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꽃과 나무와 함께 희망을 심는다!
침팬지의 대모, 세계적인 환경 운동가 제인 구달이 만난
지구 식물들의 꿈과 희망, 그리고 지혜의 메시지
‘침팬지들의 대모’로 널리 알려진 제인 구달(Jane Goodall)은 80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쉬지 않고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 그리고 지구의 미래를 위해 전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 57년 전 아프리카에 찾아가 침팬지 연구를 시작했던 그녀는, 이제 전 세계의 동식물은 물론이고 그들과 공존하는 사회를 위해 행동하는 모든 사람들과 교감하는 환경 운동의 전도사가 되었다. 그녀는 그러한 경험들을 모아 인간과 자연이 함께 미래를 위해 나아가는 식생활을 제시했던 『희망의 밥상(Harvest for Hope)』, 여러 이유로 멸종 위기에 놓인 전 세계의 다양한 동물들과 그들을 보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데 모은 『희망의 자연(Hope for Animals and Their World)』을 저술해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번에 (주)사이언스북스가 출간한 『희망의 씨앗(Seeds of Hope)』은 제인 구달이 어린 시절에 성장했던 영국 본머스의 외할머니 댁 정원에서 시작해 9.11 테러의 현장이었던 세계 무역 센터까지 지구 곳곳에서 보고 들은 다양한 식물들의 경이로운 세계를 담았다.
이 책에서 독자들은 지구의 여러 식물들이 우리 인간의 삶에 얼마나 깊이 뿌리내렸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 책 속의 식물들은 아마존의 열대 우림들처럼 다양한 개발 사업이나, 세계 곳곳의 희귀종 난초들처럼 인간들의 욕심 때문에 멸종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영국의 큐 왕립 식물원이나 제인 구달이 설립한 환경 보호 단체인 ‘뿌리와 새싹’이 보여 주듯이 인간과 지구가 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주역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이 책에서 단순한 보호와 애호의 대상으로서의 식물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사회 속에서 언제나 함께 살아 숨 쉬는 식물들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서문을 쓴 세계적인 식물 연구가 마이클 폴란은 제인 구달이 동물들에게서 잠시 눈을 돌려 식물에 대한 책을 쓴 것은 “식물들에게 정말 좋은 소식”이라면서 그동안 동물에 비해 인간이 공감하기 어려웠던 식물의 세계를 소개할 제인 구달에 대한 큰 기대를 표하기도 했다.
제인 구달 박사는 이 책에서 우리와 뗄 수 없는 주식인 쌀과 간식인 초콜릿부터 특별한 선물로 전하는 난초들까지 다양한 식물들에 담긴 여러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소개하면서, 우리들 역시 그녀가 오래 전부터 몰입했던 식물의 흥미로운 세계에 빠져들도록 인도한다.
『희망의 씨앗』은 단지 식물 세계를 향한 사랑 고백이 아니다. 물론 사랑 고백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 책은 또한 서식지 파괴와 산업형 농업의 폭력, 또 유전 공학의 위험에 경종을 울리며 적절한 조치를 요구한다. 구달은 식물과 동물 사이의 아름우면서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긴 공진화의 여정이 우리 시대에 중요한 갈림길에 도달했다고 말한다. 이 책이 절박감을 갖는 이유이다. _마이클 폴란
제인 구달의 삶 속에 뿌리내린 숲과 나무들
침팬지들의 대모가 들려주는 경이로운 식물의 세계
이 책의 1부인 ‘자연계에 대한 나의 사랑’의 먼저 제인 구달이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외할머니 댁이 있는 본머스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에서 출발한다. 구달은 식물이 자라기에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기억에 깊이 남은 여러 종류의 꽃과 나무들이 있었던 버치스가의 정원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이것은 식물에 대한 그녀의 오랜 사랑을 보여 주는 동시에,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침팬지들의 대모’인 그녀가 형성된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더욱 각별하다.
2장의 주제는 이 책의 가장 포괄적인 주제인 식물계이다. 여기서는 우리가 흔히 문학적인 상상력이라고만 생각했던 식물들 사이의 의사소통이 생태계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잘 보여 준다. 숲의 나무들은 해충이 나타나면 서로에게 경보를 발령해 나뭇잎을 맛없게 만드는 화합물을 온 숲이 생산하게끔 유도한다. 이런 식으로 해충을 자연스럽게 퇴치할 수 있다. 또한 가뭄이 닥쳤을 때도 뿌리를 통해 신호 물질을 전달함으로써 근처의 다른 식물들도 호흡을 줄이도록 유도했다는 연구 결과가 등장한다. 침팬지 사회의 현지 연구를 통해 인간만이 의사소통과 사고 능력을 지녔다는 오랜 신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 주었던 제인 구달은, 이제 식물 역시 인간이나 침팬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서로 정보를 전달하며 자신들의 생존을 도모한다는 사실에 이르렀다.
