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란

백정희 · 소설
3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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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언어적 감각, 현실의 구체적인 묘사로 한국 사회의 뒤틀린 맥을 짚어내는 소설가 백정희의 첫 소설집. 백정희의 소설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그러나 엄연히 존재하는 가장 낮은 곳의 삶을 응시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거개가 하위주체의 성격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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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역자

목차

작가의 말 탁란(托卵) 바퀴 위의 사내들 싹 황학동 사람들 밑소와 씨소 해설 : 장성규 - 가장 낮은 곳의 언어들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낮은 곳의 목소리로 발언하는 현실 농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 「탁란」과 「밑소와 씨소」는 농촌소설 특유의 해학과 판소리체와 같은 리듬감 있는 전개, 진중한 서사가 펼쳐진다. 그 속에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삭막하게 파괴되어가는 농민들의 삶과 생계의 문제가 놓여 있다. 「탁란」의 ‘순덕’은 닭을 기르고 있지만 농축산물의 수입개방으로 텅 빈 닭장만 늘어가고, 「밑소와 씨소」의 ‘송 노인’은 재래식으로 기른 좋은 품종의 소를 한우경진대회에 출품하지만 심사위원들의 비리로 대상에서 밀려난다. 이들은 모두 각자의 세계 내에서 몸부림을 치지만 무기력하게만 보인다. 욕을 하고 술을 마시며 풀거나, 일단의 해결들을 해나가지만 그것이 구조적으로 옥죄고 있는 것임을 저자는 보여준다. 백정희는 다소 무겁게 흐를 수 있는 서사를 치밀하고 정감 있는 묘사와 해학적인 말투로 드러내고 있다. “산 채로 송장 만드는 것이여. 칠렌지 팔렌지, 거그 농산물들이 밀고 글어와불먼 농촌 사람 생매장시키는 일이랑께. 암, 그렇게 되먼 다 끝장 나 불 것이여. 인자 우리 농촌 사람덜 다 죽으라는 소리제. 아, 쩌참에 따불류티온지 따따부따인지 반대허니라고 멕시코까장 가서 죽은 그 냥반도 그렇고, 죽은 사람만 불쌍허당께. 분신을 허고, 농약을 먹고 벨시럽게 죽어 봤자 어떤 놈 외눈 하나 끔뻑이나 허냐고. 정권이 아무리 바까져도 뭔 소용 있냐 말이여. 농촌 사람덜만 죽어라 죽어라 허제.” -<탁란> 중에서 이처럼 어두운 현실에 대한 직접적 발언 대신 하위주체의 언어를 통해 구체적으로 담아낸다. 평론가 장성규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을 “칠렌지 팔렌지”로, 세계무역기구(WTO)를 “따따부따”로 발화하는 하위주체들의 목소를 담아내는 것에서부터 새로운 리얼리즘의 기획이 가능할 것이며, 거기에 “백정희가 보여주는 하위주체의 목소리의 복원이라는 성과가 지니는 진정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거대한 구조로부터 위협 받는 작은 개인 도시 공간으로 소설적 배경을 옮겨와도 작가는 여전히 소외된 계층에게 시선을 둔다. 이들은 모두 모종의 위기에 놓인 삶들이다. <싹>의 ‘진경’은 재개발 지역에서 작은 학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형 학원과 건물 주인의 횡포에 쫓겨날 처지에 놓인다. <바퀴 위의 사내들>의 ‘준식’과 동료 탁송 기사들은 바퀴 옆 버스 트렁크에 실려 고객이 주문한 자동차를 탁송하러 간다. 이들의 삶은 도로 위의 불법과 바퀴의 속도처럼 아찔하기만 하다. <황학동 사람들>의 노점 상인들은 청계천 복원공사로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이들은 서로의 몸을 묶고 시청 앞까지 행진하며 살고자 하는 최소한의 요구를 하지만 권력 앞에 짓밟히고 만다. 자본이 세계화되는 거대한 구조 속에서 개인들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 때로는 쫓겨나고, 때로는 생계를 박탈당하고, 때로는 생명의 위협까지 받는다. <바퀴 위의 사내들>의 탁송 기사들은 목숨을 담보로 삶을 유지며 살아가고 있다. 바퀴 구르는 소리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바퀴가 구르도록 도와주는 부속품들이 바퀴를 향하여 합창을 하는 소리가 화물칸을 가득 채웠다. 그 소리들은 서로 엉키어 준식 일행을 휘감고 돌았다. 크랭크축, 피스톤, 실린더, 캠축, 프렌치, 쇽업쇼버, 판스프링 등 수많은 자동차의 내부기관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준식을 노려보았다. -<바퀴 위의 사내들> 중에서 화물칸 안에 구겨진 채 옮겨지는 이들 탁송 기사들은 “바퀴가 구르도록 도와주는 부속품들”에 다름 아니다. 이를 통해 자본의 거대한 구조 속에 놓인 삶들의 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백정희 소설이 가지는 새로운 리얼리즘의 가능성은 직접적 발언을 배제한 이토록 집요한 묘사와 하위주체의 생생한 목소리에 있다. 백정희의 소설은 “단 한 문단의 묘사만으로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갈등 구조와 그 갈등의 심연에서 작동하는” 문제를 간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인식을 가능하게 만드는 언어의 힘은 바로 그녀가 지닌 묘사의 성취에 기인하는 것”(해설, 「가장 낮은 곳의 언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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