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뽑은 2025 ‘올해의 소설’
★ 김소연 시인, 퓰리처상 수상 작가 에르난 디아스 추천
★ 스토리상 수상, <타임> <뉴요커> 등 유수의 매체 선정 ‘올해의 책’
★ 미국 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하나인 폴 윤의 대표작
광막한 시공간에 흩어진 디아스포라의 풍경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나’라는 수수께끼
집과 가족, 우리를 이루는 것들에 대한 정교한 질문
김혜리 기자: 『벌집과 꿀』에서 제일 재밌게 읽은 단편을 꼽을 수 있으세요?
신형철 평론가: 정말 좋은 단편집이다, 라고 하려면 좋은 작품이 두세 편만 있어서는 안 되고, 좋은 단편집은 정말 다 좋아야 하는데, 이 책은 다 좋았어요.
김혜리 기자: 명반이다.
신형철 평론가: 네, 명반이죠. 한 트랙도 버릴 게 없는.
--<김혜리의 조용한 생활> 12월호 중에서
“소설이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내게서 잊힌 지 오래된 믿음을 폴 윤은 되살려놓았다.”
--김소연(시인)
“평범함과 평범함에서 벗어난 것들을 주의 깊게 뒤섞는 단순하지만 인상적인 언어. 삶의 잔혹하면서도 아름다운 순간들을 우아하게 탐구하는 소설.”
--<퍼블리셔스 위클리>
“그가 찾아내지 않았다면 영영 사라졌을 서사.”
--데이비드 민스(소설가)
미국 문단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는 작가 폴 윤의 대표 작품집이자 신작 소설집이 서제인 번역가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김소연 시인이 “소설이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내게서 잊힌 지 오래된 믿음을 폴 윤은 되살려놓았다”라고 말한 이 소설집에는 세계 속에서 자리를 잃고 떠도는 이들을 고요하고 깊은 서정으로 그려낸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막 출소해서 미국 북부의 낯선 동네에 자리를 잡으려는 어느 한국계 청년, 탈북한 뒤 곳곳을 떠돌다 스페인에서 청소 일을 하는 나이 든 여자, 조선인 고아 소년의 고국 송환 길을 호위하는 에도시대의 사무라이, 탈북한 한국인의 2세로 런던 외곽 한인타운에서 살아가는 부부, 러시아 극동 지방의 척박한 고려인 이주지에 임관한 러시아인 장교, 사할린섬의 교도소에서 일하는 고려인 아버지를 찾으러 나서는 십 대 소년, 한국전쟁이 남긴 상흔을 안고 외진 산골 고향으로 돌아온 남자. 폴 윤은 실로 광막한 시간과 공간 속에 흩뿌려진 한국인 디아스포라의 이야기들을 생생한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으로 빚어 시적인 글로 담아낸다. 폴 윤은 이 책으로 에르난 디아스, 앤 패칫 등 동시대 저명한 작가들의 극찬을 받았으며, “디아스포라 문학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는 평와 함께 그해 가장 뛰어난 소설집에 수여하는 스토리상을 수상했다.
섬세하고 절제된 문장으로 이끌어내는 감정의 깊은 곳
떠나고 또 떠나는, 머물 곳을 찾는 이들의 비애와 갈망
『벌집과 꿀』은 다양한 역사적, 사회적 상황에 놓인 한국계 디아스포라들을 비춘다. 전쟁, 탈북, 강제 이주 등 역사의 아픔을 개인의 삶으로 떠안은 인물들은 상실감과 비애를 그림자처럼 품고 낯선 곳으로 떠나고 또 떠난다. 냉전 시대에 탈북해 남한으로, 독일로, 스페인으로 혈혈단신 떠돌아온 장년 여성(「코마로프」)이나 미국으로 이민 와 교도소로, 낯선 도시로 옮겨 다니는 젊은 남자(「보선」)가 직접적인 경우라면, 종전 후 외진 산골 고향에 돌아와 은둔하듯 살아가는 남자(「달의 골짜기」)는 어디로도 떠나지 않지만 그의 고립은 여전히 세상 속에 그의 자리가 없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목격자의 시선으로 이들의 떠돎을 지켜보는 이야기도 있다. 조선 침략의 와중에 아기 때 붙잡혀 온 조선인 고아 소년의 고국 송환 길을 함께하는 사무라이(「역참에서」)는 뿌리가 뽑힌 채 떠도는 아이의 처지를 자신의 삶과 함께 헤아리고, 19세기 말 연해주에 임관한 러시아인 장교(「벌집과 꿀」)는 낯선 땅에 낯선 이들과 함께하게 된 자신의 신세를 곱씹으며 이국에 집을 지으려는 이들의 몸부림을 기묘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한편 문자 그대로의 디아스포라는 아니더라도 여전히 이주의 여파 속에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탈북해 영국 땅에 자리 잡은 부모를 둔 한인 2세 부부(「크로머」)나, 강제징용으로 사할린섬에 끌려온 할아버지를 둔 조선인 3세인 십 대 소년(「고려인」)은 그곳에서 나고 자랐음에도 여전히 이방인으로 혹은 집 없는 이가 되어 지리적으로, 심리적으로 막연히 어딘가를 떠돈다.
