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우리와 유사한 일제침략과 민족분단의 비극을 경험한 나라, 타이완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엄선된 현대소설 ” 타이완 문학은 아직까지 한국 독자들에겐 친숙치 않은 문학세계다. 단지 중국문학의 아류로서 인식되어지는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도서출판 한걸음.더에서는 타이완 행정원 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으로 시사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타이완 대표적인 작가들의 단편소설을 번역하여 '타이완현대소설선1,2'로 엮어 출간했다. 타이완은 우리와 동시대에 일제침략과 민족분단, 그리고 근대화라는 비슷한 역정을 거친 나라이다. 그래서 불우한 시대적 고통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 시대의 현실과 마주하고 갈등하며 그 과정에서 개개인들이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는 타이완 현대소설은 우리 일상의 익숙한 경험들과 놀랍도록 유사하면서도 이국의 정취를 자아내고 있다. 도서출판 한걸음.더에서는 타이완 현대작가의 단편소설 16편을 번역하여 <흰 코 너구리>(8편)와 (8편)라는 타이틀로 타이완현대소설선 2책을 국내의 독자들에게 선보이게 되었다. 이 선집에 실린 작품들은 대체로 일제 강점기부터 부터 2000년대까지의 화제작 중에서 시사성과 작품성을 담은 작품을 선별한 타이완 현대소설 선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독자들은 ‘타이완’이라 하면 무엇을 먼저 떠올리게 될까? 과연 타이완 문학은 어떤 느낌일까? 청일전쟁 결과 1895년부터 일본의 식민지배에 들어간 타이완은 50년의 일제 강점기를 거쳐 1945년에 “광복”을 맞지만, 1949년에는 국공내전에서 패한 국민당 정부가 남하하면서 국민당 독재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 후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룬 타이완에서는 민주화운동 성장의 결과로 전후 40년간 지속되어 온 계엄령이 1987년 해제되었고, 그 후 대통령 직선제를 통해 민진당 후보가 당선되고 연임하는 등 근대적 국민국가의 길이 이어져 왔다. 일제강점기→군사독재→민주화운동→고도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타이완의 역사적 윤곽은 우리와도 너무나 흡사하다. 그리고 성장의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가지 갈등과 후유증 내지 좌절의 모습까지도 매우 닮아있다. 아마도 20세기 이후의 역사로 보자면, 아시아 여러 나라 중에서도 우리와 가장 유사한 것이 바로 타이완이 아닐까. 그런 공통점의 외피에 둘러싸인 타이완의 내면에는 우리와 유사한 듯하면서도 또 다른 진실이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타이완 역사의 한국 역사와의 유사성과 차별성은 타이완 현대문학 작품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1950년대와 60년대 타이완 문학은 관변적인 ‘반공문학’이나 대륙의 과거를 회상하는 노스텔지어 문학이 주류를 이루어왔다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국제사회에서 소외되어가는 타이완의 정치외교적 상황이 오히려 타이완인들의 내셔널리즘을 자극하기 시작했고, 그런 상황에서 타이완적 현실에 입각한 리얼리즘 문학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타이완의 향토문학은 허우샤오셴(侯孝賢)이나 에드워드양(楊德昌) 등의 타이완 뉴웨이브 영화와 함께 타이완의 리얼리즘 예술을 발전시켰다. 그리고 그러한 예술적 역량은 타이완사회의 민주화운동과도 궤적을 같이해온 것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일부의 작품들은 그런 사회적 맥락을 염두에 두고 감상해주시기 바란다. 또한 이 작품에 소개된 저자들의 약력은 타이완 현대문학을 전공하는 이들에게 타이완 문학과 작가들의 주제의식 전반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리라 생각된다. 이 작품에 실린 작가 중 문제적 인물은 종리허(鍾理和)이다. 일본 통치하의 타이완 남부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종리허는 식민지라는 당시의 정치현실을 벗어나고자 연인 종타이메이(鍾台妹)와 함께 중국대륙으로 자유를 향한 도피의 여행을 떠난다. 