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가 선택한 차선은 늘 막히고, 옆 차선은 뻥뻥 뚫리는가.
교통체계와 사람들의 운전습관 이면에 숨어 있는 사회문화적 논리와 인간 본성을 본격적으로 파헤친 심리교양서!
어느 날, 아무 질문이나 던지면 자기가 알고 있는 정보나 의견을 주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이 수없이 댓글을 다는 미국의 지식검색사이트 애스크메타필터(Ask Metafilter)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왜 어떤 차선은 다른 차선보다 더 잘 빠져나가고 어떤 차선은 꽉꽉 막히는지 궁금합니다. 왜 마지막 순간에 차선을 바꾸는 사람이 훨씬 앞서나갈 수 있는 걸까요? 이제는 제 습관이 되어 버린 ‘마지막 순간에 끼어들기’가 정말 잘못된 걸까요?”
이 질문에 놀라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댓글을 달았는데 그들은 다양한 예를 들어가며 열정과 신념을 담아 글을 올려주었다. 댓글을 달아준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정직을 신조로 삼고 언제나 이를 실천하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차선을 일찍 바꾸는 운전자에게는 정직하고 올바른 영혼을 지닌 훌륭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반면, 마지막에 차선을 바꾸는 사람에게는 잘난 척하는 바보로 평가받았다. 한 응답자는 매우 솔직한 댓글을 달았다.
“안타깝게도 끼어드는 사람들은 그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합니다. 곧바로 길이 막힐 것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정직하게 운전하는 불과 몇 대의 차들을 앞서나가려 하는 것이죠. 그들은 마치 매우 급하고 중요한 용무가 있는 것처럼 운전하는데, 문제는 그런 썩은 인간이 끼어들도록 자리를 양보하는 마음 약한 얼간이가 꼭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정직하게 운전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는 더 느려터지게 되는 거죠. 정말 불합리하고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불행히도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고 있네요.”
두 번째 사람들은 첫 번째 부류가 예의 바르고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사람에게 폐가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마지막 순간에 차선을 바꾸는 것은 고속도로의 최대 용량을 합리적으로 활용하는 좋은 방법이며, 그러한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모두를 위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체 누구의 주장이 옳은 것일까? 그리고 사람들의 의견이 왜 이렇게 분분한 것일까? 이처럼 서로 다른 의견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분명 같은 운전면허시험을 보고, 같은 도로를 주행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차선을 바꾸는 결정이 교통 문제보다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와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도로가 도로교통법상의 법규와 고유의 특징을 지닌 단순한 장소이기보다 인간의 수많은 행동 패턴을 확인할 수 있는 장소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도로는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으면서도 그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분석되지 않는 가장 대표적인 곳이다. 생각해보라. 도로가 아니면 서로 다른 연령, 종교, 사회계층, 성별, 정치적 신념, 라이프스타일, 심리적 성향 면에서 아무런 규제 없이 한곳에 모일 수 있는 장소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
이처럼 서로 다른 사람이 모이는 도로는 어떤 방식으로 작동될까? 사람은 왜 운전을 하면서 특정한 행동 패턴을 보이는 것일까? 어떤 사람은 특정한 방법으로 운전하도록 미리 두뇌에 입력되어 있는 것일까? 여성 운전자의 태도는 남성 운전자와 어떻게 다를까? 요즘 운전자는 몇 십 년 전에 비해 훨씬 더 야만적으로 운전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왜 그렇게 변한 걸까? 도로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일까, 아니면 그곳만의 원칙이 존재하는 또 다른 사회일까?
출간과 동시에 해외 언론의 호평을 받으며 화제를 모은 책 『트래픽(김영사 刊)』은 이러한 모든 궁금증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의 방대하면서도 심오한 연구와 전 세계 운전 전문가 및 교통 공무원들과의 인터뷰에 근거해 쓰인 이 책은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매일 계속하는 운전이라는 행동이 인간의 심리와 정신, 신체와 기술이 뒤엉켜 얼마나 복잡한 과정을 거쳐 유발되는 결과물인지를 명쾌하게 증명한다.
