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소설가의 첫 작품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내가 생각하는 소설가의 눈과 입을 발견했다. 시선에서 질문까지, 모두 인상적이다.”
-김연수(소설가)
“마음을 다 맡기며 좋아할 수 있는 새로운 작가를 만나서 벅차다.”
-정세랑(소설가)
★우리 SF의 우아한 계보, 김초엽 첫 소설집
지난겨울까지 바이오센서를 만드는 과학도였던 김초엽 작가는, 이제 소설을 쓴다.
어디에도 없는 그러나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상상의 세계를 특유의 분위기로 손에 잡힐 듯 그려내며, 정상과 비정상, 성공과 실패,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끊임없이 질문해온 신인 소설가 김초엽. 그의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출간되었다.
2017년, 「관내분실」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대상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가작을 동시에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심사를 맡았던 소설가 배명훈, 김보영으로부터 “작가는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하고, 작품을 통해 그 질문을 다른 사람들의 코앞에까지 내밀 수 있어야 한다. 그 일을 거친 결과, 작가와 작품은 스스로 쨍하게 아름다워진다. 이 글 「관내분실」처럼” “슬픔에 좌절하지 않고, 어쩌면 영원히 갈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자신의 인생과 생명을 걸고 그 의지를 끝까지 관철하려 한다는 데서 이 작품(「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감동을 준다”는 평을 이끌어냈다.
등단작 「관내분실」은 “모성애라는 쉬운 답을 피해 이 어려운 길을 택한 것만으로도 흡족한데, 그 과정 끝에 놓인 장면이 정말이지 ‘SF적’으로 참 아름다워서, 적어도 우리가 ‘이런 SF’마저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게으르지는 않다고 항변하고 싶어졌다”(문학평론가 황현경, 『문학동네』 2018년 여름호)라는 평을 받으며 SF문학에 대한 비평가들의 관심을 이끌기도 했다. 그 결과 신인소설가로서는 드물게 등단 일 년여 만에 《현대문학》 《문학3》 《에피》 등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한 작품으로 첫 소설집을 출간했다.
★시선에서 질문까지, 모두 인상적이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희로애락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뿐, 섣불리 판단내리지 않을 때 소설가의 눈은 더없이 맑고 투명해진다. 명징하고 광대하게, 이 세계를 바로 볼 줄 아는 이 시선에서만 ‘인간이란 무엇이며, 인류는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생겨난다. 젊은 소설가의 첫 작품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내가 생각하는 소설가의 눈과 입을 발견했다는 사실이다. 시선에서 질문까지, 모두 인상적이다. - 김연수(소설가)
김초엽의 소설은 상상의 세계를 그려내면서도 소설가 김연수가 추천의 글에서 말한 것처럼, 현실의 세계를 섣불리 판단내리지 않고 투명하게 담아낸다. 그 세계는 아름답지만 순진하지 않고 어디에도 없지만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뛰어난 과학자 릴리 다우드나로 인해 ‘완벽한’ 유전자의 선택이 가능해진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완벽함의 범주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경계 밖으로 밀려난다. 한편, 소설에는 장애도, 차별도, 혐오도 없는 그리고 사랑도 없는 행성인 ‘마을’이 함께 그려진다. 이 아름답고도 평화로운 ‘마을’은 일종의 ‘유토피아’를 상상케 한다. 성년이 되면 순례를 떠나는 이들 중 일부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의문을 빼면 말이다.
“마을이 유토피아라면,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이 물음은 장애를 비장애로, 디스토피아를 유토피아로, 불완전함을 완전함으로 간편하게 뒤집는 대신 오히려 그 이분법적인 항들의 관계를 사유하게 한다”(작품해설 중)라고 문학평론가 인아영은 말한다. 무엇이 우리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혐오와 차별, 모순으로 가득 찬 세계를 분투하며 살아가게 하는지. 이 소설은 이야기를 통해 질문한다.