집이 되어주어야 할, 가족이 되어주어야 할 무언가와 연결이 끊긴 이들을 담아내는 폴 윤의 글은 한없이 세심하면서도 시처럼 간결하고 응축적이다. 어떤 사건보다는 막연한 예감, 격렬한 감정보다는 희미한 느낌을 정밀하게 포착하는 폴 윤의 글은 인물들의 슬픔과 비애가 지닌 깊이와, 삶에서 문득문득 드러나는 진실들을 정확히 가늠해 드러낸다. 이 시적인 문장들은 인물들의 내면과 감정의 결을 밀도 높게 묘사하는 동시에 다양한 역사적 배경 역시 얼버무리는 법 없이 그 세부를 능숙하게 다뤄 이야기에 깊이를 더한다.
먼 길 끝에 무언가가 오리라는 느낌
황량한 삶을 문득 비추는 빛과 온기
책에서 인물들은 짧은 여행이든 긴 이주든 어딘가로 계속 떠난다. 자리를 잃었기에,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기에, 그들은 자꾸만 떠나고 어딘가에서 또 다른 삶을 지을 수 있기를 갈망한다. 집이었던 것에 대한 그리움, 새로운 집을 찾길 바라는 갈망, 이 동전의 양면 같은 허기는 이들에게 떠남이 곧 돌아옴이기도 하다는 걸 말해준다. 집을 떠나고, 그리하여 집이 될 어딘가로 끊임없이 돌아가는 것. 떠나는 자들에게 깊숙이 새겨진 이 갈망은 진정한 집이 생길 때까지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와 같은 오랜 지속과 기다림에는 슬픔과 외로움이 깃든다.
그러나 이 책의 인물들이 홀로 외롭게 버티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일곱 편의 이야기에는 짧은 순간이라도 집이 되어주는 이들과 서로 연결되는 관계들이 나온다. 이방인이거나 자기 땅에서도 이방인처럼 살아가는 인물들에게도 신기하도록 아무렇지 않게 곁을 내주고 마음을 써주는 이들이 어디에나 있다. 생면부지의 타인을 돌보는 일을 폴 윤의 인물들은 그저 자연스럽게, 그게 당연하지 않으냐는 듯이 해낸다. 그걸로 타인의 삶을 구원할 수는 없지만 한 번의 친절, 순간의 유대감이 누군가에게는 집이 되어주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렇게 또 어떤 시간들을 견뎌낼 수 있다. 그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그럼에도 내일이 있다. 그보다 더한 일들에서도 그들은 살아남았다. 달처럼 “뜨고, 기울고, 부서지고는” “스스로를 다시 만들어내”면서 살아왔다. 내일이라는 어떤 희망을 가져봐도 좋은 것이다. 물론 장소로부터, 사람으로부터 단절되었다는 쓰라림은 영영 떠나지 않는다. 그래도 “또 다른 삶을 짓는 방법을 가르쳐줄 사람들”을 찾아내며 삶을 지속하는 이 인물들은 황량한 삶에도 빛과 온기가 깃들 자리가 있음을, 그 자리가 때로는 희망보다 크기도 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
이 책을 옮긴 서제인 번역가는 폴 윤이 이 작품들에서 보여주는 것―자신이 있을 수 있었던 곳으로부터 떨어져 나왔다는 단절의 느낌과 자신이 앞으로 있게 될지도 모르는 곳에서 마음 깊이 퍼져오는 부드러운 연결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폴 윤의 소설을 읽다가 문득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된다면, 누구에게라도 말을 걸어 이 느낌을 전하고 싶어진다면, 아마도 당신 역시 조금은 길 잃은 사람일 것이다.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 물속을 한없이 떠가는 것 같은 불확실함 속에서도 우리가 가끔씩은 서로에게 집이 되어주고, 타인을 위해 이토록 성실하게 길을 만들어줌으로써 허무에 저항할 수 있다는 것을, 그건 어떤 의지나 결단이 필요한 일이 아니라 짐승이 새끼를 돌보듯 그저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우리의 본능이라는 것을, 작가는 다채롭고도 능숙한 솜씨로 보여준다. 『벌집과 꿀』은
제갈준
3.5
신형철이 꼽은 2025년의 소설(단편집)이다. 극적인 사건들은 없지만, 고도의 문학적 비유들이 가득하다. 간결한 문체가 인상적이며 한 편을 읽고 나면 무심하게 지나쳐간 사건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곱씹게 만든다.