지금까지 매일 달리던 도로 위의 세상을 조금 더 깊게, 조금 더 찬찬히 바라보라!
그동안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도로위의 미스터리를 색다르게 조명한 새로운 시도!
1950년 월트 디즈니Walt Disney가 만든 <모토마니아Motor Mania>라는 애니메이션에는 사랑스럽지만 행동이 좀 굼뜬 개 ‘구피’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이 개는 미스터 워커Mr. Walker라고 불릴 정도로 예의바르고 정직한 ‘전형적인 시민상’을 보여주는 캐릭터였다. 심지어 발밑에 지나다니는 개미조차 밟지 않으려 이리저리 피해 다니고 새들의 진로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소심한 시민이었다.
그런 미스터 워커가 자동차 운전대만 잡으면 이상한 현상이 발생했다. 인격이 완전히 뒤바뀌었던 것이다. 미스터 워커는 운전대만 잡으면 미스터 휠러Mr. Wheeler로 변했는데, 이는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괴물 같은 인격체로 정지 신호를 무시해 다른 차를 놀라게 하는 것은 기본이고 모든 도로가 자기 것이라도 되는 듯 행동하는 안하무인임에도 자신은 매우 훌륭한 운전자라고 착각하는 진상 그 자체였다. 흥미롭게도 그는 차에서 내리는 순간 폭력적인 성격에서 벗어나 다시 착하고 규칙을 잘 지키는 미스터 워커로 돌아온다.
디즈니는 이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통해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공간, 즉 차 안에서 사람들이 평소와 달리 어떻게 변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핵심은 바로 도로위에서 벌어지는 현상 이면에 깔린 ‘인간의 비현실적인’ 면이다. 저자는 모두가 당연시하는 교통 환경에 대해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관찰해보겠다는 의도로 이 연구를 시작했다. 따라서 이 책은 이제까지 아무 생각 없이 다니던 도로에서 운전할 때, 걸어 다닐 때, 자전거를 탈 때, 그리고 그밖에 다른 활동을 할 때 사람들의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차분하게 관찰한 결과물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운전을 매우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대개는 면허증과 운전 기술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운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수고스러운 환경에서 이뤄지는 작업이다. 우선 우리는 교통법규에 따라 운전해야 하며 어떤 장소에서든 그 장소에 어울리는 행동을 해야 한다. 또한 운전하면서 자신이 수집한 정보 중 어느 것이 옳은지 분석하고 장차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예측해야 한다. 특히 어떤 결정을 할 경우 그 결정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위험 부담을 계산해야 한다. 한마디로 운전은 신체 감각은 물론 모든 두뇌 기능을 동원해야 하는 총체적인 활동이다.
책을 집어 드는 순간부터 책장을 덮는 마지막 1초까지! 결코 멈출 수 없는 매혹적인 심리 이론의 대향연!
매일 아침 자동차와 버스, 지하철을 타고 출근길에 오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책!
우리는 매일 누구나 도로를 밟으며 살아간다. 운전자는 자동차 안에서 핸들을 잡고 도로에 바퀴를 내밀며, 보행자는 자신의 두 다리로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인도를 누빈다. 그리고 장소를 이동할 때 버스나 택시 등 다양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다.
이처럼 마치 공기나 물처럼 가장 가까이서 쓸모 있게 활용하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 숨겨진 원리와 심리학적인 이론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교통과 운전 습관’에 대해 처음으로 ‘교통학’ 이외의 학문적 메스를 들이댄 책이 바로 《트래픽》이다. 오랜 인터뷰와 방대한 자료조사, 치밀한 현장 분석을 통해 심리, 사회, 문화, 인류, 경제학적인 논리를 통해 파헤친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운데다 탄탄하다.
하나의 키워드로 다양한 상황과 법칙을 가설하고, 이를 통해 심리적 효과와 신드롬별로 재구성한 저자의 논리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또한 특유의 시니컬한 농담과 재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