부에서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정지 상태나 등속 직선 운동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제2법칙: 운동 상태가 변하는 정도는 물체에 가해진 힘에 비례하며, 변하는 방향은 힘이 가해진 방향과 같다.
제3법칙: 모든 작용(action, 힘)에는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반작용(reaction)이 수반된다. 다시 말해서, 두 물체 사이에 교환되는 힘은 항상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이다.
- 〈공리: 운동의 법칙〉 중에서(67~78쪽)
2. 믿고 보는 번역자 박병철의 버킷 리스트, 《프린키피아》 한국어판
– 30년의 준비 기간, 3년의 번역 기간을 거쳐 이룬 한국 과학 출판의 성취
이론물리학자 박병철 박사는 과학 독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번역자로 유명하다. 《엔드 오브 타임》, 《엘러건트 유니버스》,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신의 입자》 등 1990년대 말부터 출판계를 뒤흔든 수많은 과학책이 그의 손을 거쳐 출판되었다.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 정확하고 유려한 문장력, 번역서 100여 권을 꾸준히 출간한 성실함 등으로 인해 그는 독자들의 깊은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있다. 서점가에서 ‘박병철 옮김’은 유익한 과학책, 이해할 수 있는 한국어로 번역된 과학책을 상징하는 하나의 브랜드로 통용될 정도이다.
학창 시절 《프린키피아》를 접한 박병철 박사는 이 책의 번역이 자신의 ‘버킷 리스트’였다고 고백한다. 이후 30여 년이 흘러 경험 많고 능숙한 과학 전문 번역자가 되었지만, 그런 그에게도 여전히 《프린키피아》 번역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웠다. 17세기 수학 표기법은 지금과 많이 달랐고, 천체의 운동을 설명하는 적절한 한글 용어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뉴턴의 증명에 생략된 내용이 많다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복잡한 논리와 과감하게 생략된 증명을 파고들어 뉴턴의 자취를 쫓아야 했다. 어렵고 중대한 작업을 결국 마무리해낸 그는 과학 독자들이 《프린키피아》 독서를 통해 자신과 같은 성취감을 느끼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한다. 적재적소에서 독서를 이끄는 옮긴이주와 함께 주요 명제와 정리를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과 그 속에 담긴 뉴턴의 생각을 조망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학창 시절, 《프린키피아》를 영문판으로 읽다가 며칠 만에 포기했다. 영어가 버거운 탓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학교에서 배웠던 고전역학과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었다. 맨날 자동차를 타고 매끈하게 포장된 도로만 달리다가 소달구지를 타고 자갈길로 접어들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현대 문명의 주춧돌이 된 고전역학의 원형을 소개하는 것은 종교인들이 경전을 번역하는 것만큼이나 의미 있는 일이었기에 《프린키피아》 번역은 나의 버킷리스트에 추가되었고, 강산이 세 번 변한 후에야 간신히 종착역에 도달했다. 복잡한 논리를 수식 없이 말로 써놓은 경우가 태반이고 수학 표기법도 지금과 다른 부분이 많아서 고생을 엄청나게 했지만, 지금 나의 느낌은 ‘보람’이라는 뻔한 말로 표현하기 싫을 정도로 뿌듯하다.
뉴턴 이후 고전역학은 수많은 물리학자의 손을 거치면서 몰라보게 말끔해졌으니, 고전역학을 공부하고 싶다면 《프린키피아》보다는 그들이 집필한 교과서로 공부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그러나 원본의 독창성과 고색창연함에 가치를 부여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하다. 완독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경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본 사람도 손가락으로 꼽지 않던가?
- 《프린키피아》 옮긴이 박병철의 말
3. 고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