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만약 디자인이 언젠가 ‘평범normal’한 것이 된다면, ‘멋지지super’ 않을까? 평범함 속에 숨겨진 감동 슈퍼노멀 수많은 디자인 작품은 왜 평범함을 상실하는가. 평범함이 사라진 그 빈자리를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가. 과연 아름다움이란 단순히 외형상의 문제인가, 아니면 눈에 보이는 그 이상의 것이 있는가.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것은 무엇이며, 왜 그 제품들은 시간이 갈수록 가치 있어지는가. 평범함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함, 오랜 시간 동안 평범하지만 특별한 가치를 지닌 지금까지 우리 속에 함께했던 디자인, 그 어느 때보다 지금 디자인이 지향할 바를 완벽하게 함축하는 그것이 바로 ‘슈퍼노멀’이다. 콘셉트 ‘ 슈퍼노멀’은 아름다움을 디자인하기보다는 편안해 보이고 기억에 남을 일상적 요소를 디자인하는 데 더 관심을 둔다. ‘화려하거나’ 혹은 ‘시선을 사로잡는’ 그런 것이 절대 아니다. 의도적으로 꾸미지 않았지만 ‘아니다’ 싶으면서도 어딘가 끌리는 그런 매력이다. 마치 새로운 디자인을 기대하면서 무언가를 바라볼 때, ‘별로네’ 혹은 ‘그저 평범하네’ 하는 부정적 첫인상이 ‘근데 썩 나쁘지 않네’로 바뀌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처음의 감성적 거부감을 극복하다 보면, 육감적으로 왠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듯한 매력을 느끼고, 이상하게도 친숙한 끌림이 있다. 우리를 마구 흔들어 제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성질을 지닌 것들이 ‘슈퍼노멀’이다. 사람들은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특별한’ 것을 생각하고, 디자이너든 사용자든 모두 ‘특별한’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이 디자인의 전부라고 여긴다. 그러나 실제로는 양측 모두 실생활과 동떨어진 환상에 빠져 있다. 디자인은 물건을 특별해 보이도록 만든다. 그러니 특별해질 수 있는 마당에 그 누가 평범하고 싶겠는가? 바로 그것이 문제이다. 오랫동안 자연스럽고 자의식 없이 자라온 것들을 쉽게 대체할 수는 없다.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만들어진 거리의 상점들이 지닌 평범함, 이들이 파는 다양한 제품과 여기서 이루어지는 숱한 거래는 하나의 섬세한 유기체이다. 오래된 것들이 대체되어서는 안 된다거나 새로운 것들이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시선을 끌기 위해 디자인된 것들은 대체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특별해 보이도록 만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쏟는 것보다 더 나은 디자인 방법론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특별한 것은 평범한 것보다 덜 실용적이고, 길게 보면 유익하지도 않다. 특별한 것들은 그릇된 이유에서 시선을 끈다. 어쩌면 그런 특별한 것들이 어정쩡하게 자리를 차지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좋았을 수도 있을 분위기를 흩뜨리고 만다. 물론 평범함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평범함은 자의식을 갖기 이전 시대의 산물이다. 낡은 것을 새롭고 더 나은 것으로 바꾸는 디자이너들은, 평범함의 요구 조건인 순수성을 누리지 못한 채 작업한다. 옛 물건들은,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려 보이지 않는 유령의 형체를 드러내듯 슈퍼노멀의 존재를 드러낸다. 즉, 슈퍼노멀이 존재하듯이 느껴지지만 실제로 보기는 어렵다. 슈퍼노멀한 물건은 일상용품의 형태가 오랜 시간 진화적 발전을 이룬 결과이다. 이 과정에서 슈퍼노멀은 그들 속에서 자기 위치를 알기에, 형태의 역사에서 떨어져 나오기보다는 그 역사를 간추리려고 노력했다. 슈퍼노멀은 평범함을 인위적으로 대체한 것으로, 시간이 흐르고 이해를 얻으면서 일상생활과 접목될 수 있다. 슈퍼노멀이라 여길 만한 것은 무엇이든지 탐색해보았으면 한다. ‘아닌데’라고 간주해버리는 것들 속에서 그것만이 지닌 매력을 재확인하는 기쁨과 재미를 공유했으면 한다. 보이지 않던 것을 차근히 들여다보게 되고, 디자인에서 뭔가 특별한 것을 찾으려던 사람은 우리가 이미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재확인하면서 신선한 놀라움으로 눈뜨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어쩌면 우리는 현재의 디자인 패러다임이 짓누르는 구속에서 해방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스스로의 느낌에 충실할 때, 진정 ‘슈퍼노멀’해진다. 키워드 후카사와 나오토와 재스퍼 모리슨, 두 명의 제품 디자이너가 ‘슈퍼노멀’이라는 주제로, 아무렇지도 않게 매일 사용하는 너무나 평범해서 특별한 디자인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졌던 물건들을 특별한 존재로 되살려냈다. '슈퍼노멀'은 요란하지도 않게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켜주는 오브제들에 대한 찬사이다. 책 속에는 ‘슈퍼노멀’이라는 명명 하에 모리슨과 후카사와가 선택한 50여 점의 작품 설명과 200여 점의 작품 목록이 담겨있다. 결코 두껍지는 않지만, 어떤 두꺼운 이론서보다 디자인의 정수를 정확하게 알려준다.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내용은 책에 실린 제품들은 물론 전체적인 디자인과도 상통한다. 사진과 글을 여백을 두고 여유 있게 배치함으로써 마치 전시실에 들어가 작품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는 느낌을 준다. 특히 두 저자의 목소리가 담긴 인터뷰가 이 책의 백미다. 저자이자 최고의 제품 디자이너이기도 한 두 사람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좋다. 편안함, 신뢰감, 눈부신 단순미와 절제미의 세계를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슈퍼노멀’이라는 주제로 전시했던 오브제 일부를 소개하면서 ‘좋은’디자인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서평 슈퍼노멀은 마치 ‘디자인되자 않은’ 듯한 사물의 겸양을 보여주었다. 후카사와 나오토와 재스퍼 모리슨에게 ‘슈퍼노멀’이란 사람을 관찰자에 머물게 하지 않고 사용의 과정 속으로 끌어들이고 생활 속에서 점차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다져온 그러한 평범함을 의미한다. 이것은 거의 원형적 지위에까지 도달한 물건의 특정한 형태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는 단순히 그 물건 본연의 기능 자체를 충실히 형태로 번역했는가에 달려 있는 문제가 아니다. ‘수퍼노멀’은 시각과 경험이라는 대당 위로 기명과 익명의 디자인을 중첩시킨다. 이러한 대당을 통해 드러나는 이 평범한 사물들은, 너무도 평범하여 오히려 범상치 않은 경지에 다다른다. 그러고는 디자인의 시각적 요소를 넘어 배후에 존재하는 디자이너의 존재를 넘어, 자신이 슈퍼노멀해지기까지 거쳐온 과정의 경험과 익명의 차원을 조용히 드러내 보인다. 그러므로 슈퍼노멀은 필립 스탁의 자기혐오 이상의 저항이라 말할 수 있다. 평범함의 복권은 스펙터클이 된 디자인들이 난무하는 동시대의 다자인 지형 속에서 그 의미를 얻는다. ―디자인플럭스 저널01 '암중모색' 상편, ‘몇 개의 의자들을 통해 오늘의 디자인 신을 바라보다’(이재희)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