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마스터, 우메즈 카즈오 대표작!
1972년~1974년까지 쇼가쿠칸의 《주간 소년선데이》에 연재된 일본 공포만화의 고전.
1975년 제 20회 쇼가쿠칸 만화상 수상작.
일본 드라마 「롱 러브레터-표류교실」 원작.
* 인류 멸망 후 황폐해진 미래로 날아간 아이들
아마토 초등학교 6학년 생 다카마쓰 쇼는 굉음과 함께 갑자기 미래 세계에 떨어진다. 학교 바깥은 가도 가도 사막뿐. 모래 속에서는 ‘야마토 초등학교 862인의 넋 이곳에 잠들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비석이 발견된다. 이곳은 인류 멸망 후의 지구였던 것이다!
어딜 보아도 모래뿐인 낯선 공간에서 아이들을 지켜야할 선생님들은 광기에 사로잡히고, 학교는 정체불명의 생명체에게 공격받기 시작한다.
* 전체 2200여 페이지, 무수정 무삭제 완전판
* 이토 준지의 스승, 우메즈 카즈오 대표작
한국에서도 유명한 이토 준지는 자신의 작품 곳곳에 우메즈 카즈오에 대한 헌사를 바치고 있다. 바로 우메즈 카즈오가 있었기에 이토 준지도 존재할 수 있었던 것. 이처럼 일본 공포 만화 작가들에게는 전설적인 스승인 우메즈 카즈오이지만 한국에서 그의 작품을 접하기는 어려웠다. 공식 출간된 작품은 『무서운 책』 시리즈가 전부였으며 그나마 소품격인 단편집이었다. 우메즈 카즈오의 진가는 장편을 봐야 알 수 있다. 점차 강도를 높여가는 롤러코스터처럼 공포에 공포를 더하는 이야기의 힘은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독자를 손에 쥐고 놓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의 힘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그의 대표작인 『표류교실』이다.
한국에 최초 소개되는 이 작품은 일본 공포 만화사상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꼽힌다. 이 만화가 연재 중이던 1970년대 초, 사람들은 과학 기술이 진보하면서 밝고 풍요로운 미래를 꿈꿨고, 만화에서도 미래는 로봇이 나오는 꿈의 세계로 그려졌다. 하지만 작가 우메즈 카즈오는 과학의 진보에서 공포를 감지했다. 데뷔이래 아이들을 주제로 한 만화만을 그려왔던 우메즈 카즈오는 어른은 거의 등장하지 않은 채 아이들이 대활약하는 이야기의 결정판을 그리고자 마음먹고, 곧 미래세계로 타임슬립해버린 아이들을 떠올렸다. 그곳은 환경이 파괴되어버린 근 미래였다. 그렇게 공포만화의 대명사 『표류교실』이 탄생했다.
세미콜론에서 나오는 『표류교실』은 2002년 쇼가쿠칸에서 나온 우메즈 카즈오 콜렉션판이다. 우메즈 카즈오 콜렉션판은 단행본 11권의 원작을 3권으로 재편집했으며, 연재 당시에는 있었지만 단행본 편집 당시 삭제되었던 181쪽을 복원시킨 완전판이다.
* 『표류교실』과 동일본대지진, 후쿠시마 원전사고
동일본 대지진 후 2년이 지났다. 당시 많은 일본 사람들은 대지진의 공포 속에서 『표류교실』을 떠올렸다. 연재된지 4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표류교실』은 일본인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지진과 재난 대한 공포를 가장 잘 구체화시킨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그려내고 있는 지진 이후의 서바이벌 상황과 재건 과정은 일본 역사 속에 발생한 대지진과 전쟁, 원폭 등 거대한 재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경험한 사회적 혼란과 광기가 지배한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표류교실』은 이후 『드래곤헤드』와 『배틀로얄』 등 재난만화의 길을 열어줬지만, 여전히 가장 강력한 작품으로 남고 있다.
다음은 《아사히 신문》 2011년 8월23일자 문화면에 실린 우메즈 카즈오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이다.
자연의 섭리에서 벗어난 과학을 지나치게 믿었던 탓에 지난 대지진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우메즈 카즈오 ― 원전이야말로 인공의 최고 경지라고 생각합니다. 만드는 데까지는 괜찮았지만 제어할 수가 없게 돼버린 거지요. 『표류교실』 이후에 발표한 『14세』라는 작품에서는 온갖 쓰레기가 땅속 깊숙한 곳의 대륙판에 버려졌다가 폭발로 분화가 일어나자 지상으로 뿜어져나오는 장면을 그린 적이 있습니다. 지표면에 온갖 것들이 쌓이기 시작하면 그땐 정말 끝장이라는 생각으로 그렸습니다만, 실제로 원전에서 사용을 끝낸 핵연료는 땅속에 저장한다고 하더군요.
대지진 후의 풍경에 『표류교실』의 장면들이 겹쳐보였던 사람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들도 교사들도 이성을 잃고 폭주했던 『표류교실』과 달리 지진 피해자들은 질서 정연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우메즈 카즈오 ― 동북 지방 주민들은 서로 돕는 법을 아는 분들이셨지요. 하지만 멀리 떨어진 도쿄에서는 생필품을 사재기 하는 등 대혼란이 벌어졌습니다. 이웃과 교류하기를 꺼리고, 거리에는 구석구석 방범 카메라를 설치하고, 서로를 의심하면서 불안하게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도쿄에서 대지진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지 조금 무섭습니다.
인류는 파멸로 나아가고 있을까요? 『표류교실』에서 아이들은 그들이 미래에 뿌려진 씨앗이라고 스스로 납득한 후에 황폐해진 세계에서 살아나가고자 결의를 다집니다만.
우메즈 카즈오 ― 비탄에 빠졌던 아이들이 씩씩하게 기운을 내는 쪽으로 바뀌어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저도 인류에 속한 일원이다 보니 밝은 미래를 기원합니다만, 이대로라면 어렵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