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스릴러’란 말은 바로
이 숨 막히는 소설을 위해 만들어졌으리라
단 두 시간의 외출,
내 아이의 요람에 낯선 아기가 누워 있다!
남편도 경찰도 믿어 주지 않는 가운데, 감쪽같이 바꿔치기당한 딸을 되찾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는 여성의 절박한 상황을 그린 심리 스릴러 『리틀 페이스』가 레드박스에서 출간됐다.
이번 작품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소피 해나는 영국에서 중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아는 저명한 시인이자 51개국에서 작품을 출간한 세계적인 소설가다. 또한 2014년에는 애거사 크리스티 재단의 지지를 받으며 에르큘 프와로가 등장하는 『모노그램 살인 사건』을 발표,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리틀 페이스』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아홉 권이 출간된 ‘스필링 범죄 수사반’ 시리즈는 탁월한 수사 실력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지만 여성에게 트라우마가 있는 말단 형사 사이먼과, 그의 직속 상사이자 그를 짝사랑하는 찰리 콤비가 영국의 작은 마을 스필링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세 번째 작품 『구조 포인트』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첫 회 ‘540만 가구 시청’이라는 기록을 세우고, 여덟 번째 작품 『캐리어』가 내셔널 북 어워드에서 ‘올해의 크라임&스릴러 상’을 수상하는 등 독자와 평단으로부터 꾸준히 사랑받아 온 시리즈다.
그 첫 번째 작품 『리틀 페이스』는 상상도 못 한 비극 앞에서 자신과 타인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쉽게, 철저히 무너져 내릴 수 있는지를 소름 끼칠 정도로 생생히 그리고 있다. 시 문학 협회로부터 차세대 시인으로 인정받은 작가의 지적이고 유려한 문장, 마음 깊숙이 파고드는 심리 묘사, 무심코 숨을 멈추게 만드는 긴박한 전개까지, 『리틀 페이스』는 최근에 소개된 『나를 찾아 줘』나 『걸 온 더 트레인』과는 또 다른 깊이감과 재미를 준다.
평범한 삶 바로 옆에 도사리고 있는 비극
그 오싹한 악몽이 지금 현실로 살아난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듯한 앨리스 팬코트의 삶이 악몽의 나락으로 떨어지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잠시 시내를 다녀온 사이에 생후 이 주밖에 되지 않은 딸이 다른 아기와 감쪽같이 뒤바뀐 것이다. 게다가 집에 있었던 남편은 그 아기가 딸이 맞는다며 오히려 앨리스를 미친 사람 취급한다.
앨리스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독자는 주인공과 하나가 돼 분노하는 한편 의문이 들기 시작할 것이다. 누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였을까? 혹시 앨리스가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주인공의 절박한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가운데, 작가는 곧바로 또 다른 사건 속으로 독자를 이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아기 ‘리틀 페이스’와 앨리스가 실종된 것이다. 뛰어난 직관으로 세상 모든 일을 예감할 수 있길 희망하고, 실제로 경험 풍부한 선배 형사들보다 월등한 실력으로 사건을 해결하지만, 여자에 대한 트라우마와 인간 불신으로 경찰 생활이 힘겨운 말단 형사 사이먼과, 그를 짝사랑하는 선배 형사 찰리의 시점에서 두 번째 실종 사건이 다루어진다.
이렇듯 앨리스의 시점과 형사들의 시점이 교차되는 가운데, 독자는 아이 잃은 엄마의 심정으로 절망에 몸부림치다가 형사의 날카로운 시선에서 그런 앨리스의 뒤죽박죽된 말과 행동을 관찰하게 된다. 더불어 앨리스뿐 아니라 갑작스러운 비극에 무너지는 그녀의 남편과 시어머니, 앨리스의 실종을 예감하지 못한 형사 사이먼의 절망, 그가 앨리스를 사랑한다고 믿는 선배 찰리의 질투 등 사건을 둘러싼 모든 인물들의 내면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며 비극이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를, 그리고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비극 앞에서 얼마나 쉽게 변해 가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