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위대한 작가들의 내면까지 찍어내는 초상사진가 질 크레멘츠의 카메라에 포착된 56인, 그들의 가장 사적인 책상 풍경 『작가의 책상』(위즈덤하우스)은 포토저널리스트이자 작가들의 초상사진가인 질 크레멘츠가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책상을 흑백사진으로 농밀하게 담아낸 포토 에세이다. 캐서린 앤 포터, E. B. 화이트, 조르주 심농, 파블로 네루다부터 제임스 미치너, 존 치버, 커트 보니것, 수전 손택에 이르기까지 56인의 작가들이 자신만의 내밀한 사적 공간에 크레멘츠를 기꺼이 받아들였고, 그 덕분에 우리는 그녀의 카메라 렌즈를 통해 아무나 받아들여지지 않는 그곳으로 초대받는다. 이 굉장한 작가들의 이름들 사이에는 우리와 동시대를 호흡하며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스티븐 킹, 토니 모리슨, 필립 로스, 조이스 캐럴 오츠, 존 어빙 등도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 책에는 작가들의 영혼과 내면까지 찍어낸 듯한 크레멘츠의 사진뿐만 아니라, 집필을 위한 사소한 습관과 금기 또는 남다른 의식 등 개성적인 작업 방식과 창작 비결을 털어놓은 작가의 진솔한 육성도 생생하게 담겨 있다. 존 업다이크의 매혹적인 서문은 “문학 행위의 정사 현장”으로 책상을 은유하면서, 자기만의 글을 잉태하는 작가의 공간에 드리워져 있던 커튼을 열어젖힌다. 56인 56색의 책상 풍경을 통해 작가들의 머릿속을 훔쳐보다 존 업다이크는 서로 다른 재질의 책상 세 개를 서로 다른 용도로 이용하는데 오크 책상에서는 편지를 쓰거나 전화 통화를 하고, 어느 퇴역 군인이 쓰던 녹색 철제 책상에서는 소설의 도입부나 시를 쓰며, 흰색 포마이카 책상에서는 워드프로세서로 타이핑을 한다. 스티븐 킹은 엄청난 상업적 성공에 비하면 턱없이 비좁아 보이는 공간을 반려견과 함께 사용하는데, 그의 책상도 두 발을 겨우 올려놓을 수 있는 정도만 비어 있다. 그는 그곳에 발을 걸치고 의자에 완전히 몸을 기댄 채 자신의 ‘장난감 트럭(꼭 소설이 되지는 않더라도 작업하기에는 재미있는 스토리)’들을 가지고 논다. 수전 손택의 길고 널찍한 책상에는 다이얼 전화기 한 대와 《뉴욕 리뷰》, 그리고 책과 종이 뭉치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고, 그녀 자신은 올리베티 타자기 광고 포스터를 등지고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운 채 드넓은 책상에 비하면 너무나 좁다란 거상(踞床)에 앉아 있다. 침대를 들이고 옹색하게 남은 공간에 놓인 존 치버의 작은 책상 위에는 담배 두 갑과 꽁초로 가득한 재떨이, 그리고 술잔이 대기하고 있다. 나비넥타이를 매고 파이프 담배를 문 조르주 심농의 책상 위에는 잘 깎아놓은 연필 열 자루가 꽂혀 있는 연필꽂이 외에도 파이프 열여섯 개쯤이 줄지어 정렬되어 있다. E. B. 화이트는 목조 오두막 안에서 소박한 목제 책상 위에 타자기 한 대만 올려놓고 넓은 창밖으로 펼쳐지는 호수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글쓰기에 여념이 없다. 토니 모리슨은 노트를 들고서 앉은 자리가 책상이나 다름없고, 로스 맥도널드도 어디에서든 기다란 나무판자를 책상 삼아 괴고 앉아 쓰기 시작한다. 맨발에 느슨한 실내복 차림인 커트 보니것은 비좁고 낮은 선반 위에 타자기만 놓아두고 거대한 사전류를 무릎으로 받쳐서 책상으로 대신 쓰고 있다. 커트 보니것의 사진이 유난히 편안해 보이는 것은 사진을 찍는 질 크레멘츠가 그의 아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굉장한 작가들의 책상이 말하는 것은 창작자의 궁리와 수고와 노심초사의 과정, 즉 창작의 비밀스런 공장인 그들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56인 56색의 책상들, 그러나 이 책상이 그저 인테리어용 가구에 지나지 않는다면 질 크레멘츠의 작업은 무의미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책상 중에서 유독 작가의 책상이 궁금해지는 것은, 소설가 이승우가 말했듯이 “이 굉장한 작가들의 책상이 말하는 것은 창작자의 궁리와 수고와 노심초사의 과정, 즉 창작의 비밀스런 공장인 그들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책상은 어쩌면 가장 작은 공간일지도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심원한 정신의 불가침 영역으로 작가에게는 작품을 탄생시키는 소우주이기도 하다. 『작가의 책상』에서 크레멘츠는 작가들의 책상을 섬세하게 클로즈업해서 창작과 상상력의 소우주로 우리를 안내한다. 56인을 위대한 작가로 만들어준 책상, 그 작은 공간이 글을 쓰는 모든 이에게 특별한 영감을 선물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