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세, 동대문에서 파리 그리고 이제 뉴욕으로
끝없이 진화하는 디자이너 최범석의
열정의 디자인 레슨
남들이 파리와 뉴욕의 디자인 스쿨에서 ‘머리로 패션을 배울 때’, 동대문에서 원단을 나르고 옷을 팔면서 ‘몸으로 패션을 흡수한’ 21세의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가진 것 없고, 아는 것 없다'는 의미의 브랜드 ‘Mu’로 동대문에서 열렬한 반응을 얻었고, ‘파는 즐거움’뿐 아니라 ‘만드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어 남성복 브랜드 ‘제너럴 아이디어’를 설립한다. 그리고 3년 만인 2006년 패션 본고장 파리 백화점에 자신의 브랜드 매장을 열면서, 프랑스 백화점에서 입점 제안을 받은 최초의 한국 디자이너가 된다. 한국보다 파리 패션계가 먼저 그를 인정한 것이다. 교수 제안을 받았다가 무산되는 등 학력지상주의 사회에서 활동에 제약을 받기도 했지만, 열정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켜 온 그는 2008년 S/S 서울컬렉션의 오프닝을 맡아 보수적인 한국 패션계의 인정을 받았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지금 더 넓은 세계와 소통하기 위해 2009년 뉴욕 컬렉션 데뷔 무대를 준비 중이다.
이번에 푸른숲에서 출간된 신간 《최범석의 아이디어》는 32세의 디자이너 최범석이 디자인의 씨앗을 찾아 키워 구체적인 상품으로 완성하고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는, 디자인 전 과정을 망라한 생생한 디자인 현장 이야기이자, 더 넓은 세계로 도약하는 젊은 디자이너의 꿈틀거리는 열정을 만나는 책이다. 가진 것 없이 시작한 한 젊은이가 빛나는 꿈을 향해 가는 이 이야기가, 오랜 구직난과 불황의 본격적 시작을 알리는 온갖 지표로 꽉 찬 잿빛 현실에 좌절하고 꿈을 포기한 젊은이들에게 새로 시작할 한줌 용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왜, 최범석인가?
최범석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젊음을 이해하는 것
1. “나는 팔리는 옷을 만든다” - 커뮤니케이터 최범석
‘제너럴 아이디어’의 메인 이미지는 ‘빨간색의 고흐’다. 고독한 예술혼을 불태운 고흐와, 세계 패션무대에서 자신의 길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최범석은 얼핏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정식 루트를 밟지 않고 자기만의 스타일로 독특한 세계를 구축해온 점,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나는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작품의 동력으로 삼은 점에서 둘은 닮아 있다.
그런데 최범석은 보다 현재적이고 현실적이다. 패션으로 예술을 하겠다는 생각을 넘어서, 소비자의 욕구를 늘 염두에 두고 그들이 즐겁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겠다는 현실적인 균형감각을 지닌 것. 동대문에서 바닥부터 배운 시장 감각, 다른 그리고 새로운 세계와 소통하고 흡수하려는 열정적 탐색과 몰입, 늘 젊고자 하는 순정한 도전 정신, 완벽과 최고를 향한 도전을 통해 그는, 대중의 감성을 리드하는 옷을 만들 수 있는 든든한 바탕을 지니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입지 못하는 옷을 만드는 것에 대한 동경이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나는 옷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입는 것도 즐기는 사람이다. 만드는 즐거움에 사로잡혀 입는 즐거움을 잊었던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내가 만들고 싶은 옷은 뭐였을까? 나는 차츰 깨달았다. 내가 만들고 싶은 건 보기 좋은 예술품으로서의 옷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입을 수 있는 옷이라는 것을. (159-161쪽)
패션은 대중 예술이다. 박물관에 전시되는 것이 아니라 매장에서 팔리는 예술이다. 우리가 만드는 패션은 대중이 입고 놀고 즐기는 곳에서 나온다. (133쪽)
2. 평범한 젊은이들이 빛나는 꿈을 찾아 나가게 하는 모티베이터
우리는 이 책에서 동대문에서 맨손으로 시작한 평범한 젊은이가 3년 만에 파리에 진출할 수 있었던 힘의 근원을 발견할 수 있다. 고졸이 전부인 학력으로 한국 패션계에서 인정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백지 상태에서도 그는 결코 주저앉지 않고, 주위의 모든 것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갔다. 또한 원하는 바를 당당히 드러내고 그것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그렇게 미친 듯이 몰입하고 난 후에는 창조력으로 연결시키는 걸 잊지 않았다. 그의 열정은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준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현실의 장벽 앞에서 포기하고 있던 자신의 빛나는 꿈을 다시 찾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하게 될 것이다.
