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당신의 인생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2010 골든글로브 각본상 수상, 영화 <인디에어> 원작 평단이 열광한 월터 컨의 블랙코미디 소설 국내출간! 일 년에 322일은 비행기를 타는 남자, 공항과 비행기를 집만큼 편안하게 느끼며 여행 중에 만난 여자들과 짧은 만남을 즐기는 라이언 빙햄. 그의 직업은 '직업 전환 카운슬러'로서 해고된 사람들이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정리해고 대상자들을 상담하는 전문가이다. 장기불황의 시대, 《업인디에어》는 해고 전문가라는 이색적인 직업의 주인공을 소재로 비행기와 공항, 호텔 등 단편적인 만남이 거듭되는 현대인의 무미건조한 삶을 조망한다. 조지 클루니 주연 영화 〈인디에어〉의 원작소설인 이 작품은 영화에서는 다 보여주지 못했던 섬세한 심리묘사와 현대 자본주의사회에 관한 통찰력 있는 풍자, 날카로운 유머로 가득 차 있다. 소설은 주인공 라이언 빙햄이 자신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를 엿새간의 일정을 떠나는 것에서 시작한다. 해고 전문가 라이언 빙햄의 마지막 출장 _줄거리 라이언 빙햄은 지금 막 마지막 출장을 떠나려는 참이다. 말이 좋아 전직(轉職) 상담이지, 사실은 회사에 몸 바쳐온 사람들의 물기 어린 눈망울을 바라보며 그들의 고용주 대신 절망을 전해주는 '직업 전환 카운슬링'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라이언은 사장의 책상 위에 사표를 던졌다. 그는 이 마지막 출장을 통해 자신의 염원인 항공사 100만 마일리지를 채우고(사장의 돈으로) 회사에는 이야기하지 않은 자신의 비전 달성을 위해 사업과 출판 미팅도 하고(물론 사장 돈으로) 자신이 점찍어둔 새로운 직장의 면접도 볼 생각이다(자기 돈은 한 푼도 안 쓸 작정이다). 이 여정에서 그는 자신과 똑 닮은 젊은 여성 알렉스를 만난다. 비행기를 타고 출장을 다니는 것이 일상이라는 이벤트 코디네이터인 알렉스는 라이프스타일뿐 아니라 사용하는 말투도 어딘가 그와 비슷하다. 호텔에서의 우연을 가장한 짧은 해후 후, 두 사람은 사흘 뒤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날 것을 기약한다. 그 와중에 토요일에 결혼을 앞둔 여동생 줄리의 무단가출 소식이 들려오고, 라이언 빙햄의 앞에는 주문한 적 없는 물건들과 분실한 적 없는 분실물이 속속 도착하는데……. 누군가는 그의 신용카드를 도용하고 있고, 그가 자나 깨나 모으던 마일리지를 훔쳐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는 혼란스러운 상황. 빙햄은 과연 100만 마일리지와 이직, 사업 등 이번 출장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사실은 비행기에서 처음 만난 게 아니며 빙햄이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말하는 알렉스의 정체는? 망각되었던 시간과 관계의 퍼즐조각들이 맞춰지며 이야기는 놀라운 진실을 향해 달려간다. 익명의 존재가 된 현대인에 대한 신랄한 통찰과 지적인 냉소 _해설 작품의 주된 배경은 주인공 라이언 빙햄이 소위 '공중세계(AirWorld)'라 부르는 비행기와 공항 또는 공항 근처의 호텔이다. 그는 소수의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기보다는 많은 사람들과의 스쳐지나가는 인연을 선호하는 사람이다. 소유물이라고는 오로지 비행기에 들고 탈 수 있는 여행 가방 하나뿐, 그에게는 아파트도 없으며 가정도 없다. 가족들과도 전화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고작, 직접 만나면 '어딘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든다'고 말하는 빙햄은 혈연보다도 여행 중의 단편적인 만남에서 더 편안함을 느낀다. 소설은 비행기, 호텔, 공항과 같은 현대적인 공간의 익명성과 주인공이 맺는 인스턴트적인 관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탈색하고 또 망각하는 '평준화된 현대인'의 모습을 조명한다. 한편, 주인공 빙햄이 모으는 항공 마일리지와 그가 사랑하는 공중세계는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중요한 메타포이다. 그는 '항공계에서는 거의 성배에 해당'되는 100만 항공 마일리지를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적립상황을 계산하는데, 이 마일리지야말로 '가장 순수한 의미의 사적 재산(인플레이션도 가치를 떨어뜨리지 못하며, 세금도 붙지 않는)'이라고 언급하는 데서 '공중세계'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노골적인 은유임이 드러난다. 결국 소설은 고용주 대신에 노동자를 해고하는 관계단절(해고) 전문가인 주인공과 그가 겪는 관계의 허구성을 통해, 자본주의라는 거대 틀 속에서 하나의 부속물로 전락하고만 '참을 수 없는 존재와 관계의 가벼움'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신자유주의의 첨병과 같은 해고 전문가인 주인공이 한 명의 직장인으로서 조직생활에 신물을 느끼는 모습은 아이러니한 동시에 현실적이다. 2010년 아카데미가 주목한 시대를 대표하는 걸작 제임스 라이트만 감독은 2001년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이 소설을 읽고, 통찰력 있는 유머에 반한 나머지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한다. 소설이 출간 당시 '세련되면서도 지적인 엔터테인먼트'라는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영화 〈인디에어〉 역시 "시대를 정의하는 수작"(롤링스톤스) "올해 가장 지적인 시나리오"(USA 투데이)라는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67회 골든글로브 각본상, 전미비평가협회 작품상과 각본상 등을 수상했다. 또한 2010년 아카데미 영화제에 각본상과 남우주연상을 비롯,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이와 같은 평가는 원작소설의 탄탄한 주제의식과 재기 넘치는 대사들에 힘입은 바가 크다. 영화는 조지 클루니가 분한 라이언 빙햄의 가족?직장?연애 동선에 초점을 맞춘 데 비해, 소설에서는 보다 섬세한 심리묘사와 현대사회에 대한 세밀한 관찰력, 까칠한 냉소가 돋보인다. 소설과 영화의 원제 'Up in the Air'는 '공중에서' 또는 '정해지지 않고 부유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제목처럼 어디 한곳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라이언 빙햄은 어쩌면 오랜 사회생활 끝에 무색무취의 존재가 되어 삶의 목적지를 잃어버린 우리 자신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주인공 빙햄이 애써 잊으려해온 진실과 마주하는 순간, 이 블랙코미디 소설은 '당신의 삶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성찰을 독자에게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