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내 인생,
소소한 것쯤 그냥 감으로 가는 거야.”
● 마스다 미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지나칠 수 없는 ‘마스다 미리표’ 핀란드 여행기!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반짝임을 발견해내는 작가 마스다 미리. 만화가이자 에세이스트로 알려져 있는 그녀가 나 홀로 여행의 고수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핀란드에 혼자 처음 방문했을 때 공항에 도착해서부터 호텔 체크인까지를 도와주는 여행사 상품을 선택한 그녀가 어느새 혼자 숙소를 찾아가고 익숙한 곳을 방문하며, 자신만의 미션을 정해서 달성하는 경지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그녀는 일상에서와 마찬가지로 여행에서도 그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모든 당혹스러운 순간을 자신만의 유쾌하고 담담한 태도로 헤쳐나간다. 어설프면 어설픈 대로, 당황하면 당황한 대로 그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다.
수수께끼다. 어디서 어떻게 잘못됐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분명히 표시를 따라 나온 것 같은데, 웬걸, 수하물 레인에 닿지 못한 채 밖으로 나와버렸다.
내 슈트케이스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요?_133쪽
나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요. 아니 그보다, 이 버스는 대체 뭐냐고요.
“어쩌지……. 뭐야, 이거 무슨 상황이냐?_134쪽
귀엽고 어설프지만 완벽한 여행자인 마스다 미리의 모습은, 잊고 있던 우리의 여행 세포를 조금씩 깨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진 맛있는 음식들. 그녀가 안내하는 맛있는 시나몬 롤 빵집을 비롯한 헬싱키 곳곳에 숨겨진 맛집들은 구글맵을 켜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든다. ‘코끝이 찡할 만큼 맛있었다’는 시나몬 롤은 도대체 어떤 맛일까?
커피와 함께 시나몬 롤을 주문했다. 한 입 베어 문다. 앗, 맞다!!
지난번에는 개점 시간에 맞춰 와서 갓 구운 따끈따끈한 걸 먹을 수 있었는데. 기왕이면 이번에도 그럴 걸. 후회막심이다._58쪽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아무튼 칼 파제르 카페에 안착했다. 시나몬 롤은 코끝이 찡할 만큼 맛있었다._135쪽
● 핀란드의 공기로 가득찬 여행기
이렇게 보면 먹기 위해 떠난 여행 같지만, 아니다. 마스다 미리가 이 여행에서 진정으로 찾고자 한 것은 맛있는 음식이 아닌, 생각하기 위한 시간이다.
마스다 미리의 여행기는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며 감탄하고,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요리에 황홀해하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 그의 삶을 배우고, 새로운 문화를 느끼고 난 뒤 우리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전해주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다.마스다 미리가 우리에게 건네주는 건 ‘핀란드의 공기’다. 그 새로운 공기로 나의 일상을 정돈하게 한다. 마스다 미리는 핀란드 헬싱키에서든 배를 타고 당일로 다녀온 에스토니아에서든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이라든가 인생이라든가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는 길고 긴 생각 끝에 이렇게 말한다. “힘든 일도 있었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십 대였다.” 마스다 미리에게 여행은 현재의 나를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다시 새롭게’가 아니라, ‘제대로 잘.’여행의 이유로 충분하다.
홍차를 마시면서 바람에 흔들리는 공원의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들.
먼저 지는 낙엽들이 아직 남은 친구들에게 ‘안녕’이라고 말한다.
그런 눈으로 바라보자니 역시 한 번뿐인 인생에 절로 생각이 가닿는다.
얼마 있으면 나의 사십 대도 끝난다. 아버지를 떠나보낸 사십 대였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소중한 사람들을 잃을까. 그것은 슬픈 일이 틀림없다.
하지만 슬퍼도 꼬박꼬박 배는 고프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가르쳐준 사실이다._129쪽
● “굉장해, 혼자 해냈잖아”일상 속 잔잔한 파도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마스다 미리만의 방법
마스다 미리의 세 번의 핀란드 여행은 여름-가을-겨울로 이어진다. 2017년 여름에 핀란드를 방문해 그다음 해 가을, 그리고 또 그다음 해 겨울 그곳을 다시 찾는다. 백야가 계속되는 여름부터 어둡고 긴 겨울까지 경험한 그녀가 담아낸 핀란드는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은 ‘마스다 미리만의 핀란드’로 가득하다.
1장 <핀란드 하늘 아래에서 생각하다 2017>에서 마스다 미리는 핀란드 헬싱키에 가기까지의 과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녀의 여행은 핀란드에 가고 싶다는 ‘희망 사항’을 적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후로 다이어리를 쓸 때마다 그 페이지를 펼쳐보며 ‘희망’을 ‘예정’으로, ‘예정’을 ‘결정’으로 바꾸어나간다. 그렇게 몇 달에 걸쳐 차근차근 여름의 핀란드로 다가간다.
2장 <미래에서 현재를 그리워하다 2018>에서는 일 년 만에 다시 찾은 핀란드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들을 위트 있게 그려낸다. 이전 여행보다는 한결 여유로워진 마스다 미리의 모습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소소하고 반짝이는 일상을 마주할 수 있다.
3장 <감을 믿고 살아간다 2019>에서는 겨울 공기로 가득한 핀란드의 모습을 그린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 핀란드에서 이제는 제법 익숙한 공간이 된 카페와 빵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그녀만의 ‘생각하기 위해 떠난 여행’을 이어나간다.
마스다 미리는 이 여행에서 몇 번이고 ‘굉장해, 혼자 해냈잖아’, ‘잘했어’, ‘애썼어’와 같은 말들로 조용히 자신을 칭찬한다. 서툴고 때때로 좌충우돌인 그녀가 스스로에게 건네는 작은 다독임은 글을 통해 고스란히 우리에게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