호히
4.5
읽기 쉬운 책이 아니라서 다소 오래 걸렸다. 어떤 단편은 거칠고, 또 다루는 감정이나 관계가 낯설게 느껴져서 손에서 놓았다 펴길 반복했다. 디아스포라 문학 답게 그들은 일상에 뿌리 박는 일조차 어려워 보였다. 당연한 관계나 인과가 없는 건 그 때문일까. 그럼에도 그들이 이어나가는 반짝이는 외로움과 연대가 있었다. 어떤 점에선 윤회처럼 보였는데, 특정 행위를 반복하거나- 제자리로 돌아오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Khul Kim
3.5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뽑은 2025 ‘올해의 소설’이다. 신형철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이 너무 좋았기에 주저없이 책장을 펼쳤지만, 결단코 책장이 쉬이 넘어가는 작품은 아니다.
Lime
4.0
척박한 환경에서도 비명 한 번 지르고, 그럼에도 살아가는 이주민들의 이야기 우연의 평안 속에 놓인 사람들에게 그 비명을 외면하지 않아야함을 여백을 통해 전한다
오리의 마음
4.5
아름다운 단편들이었다. 이렇게 한국계 디아스포라의 서사와 감정을 잘 표현한 작가가 있을까. 한국계 미국인인 폴 윤은 조부가 한국전쟁 때 탈북한 피난민이다. 그러나 조부에게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폴 윤의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조부가 탈북한 피난민이라는 것. 조부에게 알게 된 건 그것뿐. 딱 그 한마디가 작가의 정체성을 만들었다. 모든 단편이 막막하다. 외롭다. 고립되었다. 경제적으로 어렵다. 미래가 없다. 희망이 없다. 이민자이다. 국가 폭력의 희생자이다. 전쟁으로 인해 삶이 고되다. 가족이 없거나 있어도 없다. 어딨는지 모른다. 뿌리 내릴 수가 없다. 어디든 날 거부한다. 누구도 날 환대하지 않는 곳에서 살거나 산 속에서 혼자 산다. 나의 이주는 내가 바라지 않은 이동이다. 외부의 힘이 날 움직이게 한다. 난 떠나야 한다. 떠나지 않아도 어차피 이곳에서 날 반기는 이 한 명 없다. 이곳에 있을 수조차 없다. 디아스포라의 감정을 모든 소설이 담고 있어서, 다 읽고 나면 삶이 위태롭게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1. 「보선」 트럭 운전수 보의 감옥 10개월 이후 캘리스에서의 삶. 가족 없고 고향 없고 경제력 없음. 기억나는 색깔은 빨강. 손에 묻은 피. 사람들은 날 험악하게 생겼다고 말함. 2. 「코마로프」 가난, 북한, 스페인, 독일, 청소 노동자 주연. 아이는 죽었고 남편은 어디 있는지 모름. 니콜라이 코마로프는 내 아이가 아니었어. 3. 「역참에서」 1609년 에도시대. (과감한 소설, 이 시대를 그리다니) 임진왜란 이후 고아가 된 유미, 일본에서 산 유미, 일본말밖에 못하는 유미를 조선인 사절단에 보내기. 또다시 강제되는 인생. 이주와 전쟁. 너는 조선인이니 이곳을 떠나야 한다. 유미는 이후에 어떻게 살게 될까? 4. 「크로머」 1970년대 탈북한 그들의 아버지, 그들의 아버지는 남한 여자와 결혼한다. 한국계 부부인 해리와 그레이스. 어느 날 모르는 아이가 해리네 가게에 들어와. 기억을 잃은 아이. 왜 이곳에 왔는지, 가출했는지, 이름은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른다. 딱 하나 아는 건 '크로머'. 그 동네는 무엇인가? 