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라는 장르는 SF를 어떻게 포섭하고 해석할까?
봉준호 연출작 중 최대 제작비가 투입된 <미키17>의 제작 전 과정을 담다!
감독, 출연진, 제작진의 인터뷰와 영화 제작 현장의 생생한 비하인드 스토리
봉준호 감독의 서문 수록!
은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라선 봉준호 감독의 여덟 번째 영화 <미키17>의 제작 전 과정을 흥미롭게 담아낸 책이다. 영화 <기생충>으로 2020년 아카데미 4관왕을 달성한 봉 감독은 차기작으로 상상력과 철학적 질문이 절묘하게 결합된 SF 판타지를 선택했다.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7』을 원작으로 삼고 있지만, <미키17>은 봉준호라는 필터를 거쳐 새로운 캐릭터와 밀도 높은 구성을 통해 흥미로운 스토리로 탄생했다. 제작사 워너브라더스 또한 대중성과 작품성이 검증된 감독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 봉준호 감독이 연출했던 작품 중 최대 제작비용, 무려 1억5천 달러가 투입되어 로버트 패틴슨, 마크 러팔로 등 유명 출연진과 다리우스 콘지(촬영감독), 도미닉 투오히(특수효과 감독) 등 명성이 자자한 제작진과 협업하여 만들어졌다.
은 봉준호 감독의 최신작이 각본에서 스크린으로 옮겨지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한다. 감독, 출연진, 제작진과의 속마음이 담긴 깊이 있는 인터뷰뿐만 아니라 제작 과정에서 공개되지 않은 이미지, 스토리보드, 촬영 현장 사진, 콘셉트 아트를 포함하고 있다. 독보적인 아트북으로서 영화의 창작 과정을 폭넓게 조망하며, 영화 속 독특한 배경과 크리처는 물론, 로버트 패틴슨, 마크 러팔로, 토니 콜렛, 스티븐 연, 나오미 애키와 같은 출연진이 생생하게 구현해 낸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심도 있게 탐구한다.
얼음으로 뒤덮인 행성 ‘니플하임’과 그곳에 서식하는 기괴한 생명체들을 창조하는 과정에서부터 가까운 미래에 볼 수 있을 법한 기술과 뛰어난 시각 효과를 개발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봉준호 감독이 선보이는 상상력 넘치는 SF 대작의 제작 여정을 낱낱이 되짚어 줄 흥미진진한 가이드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한다. 봉준호 감독 또한 ‘들어가는 말’에서 “언제고 이 책을 열어 작업 과정을 되돌아보면서 미소 지을 수 있기를”(11쪽) 바란다는 소회를 남겼다. 은 영화 <미키17>을 이해하고 봉준호의 영화적 색채를 감상하는 데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세계적인 배우, 스태프 모두를 놀라게 한 봉준호식 독특한 영화 제작방식
엉뚱한 발상에서 최종 영상편집까지, ‘봉테일’은 어떻게 작동할까?
<미키17>의 이해와 흥미를 더해줄 제작 과정의 베일이 벗겨진다!
기발하고 자유분방하면서도 치밀하고 탄탄한 봉준호의 영화 세계는 영화계와 관객들 사이에서 “봉준호 장르”, “봉테일”, “봉필터” 등 신조어로 표현되기도 한다. 봉 감독의 특이점은 영화 속의 스토리나 구성, 기법뿐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방식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제작 규모가 이전 작품들과 판이하게 달라졌지만, <미키17>에서도 봉 감독은 예전처럼 작업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봉준호 영화의 가장 독특한 특징 중 하나는 촬영 방식이다. 대부분의 감독들은 한 장면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해 편집할 때 다양한 선택지를 확보해 두는데, 봉 감독은 장면 단위로 꼼꼼하게 영화를 계획하고 각 장면을 정확하게 어떤 각도에서 촬영할지를 미리 구상해서 스토리보드를 통해 출연진과 제작진에게 계획을 전달한다. 많은 감독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한 유명 배우들에게도 굉장히 낯선 방식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영화를 찍어본 적은 없었어요”(122쪽, 마크 러팔로), “나와 로버트는 약간 당황했어요. 한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찍지 않는다는 게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거든요”(117쪽, 나오미 애키) 등 처음에 당황한 배우들은 그 방식을 이해하고 나서는 “순서대로 촬영하지도 않았는데 흐름을 따라가게 되”(117쪽)고, “편안하게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117쪽)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제작진에게도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었어요”(37쪽, 다리우스 콘지), “지금까지 작업한 영화 중 가장 체계적인 영화”(115쪽, 도미닉 투오히)라는 찬사를 받는다. 이 책에는 봉준호 감독이 직접 작성하고, ‘봉준호 영화’의 핵심 집약체라 할 수 있는 스토리보드가 다수 수록되어 있다. 스토리보드가 촬영 현장에서 얼마나 효율적이고 요긴한 수단으로 사용됐는지를 다양한 스틸 컷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새로운 행성을 배경으로 삼은 SF 영화인 만큼 낯선 생명체와 우주 공간, 기기 등 특수 시각효과를 어떤 아이디어를 기초로 어떻게 풀어내는지 과정을 살펴보는 것도 이 책의 묘미이다. ‘얼음 행성’이란 설정 때문에 초창기 제작진은 아이슬란드를 촬영지로 떠올렸다가 생각을 달리해서 유럽에서 가장 큰 실내 촬영 공간 중 하나인 카딩턴의 스튜디오에서 답을 찾게 된다. 크고 작은 시행착오와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하나둘 더해져 하나의 행성을 구축하는 과정이 이 책에 담겨있다.
원작에서는 지네와 비슷하게 묘사되어 있는 ‘크리퍼’는 봉준호 감독의 엉뚱한 재치(“왜 크루아상을 떠올렸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크루아상을 정말 좋아하긴 합니다만”)를 담아 독특한 생명체로 탄생한다. 크리퍼의 콘셉트 개발 작업에 참여한 알렉스 클라크(스토리보드 아티스트) 또한 “그 과정이 진짜 재미있었고 정말 웃긴 순간도 많았습니다”(127쪽)고 회상한다.
봉준호 감독과 함께 협업한 제작진은 하나같이 그의 소통할 줄 아는 능력을 최고 장점으로 삼는다. <미키17>의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 또한 “그는 매우 유연해서 프로덕션 디자이너, 의상 디자이너, 특수효과팀 그리고 저와도 매끄럽게 소통합니다”(37쪽)고 회상한다. 관객에게 선보이기 전에 이미 출연진과 제작진에게 인정받은 <미키17>의 영화 제작 과정은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영화이자 드라마이다. 제작 현장의 생생한 기록뿐 아니라 눈앞의 난관을 기발한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는 감독과 배우, 스태프의 노력은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