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도서 지정 이후 만 10년신자유주의는 아직도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70만 독자가 선택한 책전 세계 20개국 출간160주 연속 경제 베스트 국방부가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포함한 23종의 도서를 불온도서로 지정한 지 올해로 만 10년이 되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 책은 반미, 반자본주의를 주장하는 반정부 도서였다. 그러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미국 정부가 취해 온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일 뿐 미국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또한 이 책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는 것일 뿐 사회주의 계획 경제를 지지하는 책은 아니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위험성을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소개한 대중 경제서였다. 당시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근사한 구호 아래 신자유주의가 금과옥조처럼 여겨지던 때였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이런 조류에 역행해 신자유주의 담론을 정면에서 비판했다. 그리고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전에,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계속 유지된다면 대규모 경제 위기, 나아가 제2차 대공황을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그렇다면 10년이 지난 오늘의 상황은 어떠한가? 장하준 교수는 특별판 서문에서 신자유주의는 아직도 세계를 지배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신자유주의의 희생자로서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단언한다. 다시 말해 세계 경제에서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관계는 10년 전과 유사하게 지속되고 있으며, 한국 사회에서 부자와 가난한 자의 관계 역시 더욱 악화되고 있다. 부자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들에게 강요했던 일들이 한국 사회 내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불온도서 지정 10년, 그 후…70만 독자가 선택한 책전 세계 20개국 출간160주 연속 경제 베스트2007년 10월, 『나쁜 사마리아인들』 한국어판이 출간되다2007년 우리말로 번역된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위험성을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소개한 대중 경제서였다. 당시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근사한 구호 아래 신자유주의가 금과옥조처럼 여겨지던 때였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이런 조류에 역행해 신자유주의 담론이 얼마나 허약한 역사적·이론적 근거에 기초하고 있고, 그것이 추천하는 무역 자유화·외국인 투자 자유화·민영화·보수적 재정 정책 등이 얼마나 경제 전반에 해로운가를 보여 주려고 했다. 이 책이 강조한 것은, 이런 정책이 가난한 나라들에게는 더더욱 안 좋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의 부자 나라 자신들이 경제 발전을 할 때는 그들이 현재 가난한 나라들에게 강요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쓴 적이 없다는 점이었다. 장하준은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30년 후의 미래를 상상하며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계속 유지된다면 대규모 경제 위기, 나아가 제2차 대공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1980년대의 일본 거품 경제의 붕괴와 1990년대 우리나라에서는 외환 위기로 이어진 아시아 금융 위기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곱씹으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이를 피하려면 보호 무역과 산업 정책을 통해 경제 발전을 이룬 부자 나라들이 이제는 자유 무역을 해야 한다고 설교하는 것을 멈추고, 가난한 나라들에게 유리하도록 경기장을 기울어지게 만드는 데 힘을 쏟아야 했다. 가난한 나라들이 자국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허용하면 경기자들 간의 수준 격차가 좁혀지고, 그 결과 경기장을 기울어지게 만드는 것이 더 이상 불필요해지는 날이 보다 쉽게 앞당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2008년 7월, 국방부 불온도서 23종을 지정하다난데없이 2007년 한 해에만 10만 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된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국방부가 지정한 불온도서 목록에 올랐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불온도서라는 발상 자체도 시대착오적이었지만 그 이유 또한 어처구니없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 책은 반미, 반자본주의를 주장하는 반정부 도서였다. 그러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미국 초대 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의 유치산업 보호론,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을 비롯해서 미국의 경제 사상과 경제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비록 1980년대 이후 미국 정부가 취해 온 신자유주의 정책, 특히 그런 정책을 후진국에 강요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이기는 했지만 그것은 특정 정부, 특정 정책에 반대하는 것일 뿐 미국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반자본주의라는 이유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기는 하지만, 사회주의 계획 경제를 지지하는 책은 아니었다. 또한 이 책은 무분별한 시장주의가 지나친 불평등과 경제 불안을 가져와 자본주의의 안정성을 위협하기 때문에, 시장을 적절히 규제하고 복지국가 등 사회 통합적 정책을 펴는 것이 사실은 자본주의를 더 잘 지키는 책이라고 지적했다. 간단히 말하면 자본주의를 지키려고 신자유주의를 비판한 책이었다. 게다가 이 책에서 추천하는 대부분의 정책은 ‘보수’를 자임하는 세력에서 그렇게도 신격화하는 박정희 대통령이 시행했던 정책이다. 그러니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반자본주의적이라면 박정희도 반자본주의자인 셈이었다.2008년 9월, 세계 금융 위기가 발생하다2007년 8월 9일 프랑스 최대은행 BNP파리바은행은 서브프라임 부실로 인한 신용경색을 이유로 자사의 자산유동화증권 펀드에 대한 자산가치 평가 및 환매를 일시 중단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08년 9월 15일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 신청을 하며 대공황 이후 최대의 금융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장하준이 『나쁜 사마라아인들』에서 경고한 바로 그 위기가 불과 1년여 만에 발생한 것이다. 이 재앙은 따지고 보면 1980년대부터 세계를 지배해 온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에 그 원인이 있었다. 정부 소유의 기업과 금융 기관들을 민영화하고, 금융 및 산업 부문에 대한 규제를 없애고, 국제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하고, 소득세를 인하하고 복지 지출을 줄인 결과였다.『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지적한 대로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한 자유 시장 정책은 금융 위기 전부터 대부분의 나라에 성장이 둔화되고 불평등과 불안정이 심화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었다. 부자 나라들에서는 막대한 신용 확대 조치로 이 문제를 덮어 왔다. 1970년대 이후 미국의 임금 수준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노동 시간은 늘어난 현실은 신용 확대에 힘입은 소비 붐으로 눈가림해왔다. 가난한 나라들이 당면한 문제는 한층 더 심각했다. 사하라 이남 지역 아프리카 국가들의 생활수준은 지난 30여 년 동안 전혀 향상되지 않았고,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1인당 성장률은 3분의 2가 떨어졌다. 2008년 금융 위기는 결국 신자유주의자들이 한 이야기가 잘해야 부분적으로만 맞고, 최악의 경우에는 완전히 틀린 말이었음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2018년, 신자유주의는 끝났는가?그렇다면 10년이 지난 오늘의 상황은 어떠한가? 장하준은 『나쁜 사마리아인들』 특별판 서문에서 신자유주의가 아직도 세계를 지배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신자유주의의 희생자로서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단언한다. 다시 말해 세계 경제에서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관계는 10년 전과 유사하게 지속되고 있으며, 한국 사회에서 부자와 가난한 자의 관계는 ‘갑질’, ‘양극화’라는 말이 유행한 것처럼 더욱 악화되고 있다. 부자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들에게 강요했던 일들이 한국 사회 내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2008년 금융 위기가 발생하자 신자유주의자들은 일시적으로 몸을 사렸다. 세계화와 시장 자유화 덕분에 끊임없이 번영하는 경제 체제가 만들어졌다고 자랑하던 그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도 잠깐, 2011년 유로권 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자들은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유로권 위기는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생산성이 낮은 취약한 경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