★소녀들의 영웅이 금메달리스트일 필요는 없다
김초엽의 소설에는 정상과 비정상, 성공과 실패, 주류와 비주류 등 경계를 향한 응시가 있고, 질문이 있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에는 실패한 여성 우주인이 등장한다. ‘우주 너머’를 항해하기 위한 우주인 선발에 뽑히지만 내로라하는 ‘스펙’이 없는, 무엇보다 나이 많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난받는 ‘재경 이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난 때문에 좌절하지도 낙담하지도 않는다. 누군가의 기대에 부흥할 생각도, 누군가의 기준에 의한 성공을 향해 질주할 생각도 않는다. 소설은 마치 잃어버린 역사를 쓰는 젊은 역사가를 떠올리게 한다. ‘여성사’를 쓰는 젊은 역사가의 질문과 닮아 있는 것도 같다. 왜 어떤 기록은 기록되지 않는가, 왜 역사는 언제나 남성의 서사이고 성공의 롤모델 또한 남성인 경우가 대부분인가. 소수자에게 그들 역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있는 것이지, (누군가의 기준에 따른) 성공의 역사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미션에 실패했다고 비난받는 우주인일지라도, 어떤 소녀에게는 그의 존재 자체가 응원일 수 있다. 무엇이 성공이고, 무엇이 실패인가. 우주 미션에는 실패했지만, 소녀를 응원하는 일에 성공했다면 그 삶을 실패한 삶이라 할 수 있을까. 소녀들의 영웅이 금메달리스트일 필요는 없다. 이 소설에서는 여성들로 이루어진 대안 가족의 모습도 그려내는데, 우리의 가족제도가 반드시 당연한 것은 아니라고, 우정과 연대의 공동체로서 가족의 가능성을 말하기도 한다. 작가의 고민과 질문을 “쨍하게 빛나는” 이야기로 들려준다.
★다섯 개의 위성이 뜨는 곳에서도, 지지 않는 마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주인공은 매력적인 ‘할머니 과학자’이다. 가족과 생이별하고, 아득한 우주에서 재회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을 그리고 있다. 「스펙트럼」에도 ‘할머니 과학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동안 왜 서사의 주인공은 남성이거나 여성이어도 젊은 여성인 소설이 주가 되었을까? 문학평론가 서영인은 ‘할머니’가 서사의 주인공으로 등장함을 김초엽 소설에서 포착한다. 그러면서 이 소설 「스펙트럼」에서 다룬 ‘언어’에 관해 주목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외계 생명체들의 언어다. 문자 대신 색채로, 문서나 책 대신 그림으로 기록을 남기는 그들의 언어. 그러니 풍경이 말이 되고 빛과 어둠이 말의 의미를 결정할 터였다.”(<할머니 우주인 할매 시인>, 《한겨레신문》)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마음이 느슨해졌다. 눈앞의 루이가 바로 며칠 전까지 함께 지내던 바로 그 루이처럼 느껴졌다. 루이는 희진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희진의 뒤로 펼쳐진 노을을 보고 있었다.
“그럼, 루이. 네게는…….”
희진은 루이이 눈에 비친 노을의 붉은 빛을 보았다.
“저 풍경이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보이겠네.”
희진은 결코 루이가 보는 방식으로 그 풍경을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희진은 루이가 보는 세계를 약간이나마 상상할 수 있었고, 기쁨을 느꼈다.
- 「스펙트럼」 중에서
문학평론가 인아영은 스펙트럼에서 외계생명체인 ‘루이’와 주인공 ‘희진’이 첫 소통을 하는 장면을 인용한다. “이해 불가능성에 대한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을 본 적이 있던가. 루이는 희진에게 언제까지나 “마음을 다해 사랑하기에는 너무 빨리 죽어버리는, 인간의 감각으로는 온전히 느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완전한 타자”이다. 그러나 그 앞에서 희진은 이들을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불가능을 알면서도 믿으려고 하며, 그들의 존재를 받아들이려고 한다. 지구에 돌아온 희진이 평생 수집했던 유리가 “보통의 감각으로 볼 수 없는 대상을 보게 하는 도구”라면, 이 아름다운 장면을 가능케 하는 외계 생명체와 다른 행성을 그릴 수 있는 SF소설은, 우리로 하여금 지금 여기의 세계를 새로운 감각으로 보게 하는 또 하나의 유리일 것이다.“(《현대문학》 2018년 9
Annnn
4.5
무엇이든 빛만큼이나 빠른 이 세계에서 빛의 속도로 갈 수 없고, 같은 우주 속에 산다할지라도 모두가 똑같은 세계에 살지는 않는단 사실을 깨달아 버린, 여전히 뒤편에 남겨진 이들을 위하여.
