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패자

레너드 코언 · 소설
3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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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역자

목차

제1권 그들 모두의 역사 제2권 F가 보낸 긴 편지 제3권 아름다운 패자-제삼자의 에필로그 옮기고 나서-노래하는 자,사랑과 혁명의 시대를 예언하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이름 없는 남자오 이름뿐인 여자,그리고 그들의 친구 F 이야기 사랑하는 아내와 친구를 잃은 이름 없는 화자이자 인디언 A족 연구의 권위자,A족의 마지막 일원이자 그의 아내인 이디스,오만하고 광기에 찬 그들의 친구 F. 진지함을 가장한 인간 사회의 부조리한 시스템을 성애를 방편 삼아 상스러움과 허풍,사악하지만 지혜로운 위트로 통렬히 유희하는 삼가관계 연인들 이야기,독특하고 통렬하고 그러면서도 감동적인 고풍스러운 비극이 성聖과 속俗의 접점에서 불꽃같은 문장으로 아로새거진다.성聖과 속俗의 경계에서 빛나는 매혹적인 에로티시즘 시인이자 소설가이면서 싱어 송 라이터인 레너드 코언의 장편 소설《아름다운 패자》가 책세상에서 출간되었다. 1934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태어난 레너드 코언은 맥길 대학에 다니던 1956년에 첫 시집을 발표하면서 문인의 길을 걸었는데, 이후 1960년대 중반까지 여러 권의 시집과 두 권의 소설을 발표하여 캐나다 문학계의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특히 1966년에 발표한《아름다운 패자》는 출간 당시, 언어 실험의 최극단을 보여준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재래라는 평을 들을 만큼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지금도 영미권의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을 설명할 때면 항상 인용되고, 미국과 캐나다 대학에서 영문학 강의의 필독서 목록에 오른다. 독자들도 이 책에 열광하여 1970년대까지 미국에서만 수십만 부가 팔려 나갈 정도였다. 코언이 미국으로 거주지를 옮겨 본격적인 포크 가수로서 이력을 시작한 것이 1967년임을 감안한다면, 그의 문학에 대한 평가는 음악가로서의 그의 명성에 빚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의 대표작《아름다운 패자》는 지금 읽어도 파괴력이 대단한 작품이다. 문학 실험의 극단을 보는 듯한 파격적인 형식에다 히피와 반문화로 상징되는 1960년대 말 서구 사회의 개방적인 분위기가 소설 전편에 흐르는 대담한 성애 묘사와 주인공들의 기괴한 언동과 만나 그야말로 ‘실험’을 창조한다. 프리섹스와 약물, 신비주의, 반전 집회, 청년 문화, 대안 사회의 꿈 등으로 한껏 부풀어 올랐던 실험적인 시대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와 과거, 성애와 신성, 백인과 인디언, 아메리카 개척사와 인디언 신화, 종교와 정치, 시와 선동적인 선언문이 경계를 지우며 넘나드는 한편, 광고, 영화, 포르노, 만화, 라디오, 유행가 가사 등 대중문화의 요소가 또 다른 가닥을 이루며 조화를 이룬다.《아름다운 패자》는 조화와 질서를 이루기 어려운 이질적인 것들이 한데 엉켜 하나의 매혹적인 시스템을 형성하는 놀라운 미학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를 일러 성聖과 속俗의 경계에서 빛나는 매혹적인 에로티시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름 없는 남자와 이름뿐인 여자, 그리고 그들의 친구 F가 전하는 실패한 어떤 실험 이 책은 총 3권(부)으로 이루어져 있다. 1권은 사랑하는 아내와 친구를 모두 잃고 상실감에 빠진 익명 화자의 단독 진술로 채워진다. 2권에서는 그의 친구 F가 보낸 기나긴 편지가 소개되며, 3권은 그도 F도 아닌 제삼자의 에필로그로서 아름답게 패배한 이들의 마지막을 들려준다. 소설의 주인공인 익명 화자와 F는 같은 고아원 출신의 친구다. F는 일찍이 세상에 눈을 뜬 조숙한 리더 타입의 인물로서 그와 익명 화자는 마치 스승과 문하생의 관계 같다. 소설 전편에 걸쳐 F가 친구인 익명의 화자를 훈육하고 단련시키는 과정이 전개되는데 이는 ‘인간 개조 프로젝트’라 할 만하다. 이런 개조 과정은 마음과 몸 양면으로 행해진다. F는 익명의 화자로 하여금 주어진 대로 고분고분 따르지 말고 독창적으로 세상에 맞설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런 태도를 몸에도 적용하라고 종용한다. 