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야마모토슈고로상,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나오키상, 마이니치출판문화상 수상 작가 『영원의 아이』『애도하는 사람』『환희의 아이』의 덴도 아라타 통곡의 밤으로부터 압도적 구제의 빛을 비추는 바다로― ‘진혼’과 ‘삶에 대한 희구’를 담은 새로운 대표작 탄생 동일본 대지진 후 4년이 지난 후쿠시마. ‘그날’ 가족을 잃었던 다이버는 깊은 밤 달빛에 의지해 출입이 금지된 해역에 잠수한다. 순식간에 마을과 사람들을 휩쓸어 간 ‘그날’이 고스란히 가라앉아 있는 바다 아래서 소중한 무언가를 건져 올리기 위해―. 일본 문단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발하며,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구제를 한결같이 이야기해 온 작가 덴도 아라타의 열두 번째 소설 『문나이트 다이버』(2016)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가혹한 현실 속에서 필사적으로 살아남으려고 하는 아이들을 통해 ‘살아가는 힘’을 그리려 내면서 새로운 덴도 문학의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았던 『환희의 아이』 이후 3년 3개월 만의 신작은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후 5년이 가까워지는 후쿠시마를 무대로 한다. 이런 유의 소설에서 재난 장면과 피해자의 오열은 짐작 가능한 전개이지만, 살아남아 재난 이후에도 바로 그 자리에서 삶을 이어 가야 하는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은 낯설다. 『문나이트 다이버』에는 원전 사고, 일본 정부의 대책, 피해자 구제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다. 오로지 재난 후 살아남은 사람들, 산 자와 죽은 자의 관계, 죽음을 받아들이는 문제에 집중하여 언어화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을 꼼꼼히 추적해 간다.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다양한 표현 방법이 생겨났기에 오히려 소설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을 고집해 왔습니다. 사람이나 카메라가 들어갈 수 없는 특수한 구역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상상력으로 독자의 내면에 이미지를 맺게 하는 소설뿐이라는 생각이 이 이야기를 쓰게 된 강력한 동기였습니다. 출입 금지 구역이란 현실의 장소일 뿐 아니라 인간 마음속 아주 깊은 곳이기도 합니다. _ 덴도 아라타(「한국의 독자 여러분께」에서) 덴도는 방사능에 노출된 채 여전히 복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이 그대로 잊혀 가고 무뎌지는 상황에 개탄했다. 직접 스쿠버다이빙을 배우고 실제로 후쿠시마의 현장을 취재하면서 ‘지진과 마주할 때 소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심했던 그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형상화하는 소설에서라면 해저에 잠수하여 그 장소에서 바라본 세계의 모순이나 사회에 필요한 무언가를 찾아내고 인간의 진실을 밝혀 나가는 것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다. 지상에서 목도할 수 있는 복구가 아니라 바다 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사람들의 생활의 흔적을 찾는 다이버의 조형도 거기에서 착상을 얻었다고 한다. 왜 잠수하는가. 성역일지도 모르는데, 금기를 어기면 벌을 받을지도 모르는데. 아니, 바로 그렇기에 잠수하는 것이다. 아무도 잠수하지 않으니까, 누군가는 잠수해야 한다고 믿는다. 쓰나미가 덮치고 나서 4년이 지난, 방사능 노출의 위험성이 높은 출입 금지 지역의 바다. 달밤, 어둠을 틈타 그 금기의 바다에 작은 보트가 떠오르고 한 다이버가 잠수한다. 바닷속에는, 지금은 잡동사니나 쓰레기로 여겨지지만 본래는 그곳 사람들의 생활의 단편이었던 대량의 물건이 가라앉아 있다. 다이버는 유족의 비밀스러운 의뢰를 받아 그들의 소중한 사람들과 관계가 있을 만한 물건을 건져 올리는 것이다. 비합법적인 일이라 다이버는 달밤에만 몰래 잠수할 수 있다. 다이버―세나 슈사쿠는 4년 전 그날 허리를 다쳐 집에 있다가 살아남았다. 부모님과 자신을 대신해 배를 타러 갔던 형이 쓰나미에 휩쓸려 죽었다. 