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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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가 외계 행성인가 싶지요?” 화성을 닮은 붉은 토양의 마을, 똑같은 얼굴로 미소 짓는 사람들 이상하고 섬뜩한 활기 아래 감춰진 끔찍한 욕망의 역사 다소의 부끄러움을 무릅쓰며, 소설 쓰는 사람이 타인의 소설을 보고 하는 솔직한 생각 중 하나를 털어놓으려 한다. ‘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혼자만 알고 있기가 얼마나 아까웠을까!’ ―박서련(소설가)┃추천의 말에서 김희선 소설가의 신작 장편소설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그동안 『무한의 책』, 『죽음이 너희를 갈라놓을 때까지』 등의 작품을 통해, 반전을 거듭하며 무한히 확장하는 소설 구조로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을 다각도로 탐구해 왔던 김희선의 소설은 그만의 유일한 장르가 된 지 오래다. 새롭게 내놓는 이번 소설에서 김희선 작가는 광산업이 쇠한 뒤 황폐해진 마을이 SF 촬영 영화 부지로 선정된 뒤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들과 그 사건의 배후에 놓인 욕망의 연대기를 추적하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반전의 끈을 놓지 않는다. 김희선 작가가 「작가의 말」에 “그동안 나는 극동리에 대해서만 말해 온 건지도 모른다.”라고 쓴 것처럼 이번 소설은 김희선 특유의 기묘하고 다층적인 소설 세계를 기다려 온 독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고, 뒤이어 “앞으로도 영원히 극동리를 이야기할 테지만, 그 마을 내부에는 아무도 모르는 또 다른 삶과 비밀들이 여전히 숨어 있을 것이다.”라고 쓴 만큼 이번 소설로 김희선의 작품을 처음 만나는 독자들에게는 몰랐던 삶의 모습과 비밀의 얼굴을 만나는 훌륭한 모험이 되어 줄 것이다. ■거짓된 활기 너머의 진실 붉은 토양의 허허벌판뿐이던 마을 ‘극동리’가 활기를 되찾은 것은 순식간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해가 뜨면 일어나 하루를 착실히 준비하고 기꺼운 마음으로 노동을 마친 뒤 티브이 앞에 모여 앉아 마을의 번영에 관한 뉴스를 시청하며 기쁨을 나눈다. 그러나 이토록 바람직한, 너무나 바람직해 어딘가 섬뜩하기까지 한 활기는 때때로 기이한 빈틈을 보인다. 마을 시청 광장 앞에서는 한 노인이 직접 설치한 전동 드릴을 향해 전력 질주하여 이마가 뚫려 죽고, 마을의 유일한 어린아이 ‘경오’는 자꾸만 자신의 할머니가 진짜 할머니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는 거짓된 활기가 내보이는 빈틈을 끈질기게 파고들며 진실을 향해 서슴없이 다가간다. ■외계가 아닌 이곳 황폐한 붉은 공터가 화성의 토질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극동리는 화성을 배경으로 하는 SF 영화의 촬영지로 선정된다. 마을 공터에는 우주 기지가 설치되고, 엑스트라로 동원된 마을 주민들은 우주복을 입고 공터를 질주하며, 가게 간판마다 외계 행성 이미지가 그려진다. 광산업이 쇠한 뒤 쇠퇴일로를 걷던 마을이 하루아침에 화성을 방불케 하는 낯선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다. 외계인의 지구 침공을 다룬 SF 영화들이 흔히 그렇듯, 극동리가 화성처럼 변한 뒤에도 원인 모를 끔찍한 일들이 발생한다. 야산에 묻힌 시체들이 발견되고 사람들 머리 위로 흰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러나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의 인물들은 영화를 관람할 때처럼 모든 문제를 외계 존재의 탓으로 돌릴 수가 없다. 마을은 화성과 꼭 닮은 모습이 되었지만 결코 화성이 될 수 없는 현실이다. 무언가 위험한 것은 다른 어떤 곳도 아닌 바로 우리 곁에 이미 도착해 있다. ■모두 같은 얼굴 인간이 공통된 욕망을 가진 쪽으로 서서히 진화하고 있는 것이라면 욕망의 모습은 이럴 것이다. 영원한 젊음, 아름다움, 부와 장수. 같은 욕망을 지녔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서로 닮아 있다.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의 인물들이 거울 속에서 문득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것 역시 어쩌면 가장 근원적인 욕망이 서로 닿아 있기 때문일 테다. “읽고 있던 자신조차 이 거대한 메스게임 혹은 플래시몹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박서련 소설가의 추천의 말처럼 소설 바깥의 우리도 같은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는 한 사람의 추악한 욕망이 모두를 파멸시키는 일방적인 전개가 아닌, 한 사람의 추악한 욕망이 사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깃들어 있음을 발견하게 하는 작품이다. 김희선의 소설은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랫동안, 각자의 가장 내밀한 욕망을 자꾸만 일깨우고, 불편하게 하고, 의심하도록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