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영국의 문예지 『그란타』에서 <영국 최고의 젊은 작가>로 선정된 바 있는 작가 이언 뱅크스의 스페이스 오페라 『게임의 명수』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쉽게 규정되지 않는 독창적인 작품들로 지난 26년간 독자들과 평단의 주목을 동시에 받으며 현대 영국 문학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 작가에게는 이름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이언 뱅크스Iain Banks란 이름으로 이른바 순문학 소설을 쓸 때 사용하고, 다른 하나는 Menzies라는 미들네임의 약자를 넣은 이언 M. 뱅크스Iain M. Banks라는 이름으로 SF 소설을 쓸 때 사용한다. 작가 자신의 애정은 둘 가운데 어느 한편으로 치우치는 일 없이 두 이름으로 각각 10편이 넘는 작품을 고르게 발표했으며, 발표하는 작품마다 높은 평가와 열렬한 반응을 받아 왔다.
『게임의 명수』는 작가의 가장 유명한 시리즈, SF 독자들 사이에서 컬트적 팬덤까지 만들어 낸 시리즈인 <컬처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컬처>란 『플레바스를 생각하라』에서 처음 소개된, 과학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미래 문명으로, 뱅크스는 기아나 빈곤, 질병, 자연 재해 등의 공포에서 해방된 인간의 이상향이라 할 수 있는 컬처의 세계를 완벽하게 그려 낸 바 있다. 뱅크스는 이 문명의 특성을 상세히 묘사하는 것은 물론, 생물학적 욕구와 물질적 욕구가 완전히 충족되는 세상에서 발생하는 문제까지 제기함으로써 자신이 창조한 유토피아의 모순을 스스로 드러내는 치밀함을 보인다.
시민 구게의 시각으로 바라본 컬처 문명의 양면성
이 책의 주인공인 게임 플레이어 구게는 바로 <완벽한> 사회 컬처가 지닌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겪는 인물이다. 대적할 적수가 거의 없을 정도로 뛰어난 플레이어인 그는 일종의 무력감에 시달린다. 게임에 이길 때면 커다란 희열을 느끼면서도, 게임이며 인생이 모두 무한히 반복되는 무의미한 것이 아닌지 자문한다. 플레이어로서 그는 게임을 할 때 <내기>의 중요성을 인식한다. 어떤 게임들은 내기를 거는 행위로 인해 중요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풍요로운 컬처에서는 그러한 내기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고, 따라서 게임 또한 원래의 의미를 잃게 된다.
구게가 게임을 할 때 느끼는 권태에서 벗어나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 이것은 기술력으로 풍요를 이룩한 컬처가 해결하지 못한 거의 유일한 욕구이다. 애써 노동을 할 필요가 없는 세계에서 자신의 존재 의의를 찾는 것은 구게를 비롯한 많은 컬처 시민이 느끼는 문제이며, 이는 곧 컬처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컬처는 <미개한> 외계 문명들을 찾아 그들을 <문명화>하는 데서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이러한 개입은 실은 당사자의 처지에서 보자면 부당한 간섭이 아닐 수 없다. 뱅크스는 이미 그 부당함에 대해 컬처 시리즈의 첫 작품인 『플레바스를 생각하라』를 통해 상세히 묘사한 바가 있다. 『플레바스를 생각하라』의 주인공을 비컬처 종족 인물로 내세움으로써 컬처의 이중성과 오만함을 전면 비판했던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작품인 『게임의 명수』의 주인공 구게는 그 누구보다도 컬처적 삶을 살아가던 컬처 시민이다. 그러하기에 그는 다른 문명에 간섭하는 컬처의 노선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한 번은 외부의 시선으로, 또 한 번은 내부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컬처. 『게임의 명수』는 내부 인물의 선택과 모험을 그림으로써 한 사회의 구조가 개인과 그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