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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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이고 누나이며 친구 같은 작가, 김애란 여름밤, 선물처럼 보내온 나의 안부! ‘면모’를 확인하고, ‘너머’를 발견하게 하는 책! 김애란의 세번째 소설집 『비행운』 김애란이 돌아왔다. 올해로 등단 만 10년 차가 되는 시간 동안 공백 없이 작품을 발표해오기도 했지만, 지난해 출간한 첫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으로 차세대 ‘젊은 작가’라는 수식어를 2010년대 대표 작가로 갈아치운 그녀다. 많은 사랑과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세번째 소설집 『비행운』(문학과지성사, 2012)을 가지고 왔다. ‘비행운’은 새로운 삶을 동경하는 형식으로(飛行雲), 하지만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연쇄적 불운(非幸運)에 발목 잡힌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문학평론가 박준석이 말했듯 “김애란 소설은 우선 안부를 묻고 전하는 이야기, 말하자면 하이-스토리hi-story라고 부를 수 있다. 이 안부에는 개인적인 소소한 안녕을 넘어선 어떤 윤리”를 가지고 동세대의 실존적 고민을 드러내며 살아남은 자들에게 인사를 전한다. 친구처럼 곁에서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러 온 듯 이번 소설집에서도 김애란은 자신의 매력을 백분 발휘한다. 또한 좀더 많은 세대와 공간을 아우르며 ‘확장’을 시도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김애란 ‘너머’를 발견하게 하는 기회를 마련해줄 것이다. 김애란의 소설에서 대개 비행운의 꿈은 아이러니컬하게 구조화된다. 비행운의 꿈을 꿀수록, 그러니까 비행운에 대한 동경이 핍절할수록, 비행운(非幸運)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비행운(飛行雲)과 비행운(非幸運) 사이의 속절없는 거리에서, 작가 김애란은 우리 시대의 의미심장한 서사 단층을 마련하고, 감동적인 이야기 그물을 짠다. 그 이야기 궤적을 통해 우리는 2010년대 소설의 가장 진실한 숨결과 교감하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_우찬제(문학평론가, 서강대학교 국문과 교수) 니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 ― 김애란과 나의 커먼센스 김애란은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나의 고통을 이해해줄 듯한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친구’ 같은 작가다. 그녀가 구사하는 어느 대목에서는 마치 같은 통점을 갖고 태어난 쌍둥이 같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십대’의 고시원 생활, ‘아이-노인’의 생로병사를 통해서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아파하며 상처를 치유하려던 서사적 태도는 작가 스스로 서른을 훌쩍 넘어서는 동안 진정한 자기 반성을 수행하는 ‘성장’을 겪는다. 이십대에서 삼십대로 시간이 지나는 동안 그만큼 그의 작품이, 또 그 스스로가 품이 넓어졌다. 이것은 분명 김애란의 미덕이고 김애란식 기품이다. 서른의 품격을 갖추었달까. 그러한 성숙의 막막한 심연을 성찰하려고 한 서사적 수고의 결과가 바로 세번째 소설집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런데 이번 소설집에서 겪는 성장통은 좀더 강력하다. 살아남은 자는 슬프다고 했던가. 오직 운이 좋아서 좀더 살아남았다고 했던가. 『비행운』에 실린 작품 속 주인공들을 보면, 어쨌든 아직은 살아남은 외줄 위에 선 듯 아슬아슬하기만 한 사람들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변변한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취업을 했어도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인, ‘이전에도 채무자 지금도 채무자 좀더 나쁜 채무자’가 된 처지의 사람들. 한 번도 누구에게도 환영받아보지 못한 삼십대 후반의 택시기사와 화장실과 동격으로 취급받는 화장실 청소부. 그리고 주인공에 꿈속에서 등장하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박스를 줍고 계”신 할머니. 자기 세대를 넘어 다른 세대까지, 김애란식의 함께 아파하기는 주인공들의 영역을 확대 심화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을 가리켜 문학평론가 우찬제는 “자신을 반성적으로 성찰하는 것으로부터 문제의 근원을 전면적으로 재탐사하려는 태도야말로 진정성의 벼리를 알게 한다. 인간과 사회 구조의 양면을 전면적으로 성찰하면서 산문적 탐문을 새로이 하려는 상상력과 서사 윤리는, 이 소설집뿐만 아니라 이후의 소설집에 우리가 더 많은 기대를 걸어도 좋을 것이라는 사실을 넓고 깊게 환기한다”고 말하고 있다. 막막하고 막막한 존재들_김애란식 비극의 향연 『비행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쩐지 불행하기만 하다. 새벽 1시 아무도 없는 재개발 지역의 건물 잔해 위에서 양수가 터져 돌무덤에 주저앉게 된 임부나 크레인 위에서 체불 임금을 요구하다 실족사한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마저 당뇨 쇼크로 잃고 세상을 집어삼킬 듯한 홍수로 뒤덮인 흙탕물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소년, 그리고 첫사랑 때문에 발 들인 다단계 집단에 학원 제자를 끌어들이는 주인공 등 작가는 점점 상황이 나빠지기만 하는 존재상을 극적으로 서사화하면서, 비극적인 것에 몰입하고 있다. 이런 비극에의 몰입은 무엇보다 진정한 소통이 어려운 우리 시대의 우울과 소외를 자기 스타일로 혁파하면서, 가장 감동적이면서도 의미심장한 이야기로 진정한 소통의 자장을 넓고 깊게 하고 있다. 그러면서 김애란은 잊지 않고 그렇게 행복을 기다리느라 지겨웠던, 비행운과 맞씨름을 하느라 힘들었을 친구들에게 행운을 빌어준다. 다시 김애란 소설의 미덕이 발휘되는 지점이다. “여러 편에서 김애란은 막막하고 아득한 심연처럼 결말을 구성”하며 “막막함의 광장 공포 내지는 불안을 매우 극적인 구성적 상징을 획득”하는데, 이 점이 바로 “소설집 『비행운』을 관통하는 공통된 서사 문법”이다 이제 우리는 이렇게 ‘김애란식 비극’이라는 독보적인 한 장르를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