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니가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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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판타스틱」에 '드림 드림 드림'을 발표하며 등단한 후 창비장편소설상,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하고 미디어 플랫폼 넷플릭스의 러브콜을 받는 등 각종 매체와 독자의 마음을 골고루 사로잡은 작가 정세랑의 '첫' 장편소설이다. 분야와 소재를 가리지 않고 소설 영토를 종횡무진하는 상상력과 거침없는 필력은 이 소설에 아홉 개의 이야기를 짜넣으며 조합한 솜씨로 일찌감치 예고된 것인지 모른다.장르 소설가 재화가 작품 속에서 헤어진 남자친구 용기를 아홉 번이나 죽이게 되고 그 죽음의 순간이 용기의 피부에 문신처럼 새겨진다는 게 작품의 큰 줄기다. 정세랑의 특장인 생동감 있는 대사의 말맛이 잘 살아 있는 이번 장편은 스릴러적인 긴장과 비판적 시선을 놓지 않으면서도 발랄하게 튀어오르는 탄성과 재치로 읽는 이에게 건강한 웃음을 남긴다.8년 만에 전면 개정하여 선보인 이 작품은 동세대의 감수성과 달라진 지형을 영리하게 반영하며 거의 모든 문장을 고치고 설정을 세밀하게 다듬었다. 그동안 '한국 문학'의 경계가 어디인지 시험하며 다채로운 빛깔로 새로운 종이 되고자 꿈틀거려온 그다. 이제 새로운 독자들의 감수성이 펼쳐둔 지도 위 정세랑이라는 별자리는 그 한가운데서 빛난다. 좋은 이야기는 어려운 선택을 하는 이들의 편에 서는 이야기라고 믿는 작가 정세랑. 그가 썼으며 앞으로 써나갈 이야기의 우주, 그 씨앗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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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
4.0
정세랑 작가님은 자신이 '낡았다' 소리를 듣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작가의 말에서 말한 것처럼, '소설이 낡는 속도는 세계가 나아가는 속도와 일치하'니까. 그러나 2011년에 작가님이 지은 이야기는 애석하게도 2019년에도 조금도 낡지 않고 여전히 유효하네요.
olll
4.5
모호한 메타포로 덧칠된 글보다 가벼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있는 글이 주는 위안이 훨씬 크다. 오랜만에 명치가 간질간질하다.
김경민
4.5
나는 오늘도 네 좌표를 알지 못해. 우리의 좌표가 어디서부터 어긋났는지 알지 못해. 네가 나빴는지, 내가 나빴는지, 우주가 나빴는지 알지 못해.
윤오
5.0
옛날 사람들처럼 편심(片心),촌심(寸心),단심(丹心)같은 단어들을 쓸 때마다 지잉,하고 뭔가 명치께에서 진동하고 만다. 수천 년 동안 쓰여온, 어쩌면 이미 바래버린 말들일지도 모르는데, 마음을 '조각' 혹은 '마디'로 표현하고 나면 어쩐지 초콜릿 바를 꺾어주듯이 마음도 뚝 꺾어줄 수 있을 듯해서, 그렇게 일생일대의 마음을 건네면서도 무심한 듯 건넬 수 있을 듯해서. 언젠가 용기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던 날이 있었다. 용기는 그 말을 초콜릿 바를 받듯 가벼이 받았었다. 재화의 마음, 꺾인 부분에서는 잔 가루들이 날렸는데. 너는 모르지. 단심. 흐리멍덩한 붉은색이 아니라 좌심실의 붉은색, 가장 치명적인 부분을 헤집어 보여주는 것 같은 진지함이 있었다. 그 순간에는 옛날 사람들처럼 고전적으로 진지했다. 그리고 그 바보 같은 럭비 선수는 전혀 그렇지 못했지. 뭐가 그렇게 심각하냐고 재화를 보고 웃었었다. 마음을 얘기하고 사랑을 얘기할 때는 역시 진지해야해, 재화는 먼 곳의 용기에게 중얼거렸다. 어디서 누구를 사랑하고 있든 간에 신중히 사랑을 말하길. 휘발성 없는 말들을 잘 고르고 골라서, 서늘한 곳에서 숙성을 시킨 그다음에, 늑골과 연구개와 온갖 내밀한 부분들을 다 거쳐 말해야한다고. 그게 아니면, 그냥 하지 말든가.
