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여기 글들은 19세기 초에 목사이자 교사이자 시인인 독일의 요한 페터 헤벨(Johann Peter Hebel, 1760-1826)이 쓴 ‘달력이야기’ 중에서 고른 것이다. 대부분이 우리가 콩트 또는 장편(掌篇)이라고 하는 글처럼 짧은데, 독일에서는 발표될 당시부터 지금까지 열 살 아이에서부터 팔십 노인에게 이르기까지, 일반서민에서부터 지식층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고 또 받고 있는 것들이다 구체적인 평가의 예를 들자면 그중의 하나인 <뜻밖의 재회>는 20세기 최고의 지성인들인 작가 프란츠 카프카와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찬사를 받는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엘리아스 카네티는 <카니트퍼스탄>이란 작품은 부모가 쓰던 스페인어나 이태리어가 아니고 독일어로 자신이 작품을 쓰게 한 동기의 하나였다고 합니다. 그러니 어느 독일어 교과서에서나 적어도 한 작품은 빠지지 않고 실려 있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달력이야기 Kalendergeschichte’란 말 자체에 나타나는 대로 ‘달력에 실린 이야기’를 말한다. 17, 18세기 유럽에서 달력은 요일과 날짜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일기, 농사, 건강 등에 대한 실용적인 정보나 일반적인 생활의 지혜를 제공하는 일도 겸했다. 더 나아가 대중의 오락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세상에서 일어나는 신기한 일이나 일상생활에서 겪는 재미있는 일에 대한 이야기들도 싣곤 하였다. 당시 달력은 성경을 제외하면 교육을 받지 못한 민중의 유일한 읽을거리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주민의 계몽을 위한 수단으로도 사용되기도 하고, 이를 위해 경우에 따라서는 강매되기도 하였다. 마침 헤벨이 근무하던 학교가 달력을 발행하고 있었는데 판매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되자 그에게 달력 발행의 책임을 맡기게 된다. 그는 달력의 이름을 으로 바꾸고 이야기를 싣는 부분을 확장하여 자신이 직접 쓴 이야기들을 실었다. 결과는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발행부수가 급격히 증가해 바덴 뿐만 아니라 인근의 다른 지방에서도 구독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공의 결과 로 1811년에 그는 그 이야기들을 모아 따로 책을 내게 되고, 그 책이 《라인지방 가정의 벗의 보석 상자 Schatzk?stlein des Rheinischen Hausfreundes》이다. 이야기의 내용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간의 약점이나 기벽, 또는 인간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죄나 악덕들이 다양하게 형상화되어 있다. 마치 이에 대한 완벽한 카탈로그라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다. 헤벨이 인간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은 인간을 비웃거나 냉소하려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인간성을 통해 그 약점들은 개선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점에서 헤벨이 인간 개선에 대한 계몽주의의 낙관적인 의지를 잇고 있다고 하겠다. 오만과 허위의식은 소박함과 정직함을 당하지 못하고, 권위적인 태도는 냉정한 용기에 굴복하고 만다. 탐욕과 인색은 영리한 개인의 재치와 꾀에 좌절한다. 헤벨은 바로 이런 미덕에 애정을 가지고, 이것들을 기발한 착상과 현명한 방식으로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덕분에 너무도 분명한 교훈적 내용조차 전혀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교훈들이 편협한 시민적 도덕과는 별로 관계없다는 것은 그가 악동들의 지나치게 짓궂은 장난에조차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것에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