권혜정
3.0
“그럼 루이, 네게는.” 희진은 루이의 눈에 비친 노을의 붉은 빛을 보았다. “저 풍경이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보이겠네.” [스펙트럼] 中 ‘색깔’을 언어로 가진 루이에겐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이 소설에서 가장 아름답게 느껴졌던 문장.
simple이스
4.0
창의적인 SF소설에서 우리가 꼭 지녀야 할 따뜻함을 보았다. . . 빛의 속도에만 관심을 보일 미래에 그 뒤 두고 온 감정과 차별을 말하며 빛나는 이야기들
성유
5.0
시간이 흐르며 저물어가는 것들의 결을 섬세하게 쓸어보면 잊히고 사라진 누군가의 흔적은 다시 의미가 되어 떠오른다. + '벌새' 김보라 감독, 차기작은 SF소설 원작의 '스펙트럼' [공식] '벌새' 김보라 감독, 차기작은 SF소설 원작의 '스펙트럼' [공식] '벌새' 김보라 감독, 차기작은 SF소설 원작의 '스펙트럼' [공식] 나 울어..
정선주
4.5
'왜 주인공을 남자로 설정하셨나요?'라는 질문은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주인공들이 여성이라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말은 하지 않을테다. 그건 숨쉬듯이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이렇게 살아있는 우리가 타자로만 존재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 각각의 단편에 깃들어있는 아이디어보단 그를 서술해나가는 김초엽 작가님의 태도-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리게 만드는 태도나 사람을, 그리고 앞으로의 세계를 믿어보려는 태도-가 자꾸 나를 멈춰세운다.
GLASS
4.0
잘 자. 고작 그 정도의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는 사실을 예전에는 몰랐다.
시즌
4.0
7개의 단편이 모두 미래를 향해 있지만, 나는 이 책의 메시지를 그리움으로 봤다. 이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간다면 놓치게 될 지도 모르는 것들, 그래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으니 꼭 돌봐야하는 것들의 이야기다.
예린
3.5
문장이 유려한 작가는 많지만 여러 소재를 엮어 큰 울림을 주는 작가는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대단히 탁월한 성취를 보여준다. 7개의 아름다운 단편들이 뒤로 갈수록 서로를 끌어안는 형태로 나아가면서 결국 모두가 한 지점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 나는 소설보다는 비문학을, 텍스트보다는 영상을 좋아하는 편식이 심한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초반 두 편의 단편은 어쩌면 조금은 어리둥절하게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점점 책을 읽어 나갈수록 작가가 기본적으로 사람과 우리관계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으로 이 글을 썼다는 생각이 들었고 과학과 우주용어가 난무하는 단편들 속 몇몇은 울컥하기도 하였다. 과학에 문외한인 내가 이러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7개의 단편들이 모두 우리 사회의 그림자처럼 존재하고 있는 어떠한 부분을 건드리고 있고 그러한 작가의 관찰력이 나를 슬프게 하기도, 나를 되돌아 보게도 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 어떻게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싶은 <관내분실>은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단편이다. '관내분실'이라. 인간의 마인드를 데이터로 저장할 수 있는 도서관에서 하필이면 관계가 소원했던 우리 엄마의 인덱스가 사라진 이 이야기는 하나의 이야기만을 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 내에서도 사회에 '존재'하고 있지만 '분실'된 것처럼 살아가는 삶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한다면, 가슴이 아릿하면서도 등골이 서늘한 이야기가 바로 이 이야기였다. . '엄마는 마치 없는 사람 같았다. 최소한의 흔적만을 남기고 그냥 그렇게 살다 가버린, 이제는 없는 사람.' . 돌아가신 엄마의 유품상자 속을 찾아도 찾아도 적당한 것이 나오지 않는 현실이, 김은하라는 이름은 지워진 채 두 아이의 엄마라는 명찰만이 어깨를 짓누를 때의 그 감정이, 내가 여성이자 한 여성의 딸이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지민이 세계 한가운데에 있었을 엄마를 찾았을 때, 은하가 지민의 손끝을 잡았을 때, 나도 나 자신을 찾은 것 같았으니까 말이다. . 결국 이 소설은 소외되고 낮은 곳들을 향한 항해이다. 계급을 나누고 다름의 벽을 세우는 복잡한 세상이 아니라 태초의 박동하는 생을 찾아 나서는 모험이다. 이 생생한 경험을 이 책을 통해 오랜만에 느낄 수 있어서 잠시나마 행복했다. 오랜만에 읽는 소설의 묘미를 조금이나마 안 것 같다.
더 많은 코멘트를 보려면 로그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