이진영
4.5
헤어진 모든 연인들에게 속마음을 묻는다면, 아마 각자의 옛 연인을 어느 정도는 저주하고 있지 않을까? 무슨 부두술하듯 죽음까지 바라지는 않더라도 그냥 날 떠난 이후의 행복 총량이 날 만나기 전보다 좀 적었으면 하지 않을까. 내가 사라진 일상의 허전함을 한번쯤은 느꼈으면 좋겠고, 나와의 기억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는 걸 어떻게든 느끼길 바라지 않을까. 아니면 다 떠나서 그냥 꼴보기가 싫으니까 어디 가서 레고나 옴팡지게 밟았으면, 하지 않을까. 정세랑 작가님이 그려낸 재화의 저주는 그런 느낌이었다. 작품 속에서 자꾸만 용기를 죽이지만, 그게 정말 용기가 죽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온 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나의 세계를 이해해주지 않는 사람에 대한 원망, 나와 쌓아올린 것들을 바람 한 방에 너무 쉬이 날려버린 사람에 대한 투정 같은 느낌에 더 가깝다고 생각했다. 이 가볍고 선명한 저주를 보면서 나는 <응답하라 1988>의 선우-보라 소개팅 장면이 떠올랐다. 보라와 선우는 한동네에서 나고 자라, 오래 알고 지낸 사이. 학창시절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어 연인이 되었으나, 보라가 사법고시를 준비하게 되면서 이별. 이후 각자 잘 살다가 보라가 선우의 학교사람을 소개받는다. 그리고 정말 우연으로 그 자리에 대타로 나온 선우와 마주치는 장면. 한 마디로 구남친이 다니고 있는 대학사람을 소개받으려고 한 구여친. 선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묻고, 보라는 대답한다. "누난 참 대단하네요. 어떻게 아무리 그래도, 저랑 같은 학교, 같은 과, 그것도 동기랑 소개팅을 해요. 전 이제 신경도 안 쓰이나 봐요" "1%의 확률로 네가 나오지 않을까. 근데 별명이 쓰레기라고 해서, 아, 1%는 날아갔구나. 근데 다시 생각했지. 그렇다면 다른 1%의 확률에 걸어야겠다. 너 귀에 들어가라. 같은 학교 같은 과 동기니까 너 귀에 들어가라. 너 귀에 들어가서 정말 1%의 확률이지만 혹시 네가 나를 아직도 좋아한다면,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때문에 나왔어. 선우야, 미친 소리 같지만, 보고 싶었어." 물론 재화와 용기가 이 커플처럼 아주 진한 그리움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흔하게 볼 수 있는 위악적인 척, 모진 척, 아무렇지 않은 척이 느껴져서 떠올랐던 것 같다. 어쩌면 '척'이 아니라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일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알 방법이 없다. 재화의 생각을 빌리자면, "어쩌면 우리는 아직 이어져 있는 걸지도 몰라. 성층권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냄새 나는 연기들로부터 안전한 높은 하늘에 우리가 이어져 있는 어떤 망이나 막 같은 게 있는 걸지도. 텔라파시랄 것까진 없지만, 내가 널 오래 생각하면 너도 날 잠시쯤은 생각해줄지 모른다는 가능성, 그 가능성을 상상하면 평소보다 버텨내는 것이 편해지는지, 아니면 더 지겨워지는지." - <덧니가 보고 싶어>, p94. - 재화의 소설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었다. 재화가 쓴 소설들 역시 본편만큼이나 재밌는 이야기들이었다. 실제로 재화의 소설집이 나온다면 그걸 사서 소장하고 싶을 정도였다. '시공의 용과 열다섯 연인들', '늑대 숲에 팔을 두고 왔지', '해피 마릴린', '러브 오브 툰트라', '닭 발은 창가에', '물고기 왕자의 전설', '항해사, 선장이 되다', '나랑 시합을 할래?' 여덟 개의 작은 이야기들 모두 개성있는 이야기였다. 재화라는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어떤 이야기가 가장 좋았는지 하나만 꼽는 게 어려울 정도로 모두 마음에 들었지만, 그래도 굳이굳이 꼽아본다면 '닭 발은 창가에', '물고기 왕자의 전설', '항해사, 선장이 되다' 세 개를 픽하고 싶다. 이야기가 술술 읽히고 또 머릿속에 너무 선명하게 펼쳐졌다. 