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이 책은 250년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대인 게토에서 시작해 세계금융의 지배자로 올라서고 오늘날까지 그 영향력을 이어오고 있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실로 다양한 얼굴을 지녔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그들은 증권시장을 교란하여 거액을 벌어들인 ‘작전세력’이자, 강력한 자금력으로 정치권을 쥐락펴락한 전문 로비스트 집단이다. 하지만 철도를 들여와 경제를 발전시킨 산업화 세력이면서, 승리를 위해 1,2차 세계대전에 자신들의 돈과 젊은이를 바친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전형이기도 하다. 샤토 무통 로쉴드와 샤토 라피트 로쉴드를 만들어 낼 정도로 높은 문화적 취향을 지녔다.
부자가 3대를 못 가고, 기업의 평균 수명이 30년이라고 한다. 그러나 로스차일드 가문은 250년을 지나 오늘날에도 세계 금융계에 알게 모르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혁명과 전쟁이 빈발했던 혼돈의 유럽에서 일어나 250년을 이어온 그들의 이야기는 일반인과 기업인 모두에게 많은 교훈과 영감을 던져준다.
게토에서 시작된 고아 소년의 위대한 꿈
로스차일드 가문은 250년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대인 게토에서 출발한다. 게토 거주자들은 밤에는 통행이 금지되었고, 결혼마저 허락을 받고 할 정도로 지독히도 차별을 받았다. 이 구질구질한 게토의 한 구석에서 로스차일드 가문의 시조인 마이어 암셸이 큰 꿈을 품는다. 그는 오래된 동전을 수집해 파는 화폐상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동전을 가지고 인근에 사는 왕족 빌헬름 9세에게 접근해 환심을 샀고, 나중에 그의 재산을 관리하게 됨으로써 부자의 길에 들어선다.
돈, 그것만이 우리의 살 길이다!
태어난 신분의 한계 때문에 유대인들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들은 공직에 진출할 수 없었다. 교사도 될 수 없었다. 게토에 눌러 앉아 평생 차별만 받고 땅에 묻힐 운명이었다. 그들에게 유일한 성공의 길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었다. 마이어와 그의 아들들은 그 길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또한 즐겼다.
로스차일드 가문이 거대 부자로 올라선 계기는 나폴레옹의 워털루 전투이다. 마이어의 셋째 아들 나탄은 나폴레옹이 워털루에서 패했다는 소식을 가지고 엄청난 ‘재간’을 부려 거액을 벌어들인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그들은 역사상 최대의 ‘작전세력’이었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사업은 다른 곳으로 뻗어나갔다. 마이어의 둘째 아들 살로몬과 막내아들 제임스는 각각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에서 근대문명의 총아인 철도를 들여온다. 당시 최고의 첨단 업종이라고 할 수 있는 철도 사업으로 그들은 또다시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그들은 자신들을 얽어매는 유대인이라는 차별의 족쇄를 하나하나씩 부서뜨렸다. 한마디로 그들은 막강한 로비스트 집단이었다. 마이어의 막내아들 제임스는 혁명이 빈번히 일어났던 19세기 중후반 프랑스의 실질적인 지배자였다. 세 명의 왕이 일어나고 몰락하고, 파리 코뮌과 같은 피비린내 나는 정치적 격변 속에서도 제임스는 늙은 마법사처럼 굳건히 살아남았다. 오스트리아의 살로몬도 메테르니히와 함께 합스부르크 왕조를 주물렀다.
진보의 괴물, 로스차일드 가문
그들의 목적은 순전히 돈이었다.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런 돈을 좇는 활동이 역설적이게도 역사의 진보를 가져왔다. 그들이 들여온 철도는 하층민들이 어디든지 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물자와 정보의 이동을 넓혀주어 민주주의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무엇보다 그들 자신이 신분과 혈통이라는 특권의 벽을 돈이라는 능력으로 무너뜨렸다. 이를 두고 카를 마르크스의 친구였던 시인 하이네는 로스차일드 가문을 ‘진보의 괴물’이라고 표현했다.
내놓을 때는 아낌없이 내놓는다.
워털루 전투의 승리 소식으로 무자비하게 돈을 긁어모은 로스차일드 가문이었지만, 자신들이 가진 것을 내놓을 때는 아낌없이 베풀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요구되는 사회적인 책임을 기꺼이 수행했다. 일례로, 그들은 자신들이 속한 나라의 1,2차 세계대전 승리를 위해 거액의 돈과 자신들의 젊은이들을 바쳤다. 1차 세계대전에서는 일가의 젊은이 두 명이 희생되었고, 2차 세계대전에는 일가의 젊은이 거의 모두가 참전했다. 또한 그들은 유대인임을 절대로 잊지 않고, 유대인 국가인 이스라엘의 건국을 뒤에서 후원했다. 항상 움켜쥐기만 했더라면, 소수 민족이던 그들이 혁명과 전쟁이 빈발했던 격동의 유럽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빼앗을 때와 버려야 할 때를 알았다.
살아있는 역사, 로스차일드
로스차일드 가문의 이야기는 유럽 경제사를 이해하는데 필수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과거의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오늘날에도 그들은 세계 각지에서 영업 중이다. 한국과도 연관이 있다.
250년에 걸쳐 세계 금융의 실력자로 군림하는 이 집안의 이야기는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박진감 넘치게 펼쳐지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문득 오늘날의 상황과 오버랩 된다. 이 책은 단순한 과거 이야기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 우리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부자가 3대를 못가고, 기업의 평균수명이 30년이라는데 로스차일드 가문은 250년을 이어오면서 금융업을 해오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이들의 이야기가 오늘날에도 유용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