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모든 일이 일어난 미래

염승숙 · 소설
2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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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 더 웨일 믿음의 도약 구옥의 평화 진영의 논리 북극성 찾기 한낮의 정적 해설 | ‘더 나은 실패’를 위하여_소유정 작가의 말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그래도, 무정해지고 싶지 않아.” 불안한 현재에 새겨진 모든 시작과 끝, 그 속에서 발견하는 미래를 향한 다정한 상상 우리는 알 수 없는 미래로 매 순간 도달하며 모든 일이 일어나고 있는 유한한 현재에 잠시 머무를 뿐이지만 ‘함께’ 있다는 건 그 자체로 애틋하고 중요하다. ―‘작가의 말’에서 한 분야에서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문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왜 쓰는가와 어떻게 써야 하는가를 고민하며 의심을 확신으로 가져가기까지는 물리적인 시간보다 더 무겁게 짓누르는 마음의 시간이 흐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천천히, 자신의 자리를 견고하게 다지며 고유의 작품 세계를 펼치는 작가들이 더욱 귀한 이유다. 여기, 20년 동안 쉼 없이 소설 쓰기를 이어오면서 한국문학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기고 있는 귀한 작가가 있다. 2005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문단에 나와 올해로 데뷔 20년을 넘긴 소설가 염승숙이다. 그의 다섯번째 소설집 『이미 모든 일이 일어난 미래』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앞서 네 권의 소설집과 두 권의 장편소설, 한 권의 산문집을 출간한 바 있는 작가에게는 여덟번째 책이 되는 것인데, 범박하게 계산을 하면 20년간 2~3년에 한 권꼴의 책을 출간한 셈이다. 성실하게, 흔들림 없이 걸어온 소설가의 시간을 그가 세상에 내보인 책들이 증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소설집 ‘작가의 말’에서 그는 뜻밖의 고백을 한다. “나는 내가 언제든 소설 쓰기를 그만둘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는 것이다. “이 시대에 소설은 어째서 씌어져야 하고, 소설이 씌어져야 마땅한 것이라면 도대체 어떻게 써야 옳은 걸까”라는 질문 앞에 “겁먹은 얼굴로, 다소 무참하고 조급한 마음으로 소설 쓰기를 지속해온 듯하다”고 말하는 작가에게 더욱 미더운 마음이 드는 까닭은 이와 같은 그의 고백을 통해 정답이 없는 질문을 품고 조심스러우면서도 절실하게 20년을 소설가의 시간으로 가득 채워왔음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간이 있었기에 “이제 진실해야 한다는 고요한 사실에 이르”러 “세계와 거짓 없이 마주하면서, 인간에 대해 그리고 우리에 대해 진실한 자세로 쓰고 싶다”는 “무해한 각오”를 품을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새 소설집을 소개하며 책의 가장 뒤에 놓인 ‘작가의 말’을 먼저 언급하는 이유는 이번 소설집의 제목인 ‘이미 모든 일이 일어난 미래’에서 작가의 미래 또한 예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2005년 데뷔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작가가 소설에서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과 20년이 흐른 지금의 작가가 담아내는 이야기는 언뜻 많은 것이 달라져 보이기도 하지만, 극단의 현실 속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은 변함이 없다. 그러니 어쩌면 현재의 염승숙 작가는 20년 전 많은 이의 기대 속에 등장했던 신인 작가 안에서 이미 이루어져 있었을지 모른다. 같은 맥락에서, 20년을 넘어서는 그의 소설가로서의 시간이 특별한 이유 역시, 쌓여온 시간이 가진 가치를 넘어 쌓여갈 시간에 대한 기대에 실리는 무게감에 있는 듯하다. 새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에서 독자들은 그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와 거짓 없이 마주하면서, 인간에 대해 그리고 우리에 대해 진실한 자세로” 써내려간 여섯 편의 이야기에는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작가가 “무해한 각오”로 펼쳐 보이는 ‘미래’를 담아낸 세계에서 우리를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그러나 거짓 없이 혹독한 오늘이다. “미지의 가능성을 만드는 모든 현재에 염승숙의 소설이 계속 쓰일 것이다” 시간적으로는 미래를 말하지만, ‘모든 일’은 그보다 앞서 벌어진 상태이다. 