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심성을 꿰뚫는 프랑스 모랄리스트의 유쾌한 풍자와 독설
“17세기에 프랑스의 한 모랄리스트가 있었다. 프랑수아 드 라로슈푸코. 귀족 가문의 아들로 태어난 까닭에 장밋빛 장래가 보장되었지만 정치적 음모에 휘말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야 했다. 그리고 40대 후반에 정치계에 염증을 느끼고, 어쩌면 정치적 야심을 버리고 은퇴한다. 그후 인간의 심성에 대한 사색과 성찰로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잠언과 성찰>이다.”
― 〈역자 후기〉 중에서
‘모랄리스트’란 인간성에 대한 성찰을 에세이, 격언집, 단장(斷章) 등의 형식으로 남긴 일련의 프랑스 작가들을 일컫는 것이다. 16세기에 <수상록>을 쓴 몽테뉴를 필두로 모랄리스트 문학이 절정을 이룬 것은 17세기의 고전주의 문학시대로, <잠언과 성찰>의 라로슈푸코, <팡세>의 파스칼, <사람은 가지가지>의 라브뤼예르 등이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있는 그대로의 인간 모습을 허심탄회하게 규명하고, 살아 있는 현실과의 접촉을 한시라도 잃지 않으려고 하였다.
<잠언과 성찰>은 1665년 집필되어 유럽 여러 나라에서 정정되고 추가되어 최종적으로 504개의 잠언으로 정리되었다. 이 책은 1946년 에디시옹 마르끼에서 출간된 라로슈푸코의 <잠언과 성찰>을 새롭게 번역해 <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 511>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것이다.
“우리의 미덕은 대개의 경우 위장된 악덕에 불과하다”
라로슈푸코는 연애와 야심이 판치는 궁정에서 지냈고 수많은 전쟁과 정치적 음모를 겪으면서 자신의 체험을 우리에게 남겨놓았다. 신랄하고 염세적이며 모든 위선을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 511>을 통해, 결국 인간의 행위는 모든 이기심을 감춘 행위하고 말한다. 모두가 자신에게 돌아올 작은 이익을 바라고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라로슈푸코는 모랄리스트로서 인간을 반성함에 있어서 개념적 사유를 따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있을 수 있는 인간을 그렸다. 일상생활의 경험을 단편적으로 기술하고 이에 대한 처세훈을 기록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성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보편적인 인간상을 그려냈다. 그의 문장은 지금 읽어도 섬뜩하도록 놀라거나 충격적으로 다가오는데, 시대를 초월해서 인간의 진면목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원서의 제목에서 보여지듯이 ‘도덕적 성찰’이다. 도덕률이 시대를 초월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 옛것에서 배울 점은 있을 것이다.
2009년에 출간된 <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 511>은 나무생각 출판사의 〈큰글씨로 읽는 책〉 시리즈의 첫 번째로, 〈큰글씨로 읽는 책〉 시리즈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어르신들이 보다 쉽게 책을 접하고 읽으실 수 있도록 본문과 책표지 등 전체를 큰글씨로 편집하여 출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