3. “일과 놀이가 하나가 되는 세계를 꿈꾼다” 이 시대 젊은이의 꿈과 야망의 대변자
오늘날 패션은 입는 것이 아니라 자기표현의 도구이자 라이프스타일을 완성시켜주는 필수 요소로 급부상했다. 이 시대 젊은이들은 코스튬 플레이(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주인공의 복장을 하고 어울려 노는 것)에 열광하고, 칙릿 소설이나 뮤직비디오 등 멋진 스타일을 보여주는 대중문화를 가까이하면서, 패션을 즐기고 향유하는 대상으로 변화시켰다. 기성세대가 생각하듯 패션에 관심을 가지면 공부 안 하는 날라리라는 공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최근 거리 집회에서 맹활약하며 자신들의 정견을 몸으로 표현한 ‘소울 드레서’는 인터넷 패션 카페의 이름이다.
이처럼 놀이, 옷, 일, 지향이 하나로 어우러져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시대에, 대중의 감성을 리드하는 패션 디자이너 최범석은 이미 문화 아이콘이다. 홍대 클럽에서 컬렉션을 열고,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입은 모델이 걷는 런웨이 옆에서 디제잉에 몰두했던 그의 모습은 기존 디자이너 세계에선 상상할 수 없던 파격이다. 그는 여행, 파티, 디제잉, 소비 등 놀이 안에서 이 시대의 문화를 발견하고 상상력을 충전해 창조력으로 연결시킨다.
4. “나의 디자인 세계는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 21세기형 전방위 디자이너
11회의 국내 컬렉션을 통해 매번 제너럴하지 않은 아이디어를 시도 혹은 기도(企圖)해온 디자이너 최범석은 그 자신이 ‘제너럴 아이디어’를 상징하는 모델이자 자신의 꿈을 끊임없이 추동해나가는 21세기형 디자이너로 끝없이 진화하고 있다. 마일드세븐 르노 F1팀 머신(레이싱 차)의 커스텀 디자인, 애니콜 패키지 디자인, 퓨마와의 콜레보레이션 등 의류를 넘어선 전방위적인 디자인 활동을 펼침으로써 광범위한 디자인 세계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가는 그는 진정한 의미의 21세기형 디자이너다.
디자인은 어디서 오는가
디자이너는 세상과 어떻게 만나는가
신간 《최범석의 아이디어》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패션 세계를 확장해가는 디자이너 최범석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최범석의 ‘제너럴 아이디어’ 바탕이 된 빈티지, 팝아트, 미술관 등 문화적 영감이 넘치는 현장으로 독자들을 인도하고 나면, 현장 디자이너로서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디자인 철학과 비즈니스로서 패션을 바라보게 하는 냉철하고도 실질적인 충고가 기다리고 있다. 이외에도 첨단 패션의 세계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뉴욕 컬렉션 참관기, 더 빛나는 미래를 구체화해가는 디자이너 최범석의 2009년 뉴욕 컬렉션 준비기가 흥미롭게 펼쳐지는 이 책은 디자인이나 패션 계통에 종사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 장르에 몸담고 있거나 창작의 세계를 꿈꾸는 이들에게 반짝이는 영감과 자극을 제공하는 책이다. 글의 마지막에는 생소한 문화 및 패션 용어와 예술과 패션계의 인물을 소개한 팁이 붙어 있어, 다양한 읽을거리와 정보를 제공한다.
디자이너 최범석을 만든 키워드를 따라 그의 머릿속을 여행하다 보면 우리는 익히 들어왔지만 잘 알지는 못했던 최첨단의 문화가 숨 쉬는 현장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느끼고, 판단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부단한 노력이 최범석으로 하여금 흔들림 없이 디자이너의 길로 나아가게 한 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