확언 불가능한 시간을 가리키면서도 사건의 발생을 전제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 하지만 소설 속 인물들은 미래를 낙관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그들에겐 당면한 위기가 있고 그로 인한 불안이 점점 커져가는 탓이다. 또 다른 가정을 하기 위해서는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 미지의 시간이 아닌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모르고 싶은 지금 이 순간으로. 염승숙의 소설에서 미래에 대한 예감은 현재의 일과 무관하지 않다. ―소유정 해설, 「‘더 나은 실패’를 위하여」에서 『이미 모든 일이 일어난 미래』에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발표된 여섯 편의 작품이 발표순으로 수록되어 있다. 애초에 소설집의 구성을 이처럼 기획한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가 하나의 객체가 아닌 전체의 일부로서, 내게서 천천히 흘러나왔기 때문이”라는 ‘작가의 말’에서도 드러나듯 이 순서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읽힌다. 게다가 이러한 흐름은 각각의 소설에서 각기 다른 삶을 사는 인물들이 직장과 주거지 등의 장소를 공유하거나 다양한 요소들로 연결되면서 이 소설집 전체가 마치 “원 테이크로 촬영한 한 편의 영화처럼 느껴지”(소유정)는 경험으로 이어진다. 소설 속 배경과 그 안에서 그려지는 삶의 모습이 서울 한구석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나 혹은 나의 지인이 작품 속 어딘가에 놓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프리 더 웨일」과 「믿음의 도약」은 2021년 가을과 겨울에 걸쳐 발표된 작품으로, 코로나19 시국을 배경으로 한다. 팬데믹 상황의 단절과 불안 속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불평등과 차별, 배제와 갈등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프리 더 웨일」의 수경은 남편 우상우의 죽음 이후 아무런 희망을 갖지 못한 채 오직 아이를 잘 길러내는 책임만을 생각하며 사는 인물이다. 뒤늦게 들어간 회사에서 자리보전을 하는 것이 유일한 삶의 목표가 되어버린 수경은 회사의 부조리에 눈감고, 동료들로부터 받는 수치와 모욕을 견뎌내며 무리에서 동떨어진 삶을 이어간다. 그런 수경에게 “대책 없는 낙관과 무방비한 희망이었대도” 내 것이었으면 하고 바랐던 “비루한 다정함”의 모습을 한 소설은 멀어진 지 오래다. 미래는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무정해지고 싶지 않다고 말하던 남편 우상우의 부재 이후 더는 소설을 쓸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소설에서 느꼈던 이상한 아름다움을 육아에서도 발견한 그의 모습은 “무리에서 빠져나와 완전히 다른 노래를 부르려는 고래”를 떠올리게 한다. 보이지 않는 미래처럼, 그 노래가 닿게 될 곳이 희망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믿음의 도약」은 전세 만기가 돌아와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연락을 받은 철과 영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느리지만 천천히 미래를 준비해나가는 이들 부부에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언제 감염이 될지 모르는 펜데믹의 불안과 공포는 이들의 삶 저변에 늘 도사리고 있는 불안과 공포에 다름 아니다. 영은 수십 개의 영양제를 챙기며 그것만이, 아니 최소한 그것이라도 있어야 가족을 지킬 수 있다고 믿는다. 이 불안과 공포에서 서로를 염려하고 챙기는 것은 오직 철과 영 그리고 아이뿐이라고 수시로 상기하면서. 하지만 그렇게나 많이 챙겨 먹은 영양제가 결국 제대로 흡수되지 못하고 빠져나가 또 다른 약을 추가해야 되었던 것처럼, 고민 끝에 마련한 자신의 아파트가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의 연장이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그리고 “돌연 험하고 매서워지려는” 그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것은 그들 앞에 선 아이였다. 「구옥의 평화」에서 구옥은 남들과 다른 외모, 명예롭지 못한 교사로서의 명예퇴직 과정 등 모욕의 시간을 견디며 살다가 조금씩 무언가를 잊어가는 노년으로 접어든 여성이다. 하나뿐인 딸도 기약 없는 안부만 물을 뿐 더는 집에 찾아오지 않는, 쓸쓸하고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던 그에게 유일하게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혼자 죽더라도 빨리 발견되면 좋”지 않냐며 먼저 다가와준 유자이다. 그러나 “나쁘고 싶지 않다”고 말하던 유자는 차별과 배제가 극으로 치달은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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