아내와 두 아이는 무사했지만, 이 사건으로 원래 어부였던 그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가 친구가 운영하는 스쿠버다이빙 스쿨에서 일하게 된다. 그는 그날 왜 자신은 살아남았고 가족들은 죽어야 했는지 달밤의 바다에 잠수하며 해답을 찾으려고 한다. 모든 것은 어둠에 잠겨 보이지 않는다. 달이 육지를 비추자 원래의 마을은 사라지고 없고 콘크리트 토대만 남아 있다. 하지만 바닷속에서 수중라이트를 비추자 사라졌던 마을이 눈앞에 나타난다. 그에게 이 일을 의뢰한 이는 아내와 딸을 잃은 공무원 다마이 준이치를 중심으로 한 유족들의 비밀 그룹. 그들은 방사능 오염 때문에 수색이 불가능하여 유해도 찾지 못한 채 그대로 행방불명 처리된 소중한 사람들의 물건이라도 건지기 위해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어 불법적인 이 일을 시작했다. 비밀 의뢰자 그룹이 내건 조건은 두 가지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물건은 절대 인양하지 말 것.’ ‘다이버인 슈사쿠와 의뢰자 그룹 대표 다마이 외에는 개인적인 접촉을 일절 금할 것.’ 달빛이나 조류 때문에 대략 한 달에 한 번 잠수를 하고, 슈사쿠는 정해진 호텔 방에서 기다리는 다마이를 만나 건져 올린 물건을 전하고 상황을 설명해 준다. 슈사쿠는 먼저 자리를 뜨고, 나중에 의뢰자들이 그 방에 모여 그것들을 보고 찍어 온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는 수순이다. 그런 일상 속에서 어느 날 슈사쿠 앞에 비밀 의뢰자 그룹의 일원인 아름다운 여자 마베 도코가 나타난다. 바다로 쓸려 간 남편의 소중한 물건을 찾아 달라고 부탁하나 싶었는데 그녀는 ‘찾지 말아 달라’고 한다. 남편과의 추억이 담긴 결혼반지를 찾지 말아 달라는 의외의 말에 슈사쿠가 곤혹스러워하는 데서 이야기가 또 하나의 굴곡을 드러낸다. 왜 그 일이 일어났을까요? 왜 제가 살아남았을까요? 누가 선택했을까요? 이렇게 불공평한 일이 일어났는데도 사람들은 왜 그걸 참고 견디며 살아가야만 하는 걸까요? 슈사쿠는 천재天災라는, 증오할 상대가 없는 것에 대한 분노, 안타까움, 무력감을 잠수라는 행위로 필사적으로 바꾸려 한다. 또한 언제 소중한 사람들의 물건을 건질 수 있을지, 건질 수 있기라도 한지 기다리는 유족도 행방불명자의 유품이 나오면 죽음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슈사쿠의 마음은 어두운 바다에 잠수하여 죽음에 다가가지만, 그것에 반비례하는 것처럼 몸은 강하게 삶을 요구한다. 죄책감이 무거운 닻이 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을 망설이게 하고 있지만, 사실 죽은 사람들과의 관계는 죽지 않는다. 이 불멸성이야말로 슈사쿠와 유족들을 삶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것이다. 죽은 자의 시간은 멈추지만 산 자의 시간은 여전히 계속된다. Survival guilt, 살아남은 측의 죄책감은 특수한 재해에서만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시달리는 감정입니다. 사고나 사건, 재해나 질병 등으로 사람이 죽을 때마다 살아남은 측은 크든 작든 죄책감에 괴로워합니다. 그 죄책감의 정체는 사랑입니다. 상대를 사랑하기에 괴롭습니다. 그렇다면 그 죄책감은 결코 나쁜 게 아니라 긍정되어야 할 감정입니다. 이 감정은 인종이나 국적을 넘어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것이라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모든 사람에게 공통의 보물이기 때문입니다. _ 덴도 아라타(「한국의 독자 여러분께」에서) ‘소설은 진정한 희망과 내일을 살아가는 버팀목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한다’라고 거듭 강조하는 덴도는 이 작품을 통해 ‘보편’을 추구하고자 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죄책감을 그리면서 슈사쿠가 바닷속에서 소중한 물건을 건져 올리듯이 나아가 말로써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중요한 것을 건져 올리고자 했다. […] 우리는 정말 소중한 것을 알아야 할 때 오히려 잊으려 하고 있습니다. 왜 이만큼이나 풍요로워져도 행복을 느낄 수 없는 것일까요. 왜 이렇게까지 사회 전체의 모럴이 붕괴되어 가는 걸까요. 사람들은 각자 고립되고 이웃에게 관용이 없어지고 옆에서 뭘 하고 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보려고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