재치있고 여운있는 마무리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해당 이야기들을 다 읽고 나서도 쉬이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몇 번 정도 입속으로 더 읽어봤다. 여운이 잠잠해질 때까지 웅얼거린 후에야 놓아줄 수 있었던 이야기들. 특히 '항해사, 선장이 되다'는 그 직전 챕터 용기의 '총알을 다섯 개 넣고 하는 러시안 룰렛처럼'이라는 챕터 제목과 이어지는 것 같아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워프를 이용한 우주 항해가 보편화된 시대에 어느날 워프가 불안정해진다면 나는 워프를 이용할 수 있을까. 날 기다리는 가족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 도박을 할 수 있을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당장 귀가하려고 올라탄 엘리베이터가 날 엉뚱한 층에 내려주면 어떨까. 의아하겠지만 다시 가려던 층을 누를 테다. 그러다가 어느날부터는 조금 더 다른 곳에 내려준다면 어떨까. 그곳은 9.5층이 될 수도 있고, 옥상이나 지하, 혹은 다른 세계나 차원이 될 수도 있다. 건물에 계단이 없다는 가정하에 이런 가능성들이 존재한다면 나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을까. 나를 기다리는 가족, 연인, 강아지, 고양이가 있다면 쉽게 판단할 수 있을까. 나 역시도 확언하지 못하고,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판단을 내리겠지. '항해사, 선장이 되다'에서도 각자의 판단을 내린다. 비록 총알을 다섯 발이나 넣고 하는 러시안 룰렛이나 다를 바가 없지만, 어차피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없다면 총을 맞은 거랑 뭐가 다르겠어. "나는 돌아갈 거야." "어떻게요?" "위험을 감수해야지. 두고 온 사람들이 너무 많아." - <덧니가 보고 싶어>, p149. - 작가님의 글을 읽다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이 자꾸만 떠오른다. 인류애의 씨가 마를 상황이라고 해도, 네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종류의 사람이라고 해도, 다시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라도,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것들이 있고, 사랑하고 싶은 것들이 있고, 시도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을 부담스럽지 않게 풀어냈기 때문에 이 말이 떠오른 거 같다. 아무튼 또 한 번의 경쾌한 여행이었다. 정세랑 작가님 특유의 경쾌함으로 무장된 이야기들, 그래서 기괴한 요소가 나오는 이야기들이라도 과감하게 좋아할 수 있었다. 큰 틀은 스릴러 영화 같은 느낌이라 조금 긴장했었지만, 어쨌거나 그 안 재화의 이야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가벼움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얻을 수 있는 무게를 가늠한다는 말을 아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오래오래 작가님의 글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나옹
3.5
이 책의 장르가 뭐지?로맨스?판타지? 독특한 하드코어의 소설. 라이트한 듯 라이트하지 않는,그러면서 오묘한 듯 유쾌한 소설.이 유니크한 상상력에 빠져 들었다. . 인생이 테트리스라면,더이상 긴 일자 막대는 내려오지 않는다.갑자기 모든 게 좋아질 리가 없다.이렇게 쌓여서,해소되지 않는 모든 것들을 안고 버티는 거다. ㅡ책 中 ㅡ
리규
4.0
무난하게 읽고 있 었는데 갑자기 찾아온 서스펜스에 길을 가다가 우뚝 멈춰서버렸다ㅋㅋㅋ 결말이 약간 찜찜한데 그래도 정세랑 작가님의 술술 읽히는 문체와 이런걸 생각해내는게 신기한 상상력은 언제봐도 너무 좋다
고진희
3.0
뭔가 결말이 띠용???? 스러웠는데 그래도 사랑스러웠고 나도 남자친구를 사귄 다음에 헤어져서 걔를 마음껏 죽이는 소설을 써야지 하고 결심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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