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고는 있는지, 금방이라면 얼마나 금방인지."
천 년 이무기와 인간의 풋내 물씬한 한여름 빛깔 첫사랑
장편소설 《수상한 한의원》으로 입체적인 스토리텔링의 정수를 보여준 배명은 작가의 《계화의 여름》이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용이 되지 못한 천 년 이무기 '여름'과 소녀 '계화'의 풋풋하고 애절한 첫사랑을 1970년대의 한여름 정경 속에 녹여냈다.
계화에게는 비늘증이라는 병이 있었다. 피부가 갈라지고 각질이 올라오는 아픈 병이었다. 반장 '남영'이와 동네 아이들은 사사건건 계화를 놀려댔다. 아이들의 놀림에 서울로 일하러 간 부모님까지 소식이 없자 너무 서러워진 계화는 콱 죽어버리자고 결심한다. 옛 선녀님이 하늘로 날아올랐다는 유명한 절벽에 몸을 던져 새 전설을 쓸 작정이었다. 하필 그날은 이무기가 드디어 용이 되는, 천 년 만에 찾아온 길일이었다. 절벽 위의 계화와 하늘로 오르던 이무기의 눈이 마주치고, 승천하는 모습을 인간에게 보여선 안 된다는 금기를 깬 이무기는 벼락에 찢겨 땅으로 떨어진다. 하찮은 구렁이가 된 이무기는 독니를 갈며 그 콩만 한 것에게 복수할 날을 꿈꾼다. 아무것도 모르는 계화는 아파 보이는 이무기에게 산딸기를 가져다주고 멋대로 '여름'이라는 이름까지 붙인다. 이무기는 어느덧 그 주변을 맴돌며 계화를 기다리고, 기다린다.
그로부터 10년 후, 계화는 비늘증을 이겨내고 아름답게 성장한다. 계화의 외모에 반한 남영도 끈질기게 계화를 쫓아다닌다. 동네를 배회하는 악한 귀신은 그녀를 해치려 들고, 남몰래 계화의 모습을 지켜봐왔던 이무기도 결국 사람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 일어난다. "너는 나를 기억할까?"(91쪽)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를 '여름'이라고 소개한 이무기는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계화는 이무기가 간직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산딸기의 맛과 여름의 냄새를 다 잊은 것만 같다. 하늘이 이무기의 마음을 알아준 것일까, 어느 날 밤 귀신에게 쫓기던 계화가 이무기의 품 안으로 달려 들어온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구병모 〈파쇄〉,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안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최진영 〈오로라〉 등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하며,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시즌 1 50편에 이어 시즌 2는 더욱 새로운 작가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시즌 2에는 강화길, 임선우, 단요, 정보라, 김보영, 이미상, 김화진, 정이현, 임솔아, 황정은 작가 등이 함께한다. 또한 시즌 2에는 작가 인터뷰를 수록하여 작품 안팎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1년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펼쳐 보일 예정이다.
위픽 시리즈 소개
위픽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작은 조각이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새로운 한 조각이 되기를,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당신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한 조각의 문학이 되기를 꿈꿉니다.
한 조각의 문학, 위픽
구병모 《파쇄》
이희주 《마유미》
윤자영 《할매 떡볶이 레시피》
박소연 《북적대지만 은밀하게》
김기창 《크리스마스이브의 방문객》
이종산 《블루마블》
곽재식 《우주 대전의 끝》
김동식 《백 명 버튼》
배예람 《물 밑에 계시리라》
이소호 《나의 미치광이 이웃》
오한기 《나의 즐거운 육아 일기》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도진기 《애니》
박솔뫼 《극동의 여자 친구들》
정혜윤 《마음 편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워크숍》
황모과 《10초는 영원히》
김희선 《삼척, 불멸》
최정화 《봇로스 리포트》
정해연 《모델》
정이담 《환생꽃》
문지혁 《크리스마스 캐러셀》
김목인 《마르셀 아코디언 클럽》
전건우 《앙심》
최양선 《그림자 나비》
이하진 《확률의 무덤》
은모든 《감미롭고 간절한》
이유리 《잠이 오나요》
심너울 《이런, 우리 엄마가 우주선을 유괴했어요》
최현숙 《창신동 여자》
연여름 《2학기 한정 도서부》
서미애 《나의 여자 친구》
김원영 《우리의 클라이밍》
정지돈 《현대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죽음들》
이서수 《첫사랑이 언니에게 남긴 것》
이경희 《매듭 정리》
송경아 《무지개나래 반려동물 납골당》
현호정 《삼색도》
김 현 《고유한 형태》
김이환 《더 나은 인간》
이민진 《무칭》
안 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조현아 《밥줄광대놀음》
김효인 《새로고침》
전혜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면》
김청귤 《제습기 다이어트》
최의택 《논터널링》
김유담 《스페이스 M》
전삼혜 《나름에게 가는 길》
최진영 《오로라》
이혁진 《가장 완벽한 주행》
강화길 《영희와 제임스》
이문영 《루카스》
현찬양 《인현왕후의 회빙환을 위하여》
차현지 《다다른 날들》
김성중 《두더지 인간》
김서해 《라비우와 링과》
임선우 《0000》
듀 나 《바리》
한유리 《불멸의 인절미》
한정현 《사랑과 연합 0장》
위수정 《칠면조가 숨어 있어》
천희란 《작가의 말》
정보라 《창문》
이주란 《그때는》
김보영 《헤픈 것이다》
이주혜 《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
정대건 《부오니시모, 나폴리》
김희재 《화성과 창의의 시도》
단 요 《담장 너머 버베나》
문보영 《어떤 새의 이름을 아는 슬픈 너》
박서련 《몸몸》
금정연 《모두 일요일이야》
박이강 《잡 인터뷰》
김나현 《예감의 우주》
김화진 《개구리가 되고 싶어》
권김현영 《수신인도 발신인도 아닌 씨씨》
배명은 《계화의 여름》
이두온 《돈 안 쓰면 죽는 병》
김지연 《새해 연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