타이완 남부의 대도시 가오슝(高雄)에서 배를 타고 일본 시모노세키(下關)로 가고, 다시 배편으로 부산으로 와서 기차를 타고 만주로 간 종리허는 그곳에서 몇 년간 생활하다가 ‘광복’을 맞아 타이완으로 돌아온다. 그 후 종리허는 고향에 묻혀 살면서 병마에 시달리며 고단한 생애를 보내게 된다. 쓸쓸한 나날을 보내던 그와 문학적 교류를 나누던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사람이 같은 선집에 실린 종자오정이고, 종티에민은 만주에서 낳은 그의 아들이다. 70년대 이후 타이완에서 ‘향토문학’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종리허는 선구적 인물로 재평가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작품집에 실린 「가난한 부부」는 위에 적은 ‘자유를 향한 로맨틱한 질주’를 염두에 두고 읽어주시면 좋을 것이다. 만주에서의 생활을 그린 그의 작품에는 한국인이 등장하기도 한다. 작품설명 예스타오의 「목어(木魚)소리」는 전쟁의 상처를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자연주의의 비관적인 각도에서 시작된다. 이 소설 자체는 사실적인 윤곽에서 번역체의 문자 풍격이 재현되어 전쟁과 평화를 변증한다. 정욕에 갇힌 젊은 생명 리춘(李淳)이 식민통치와 전쟁 그림자의 속박으로부터 가능한 출로를 찾는데 그것은 애정(Romance)이었다. 시대적 고민과 그 속에 갇힌 개인이 인간 본연의 행복추구와 존엄성에 모든 것을 건 치열한 삶의 방정식을 풀어간 작품이다. 라이허의 「저울 한개」는 소작농의 다음 세대인 주인공 친더선(秦得參)은 제당회사의 핍박 하에 농지를 빌리지 못하자 부득이 야채장사를 하였다. 경찰에게 공짜로 주지 못한 야채 때문에 평소 튼튼했던 저울이 경찰에 의해 부러지자 설상가상으로 도량형 법칙을 위반한 것으로 죄가 씌워져 여러 가지의 모욕을 당한 후에 생존의 비애를 절감하고는 자살을 결심한 그는 경찰을 살해하고 자신도 죽음의 길을 선택한다는 내용이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로 타이완이 일제 식민지 지배를 받던 가운데 일본은 봉건상태의 타이완을 자본주의 사회로 변화시키고 있던 시기였다. 우줘류의 「물속의 달」은 대동아공영권이란 가짜 명의로 경제를 쥐고 있는 식민통치자들이 회사와 농장을 착취한다는 내용으로 타이완 사람들에겐 회사에서 승진할 희망은커녕 월급도 적어 어려운 생활을 하는 가운데 주인공은 젊은 시절부터 동경유학을 꿈꿔왔지만 줄줄이 딸린 아이들과 생활고로 고생에 찌들린 아내를 보며 실현 불가능한 이상과 현실을 드나들며 갈등하는 주인공에게 이상이란 그야말로 ‘물 속의 달’이었던 것이다. 종리허의 「가난한 부부」는 종리허의 자전적 소설로 작품을 완성한 1959년 11월에 <연합보>에 발표하였다. 작품의 배경은 폐병이 완쾌된 후 요양원에서 고향 집으로 돌아와 직업도 없는 어려운 생활을 한다는 얘기이다. 이 작품은 1970년대 리싱(李行)감독이 이란 영화로 개작하여 호평을 받은바 있으며, 소설 「동성(同姓)의 결혼」과 더불어 핑메이를 그린 명작으로 꼽히고 있다. 종티에민의 「배웅자」는 농민생활을 소재로 한 것으로 힘없는 사람의 불행함을 그리고 있다. 작품 속에서 자살한 며느리 아꿰이(阿桂)를 동정하면서도 농촌의 악습, 즉 남존여비, 부권 지상주의, 미신타파 등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또한 그는 작품 속에서 농민의 진실한 삶이 그들의 영혼 속으로 흘러들어가는 도덕과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그가 관조(觀照)하고 있는 인생에 나타내고 있다. 농촌의 인물들을 그는 극히 자연스럽게 자신의 소설세계에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쑹져라이의 「난 벚꽃나무 아래의 노파를 보았다」는 급속하게 진행된 공업화로 인한 오염된 사회의 불평등 현상과 사회변천을 방대하고 완전하게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특히 농촌에 널려진 불평등과 불합리한 현상 및 농촌사회 문제에 착안점을 두고 소설을 통한 농촌의 어둠을 고발하고 있다. 쑹져라이(宋澤萊)의 창작 즉 사실주의의 태도는 중립을 초월하였거나 혹은 자연주의에 그 자신의 사회관이 첨가된 사회의 어두운 면의 불평과 분개 등이 저변에 깔려 있다. 종쟈오졍의 「백로의 노래」는 1970년대 후기의 작품으로 당시 타이완 사회는 환경보호 의식이 막 대두되고 있을 때로 작자는 의인법을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