왜 지명이 생각난 걸까. 크로머만 생각난다. 살아 있다는 걸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딱 하나만 기억하고 산다. 그것은 크로머 또는 어떤 동네. 5. 「벌집과 꿀」 연해주 우수리스크 지역 남부 1881년. 치안관은 안드레이 불라빈, 그는 고려인을 관리한다. 고려인 마을에 사는 한 아내가 자신의 남편을 죽인다. 강간하고 폭행했기 때문에. 남편의 남동생이 여자를 목매달아 죽인다. 청각장애인 딸만 혼자 남는다. 고려인 동네 사람들은 아이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러다가 여자의 유령이 나타나 모든 마을 사람을 괴롭힌다. 꿀을 탄 찻잔에 벌이 앉고, 벌은 벌집으로 향한다. 그렇게 반복하며 치안관과 아이는 숲으로 들어간다. 부모가 모두 죽고 엄마의 유령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나의 마을, 돌아갈 곳은 없다. 벌집을 찾으러 간다. 무엇을 위해 이곳을 관리하는가?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왔는가? 유령이 나오면 뭐 어떠냐, 차라리 유령이 낫지. 고려인들은 차라리 유령이 낫다며 계속 이곳에 살 수밖에 없다. 6. 「고려인」 삼촌 죽음, 사할린섬으로 아버지 찾으러 간 16살 막심. 아버지는 다른 여자랑 살고 있다. 그 여자는 나를 싫어한다. 고향이 없다. 정착할 곳도 없다. 아버지는 어디로 갈 거냐고 묻는다. 다른 사람이 있냐고 아버지에게 묻는다. 다른 사람? 우리 가족이요. 내가 그걸 어찌 알겠니. 막심은 이제 고향도 가족도 없이 살아야 한다. 7. 「달의 골짜기」 전쟁 끝나고 혼자 산속으로 들어가 혼자 사는 동수. 어느 날 휴전선을 안내해달라고 그래야 가족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하는 남자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사고로 그를 죽여. 동수는 그를 땅에 묻는다. 교회에서 온 아이들. 은혜와 운식이 가족이 되지만 삼촌을 찾는다며 찾아온 남자가 동수의 무언가를 건드려. 운식을 죽도록 패는 동수. 운식과 은혜는 떠난다. 운식은 어리저리 떠돌며 살다가 함부르크에서 사고로 죽는다. 은혜는 대구에서 일을 하다가 일흔 살쯤 된 동수를 오랜만에 만나러 갔는데 그는 죽어 있다. 혼자만의 비밀. 혼자 사는 삶. 고향도 뿌리도 가족도 없다.
lupang2003
3.0
물리적 이주를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끊임없이 어딘가에서 어딘가로 이동하며 살아간다. 학교에서 직장으로, 고향에서 타지로, 꿈꾸던 모습에서 현실의 모습으로. 폴 윤 작가는 이 보편적 경험을 한국인 디아스포라의 특수한 상황과 절묘하게 겹쳐놓았다. 간결하고 정제된 문장 안에 깊은 상실감과 이방인의 고독을 녹여낸다. 여러 대륙과 시간대를 넘나들며 전쟁, 분단, 이주, 유배, 상실을 겪은 인물들의 삶을 일곱 편의 이야기 속에 담아냈다.
이매
3.5
돌아갈 곳이 없거나 처음부터 그런 게 없었거나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은 모든 순간에 서 있는 사람들
어라?
2.5
각기 다른 이주민들의 비애가 가슴에 와닿기보단 흩뿌려졌다
더 많은 코멘트를 보려면 로그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