3장의 주인공은 우리가 생각하는 식물의 대표인 나무다. 제인 구달은 네팔에서 직접 경험했던 보리수나무(신부)와 벵갈고무나무(신랑)의 특별한 결혼식을 보여 준다. 그 지역 사람들의 여느 결혼식과 동일한 형식으로 이뤄지는 이 행사는 이 나무들이 심어지는 지역에 행운을 기원하는 의식이기도 하다. 마치 의상과 같이 흰색과 노란색의 비단 리본으로 치장한 이 나무들을 나란히 심는 이 행사는 이 나무들이 이 지역에서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겼는지를 증명하는 동시에, 기억할 만한 행사를 열 때 나무를 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오랜 관습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기회를 준다.
숲을 다룬 4장에서 제인 구달은 남편인 데릭 브라이세슨이 고통스런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을 때의 힘겨웠던 경험을 언급한다. 그리고 이때의 괴로움을 치유해 준 곳은 결국 그녀가 오랫동안 침팬지들과 더불에 생활했던 탄자니아 곰비의 숲 속이었음을 고백한다. 그녀는 지속되는 숲의 생태계 속에서 상실감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면서, 데릭과 자신이 사랑하는 이 장소와 동물들을 구하는 것이 자신의 과업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며 위안을 받았다고 말한다.
숲은 그 부분들의 합보다 훨씬 더 큰(매우 많이 큰) 완벽하고 완전하며 강력한 존재다. 숲에서 사람들은 삶이 점점 죽음에 자리를 내주고 죽음이 결국 새로운 생명체를 이끄는, 오래된 주기의 필연성을 이해하게 된다. ― 본문에서
우리 모두는 자연의 아름다움에서 힘을 얻을 수 있다. 단 우리가 바라볼 경우로 한정되지만 말이다. 바쁜 도시에서도 작은 식물들은 포장된 도로의 틈새 사이로 굳세게 밀고 올라온다. 멈춰 서서 당신의 주변을 바라보고, 그것들의 투지, 생존하려는 의지에 경탄하라. 그리고 우리가 이토록 멋지고 황홀하며 끊임없이 매혹적인 왕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라. _본문에서
과거의 식물 사냥꾼부터 오늘날의 정원사까지
식물 속에 스며든 사람들의 손길을 찾아가는 이야기
2부 ‘수렵과 채집, 그리고 원예’는 현대의 우리들에게는 다소 낯선 단어인 식물 사냥꾼들과 함께 시작한다. 그들은 영국, 프랑스 등의 서구 열강들이 세계 곳곳을 누비며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식민지를 정복해 나가던 18~19세기에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식물과 종자들을 채집해 유럽 각국과 미국에 보낸 사람들이었다. 제인 구달은 이 책에서 콜럼버스나 코르테스와 같이 영토를 정복한 이들과 달리 오랫동안 잊혀졌던 미국의 존 바트럼, 프랑스의 필리베르 코메르송, 스코틀랜드의 데이비드 더글러스의 삶을 소개했다. 이 식물 사냥꾼들이 낯선 지역에서 목숨을 걸고 식물과 종자들을 채집해서 본국으로 보낸 식물들 덕분에, 오늘날과 같이 전 세계의 사람들이 같은 종류의 꽃과 나무를 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공유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이 들려 주는 이 식물 사냥꾼들의 모험담은 모두 흥미롭지만 그중에서도 연인이자 조수인 잔느 바렛을 남자 하인으로 꾸며 프랑스 해군의 함정에 몰래 동승하여 식물 채집 여행을 했다는 필리베르 코메르송의 이야기는 단연 흥미롭다. 마치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을 보는 듯한 대목이다.
이어지는 6장은 이 식물 사냥꾼들의 모험을 후원하고, 그 채집물들을 체계적으로 분류, 보관하며 연구한 식물원들의 이야기다. 여기서 구달은 대표적인 식물원으로 영국의 첼시 피직 가든과 우리에게도 친숙한 큐 왕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