따라서 성애 행위는 이들에게 독창적인 세계관을 갖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이면서 자체로 목적이 된다. 익명 화자의 아내인 이디스는 사라져가는 인디언 A족의 마지막 일원으로서 인종적 편견과 성적 폭력에 시달리면서 성장해오는 동안 마음속 깊이 상처를 간직하게 된 인물이다. 그녀의 내흔은 결국 성적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한다는 외상으로 발현되는데, 남편의 성적 무관심과 F의 성적 집착 그 어느 쪽에도 안식을 얻지 못하고 결국 자살하고 만다. 그녀의 자살 후, 의회에 진출하고 재력을 확보하며 자신만의 시스템을 구축해가던 F 또한 스스로를 파괴하며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데……. 익명의 화자는 사랑하는 아내와 친구를 모두 잃고, F가 유산으로 남긴 나무집에서, F가 연구해보라고 권한 17세기 모호크족 성녀 카테리 테카크위타의 영혼을 불러내 모든 것을 고백하고 모든 것을 기억해낸다. 그렇게 거기서 백발의 노인이 되어 성聖이 속俗이고 속俗이 성聖인 세상의 어떤 경계에서 빛처럼 환하게 존재하다 사라진다. 전략으로서의 에로티시즘, 사랑을 유희하는 패자들 에로티시즘은《아름다운 패자》 전편을 감도는 하나의 분위기이면서 또한 전략이다. 익명 화자와 이디스, 그리고 그들의 친구이자 정신적 스승인 F는 다양한 성적 모험을 감행하면서 신체 일부에만 국한된 성감대를 신체 전부 나아가 신체 외부로까지 확장하고자 한다. 그들은 인간은 물론이거니와 정치 등의 시스템과도 교감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버리지 않는다. 일례로 퀘벡 주의 독립을 외치는 시위대 안에서도 그들은 성적 흥분과도 같은 움직임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열린 사고를 가지고 사건을 주도하는 쪽은 F지만 익명 화자와 이디스는 F에게 자신들을 마음대로 조각할 피그말리온의 권리를 기꺼이 내준다. F는 놀이(유희)를 좋아하고, 익명 화자와 이디스는 그런 F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아메리카의 인디언들이 자신의 땅을 짓밟는 제국주의 세력을 막아내지 못했듯 결국 세 인물의 성적 모험 또한 실패로 돌아간다. 인공 진동기 아니면 더는 오르가슴을 느낄 수 없을 만큼 몸이 망가진 이디스는 자살하고, 제국주의에 맞서 영국 여왕의 동상을 폭탄으로 날린 F는 미치광이로 몰려 정신병원에 감금되며, 혼자 남겨진 익명 화자는 지독한 외로움에 지쳐 자신이 연구하는 17세기 성녀에게 성욕을 느끼며 늙어간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들의 패배 때문에 역설적으로 사랑의 숭고함이 부각된다. 서로가 서로의 선생이고 여행이며 신비이고 안식처였던 이들의 관계 안에서, 완전한 몸과 열린 마음 모두를 통해서만 쟁취할 수 있는 사랑의 참다운 가치가 빛을 발한다. 그들에게 숭고한 사랑과 성적 유희는 하나를 표현하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언어일 뿐이다. 성聖과 속俗은 이렇게 해서 만난다. 아름다움과 무의미를 엮어 만든 목걸이, 미학주의의 한 전범 시종일관 롤러코스터를 타듯 속도감 있게 진술되는《아름다운 패자》는 스토리가 강한 소설이 아니다. 하나의 작품 안에서 대체로 유기적인 통일성을 이루기 마련인 모더니즘 소설과 달리 시점도 화자도 여럿으로 분열된 채 독자들을 괴롭히기로 작정이라도 한 듯 중구난방이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히 코언의 전략이다. 작품 속에서 직접 일갈하듯 “한 사람이 우주의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생각 자체가 오만하고 호전적”(132쪽)이기도 하거니와 인간의 실존 자체가 모순과 혼란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그의 미덕은 바로 이 ‘사실’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걸맞은 문체와 구성을 통해 형상화해냈다는 데 있다. 그의 오감은 옳고眞 선한善 것에 대해 열려 있되 그것들이 인류 역사에서 오랫동안 누려온 권위에 매몰되지 않는다. 그는 창녀에게서나 느낄 법한 성적 욕망을 지존의 성녀에게 들이대면서 여자와 남자, 인간과 신, 정치와 종교 등 대별되는 범주들을 한데 엮는 데서 발생하는 창조의 미美와 즐거움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 “아름다움과 무의미를 엮어 만든 목걸이”(29쪽)처럼 말이다. 그의 심오하되 자유분방한 의식 안에서는 “온갖 부류의 사람들, 역설을 빚어내는 서로 다른 입장, 동전의 양면 같은 문제”(29쪽)들이 자유롭게 조화를 이루며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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