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검찰이라는 조직 안에서 배신과 전승이 어떻게 교차하며 어떻게 취사선택되는지를 정확하게 찍어 낸다. 아울러 그 이야기를 통해 가당찮게 국민을 배신하고도 그것을 자신들의 권력으로 전승해 온 검찰국가의 본질을 꿰뚫어 보게 한다.
_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 책은 김학의 사건을 통해 검찰과 정치권력이 어떤 관계를 맺는지, 어떤 정치적 이해관계들이 개입되는지를 차분하게 보여 준다. 정파적 접근을 지양하고, 사실에 기반하여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 보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스쳐 지나가기 쉬운 사소한 사실관계의 편린들을 꼼꼼히 챙겨 저자 특유의 필력으로 재구성해 낸 덕분에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은 덤이다.
_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말이 칼이 될 때》 저자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탄생한 정권은
어떻게 국민의 기대를 배반했는가
‘살권수’에서 ‘검찰국가’가 되기까지
검찰정권의 신호탄 ‘김학의 사건’으로 보는
그들만의 자가당착식 공정에 관하여
지난 20대 대선에서 유권자 다수는 검찰총장 출신의 대선 후보를 선택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조국 자녀 입시 비리 수사 등을 이끌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검사’, ‘살아 있는 권력 수사’(‘살권수’)로 이름을 알린 검사 윤석열은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기대하는 많은 이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검찰 엘리트’ 세력이 ‘내로남불’에 찌든 민주화운동 세력보다 유능하고 공정하며 상식적일 것이라는 기대에 힘입은 것이었다.(207쪽)
하지만 그렇게 들어선 ‘검찰정권’은 자신을 선택한 유권자의 기대를 배반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거의 전 분야에서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은 일들이 일어난다.(207쪽) 대통령과 가까운 검사 출신 인물들로 행정부를 장악하고, 이유를 납득할 수 없는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자신과 측근을 겨냥한 수사에는 인사 교체를 단행하는 등 ‘살권수’를 외치던 이가 ‘살아 있는 권력’이 되자 무소불위의 기세로 스스로를 성역화하는 모습을 모두가 당혹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그 배신의 한 축에 ‘검찰’이 있다.(207쪽) 권력과 한 몸이 된 검찰은 수사와 기소의 칼날을 어느 때보다 편파적으로 휘두르며 법과 정의를 오도하고 있다.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탄생한 정권에서 어떻게 이런 파행이 버젓이 반복되는 걸까?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이 책은 문재인 정권과 윤석열 검찰의 충돌이 본격화된 사건이자 검찰정권의 신호탄이 된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의 모든 타임라인을 촘촘히 따라가며 이 사건이 미리 암시하고 있던 파국의 조짐들과 이를 가능하게 한 ‘검찰정치’의 문법과 작동 원리를 낱낱이 파헤친다. “냉정한 이성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홍성수) 꼭 살펴봐야 할 책이다.
‘오래된 미래’ 김학의 사건 타임라인으로 보는
검찰정권의 작동 원리
성폭행, 금품수수, 접대 관행, 봐주기 수사, 보복 수사, 사법의 정치화 등 ‘김학의 사건’은 면면에 “법과 정의의 부재”(한상희)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이 사건의 핵심 용의자는 무죄 판결을 받아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해방(19쪽)되었고, 용의자를 수사하던 사람들은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모든 과정을 주도하며 승기에 오른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되었고, 그러는 동안 피해자들은 어떤 보호나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말 그대로 가해자와 피해자, 심판자의 처지가 모두 뒤바뀌었다.(19쪽) 사건의 본질에서 한참 멀어진 이런 상황이 어떻게 가능하게 되었을까? ‘공정’을 외치며 탄생한 검찰정권이 국민의 기대를 어떻게 배반하고 있는지, 이 책은 그 출발선이자 집약본인 ‘김학의 사건’을 통해 낱낱이 파헤친다.
김학의 사건의 첫 수사는 김학의가 법무부 차관에 임명된(박근혜 정부) 다음 날 ‘김학의 동영상’이 보도되면서 시작된다. 오랜 기간 검찰 고위 간부 대상 성 접대에 동원되어 온 피해자들이 수사기관에 처벌을 요구하면서 파장을 일으켰으나, 성폭력과 뇌물수수 정황이 확인됨은 물론 이에 대한 동영상 증거까지 제시된 상황에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로 김학의는 두 번이나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
여성 인권을 짓밟은 범죄인 데다 검찰의 노골적인 봐주기 수사 정황까지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이후 검찰개혁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권은 김학의 사건을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 대상 사건’으로 규정하고 재수사를 추진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절차적 흠결이 발생해 적법성 시비가 인다. 당시 정식으로 입건된 피의자가 아니었던 김학의가 갑작스레 출국을 저지당한 상황을 ‘민간인 불법사찰’로 규정한 윤석열 사단 검찰이 관련자들을 수사한 뒤 재판에 넘긴 것이다. 해외 도피를 막기 위한 것이었더라도 적법 절차를 지켰어야 했다는 논리였지만,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추진했던 친문 인사만을 선택적으로 겨냥했다는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이는 명백한 보복 수사였다. 결국 이 과정에서 김학의는 또 한 번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되었고, 김학의의 해외 도피를 막은 이들은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의 대상이 되어 재판에 넘겨지게 되었다.
아무리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출국금지 조치는 적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절차적 원칙은 이론적으로 명백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현실에서 절차적 정의가 실체적 정의와 충돌할 때는 무엇이 더 긴급하고 중요한 가치인지 날카롭게 가려 판단해야 한다. 주객 전도식 법리 적용으로 온갖 비리와 부정의가 합리화된 이 사건의 면면을 하나하나 살피며 이 책은 검찰권이 정치적 이해관계와 결합할 때 ‘사법 정의’가 어떻게 현실과 괴리하게 되는지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또한 ‘김학의 사건’을 통과하며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이 어떻게 실패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보복과 배신의 파워게임이 지금의 정치 국면을 만들었는지를 낱낱이 밝힌다. 나아가 “오래된 미래”이자 현재진행형 사안인 김학의 사건이 ‘살아 있는 권력’ 성역화, 보복 수사, 헌법 파괴, 검찰권 남용, 거부권 남발, 언론 탄압 등 작금의 문제들을 어떻게 현시하고 있는지도 살펴보게 한다. 반복되는 실패를 벗어나기 위해 그 실패의 자리를 꼼꼼히 응시하기를 제안하는 이 책은 총선 이후 검찰개혁이 다시금 화두로 떠오른 지금, 앞으로의 과제에 관한 실마리를 제시한다.
검찰개혁, 정파 이슈 아닌 공동체의 과제로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읽어야 할 책
30년간 법조 분야에 몸담아 온 저널리스트의 전문성으로 쓰인 이 책은 수사 과정과 공판 기록, 인터뷰와 언론 보도를 망라하는 방대한 자료와 꼼꼼한 분석, 관련자 증언의 날카로운 교차검증이 돋보이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 특유의 필력으로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것”(홍성수) 또한 특징이다. 무엇보다 정파적 논리를 배제하고 사실관계의 객관적 분석에 집중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사건의 전말을 온전히 이해하게 한다는 것이 커다란 장점이다.
객관적 시선으로 사건의 타임라인을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정파적 해석이 비대해지는 순간 모든 사건은 본질과 멀어지게 된다는 자명하고 타당한 사실과 다시금 마주하게 된다. 검찰개혁이 ‘조국 수호’나 ‘윤석열 제거’와 등치될 때 공동체는 ‘법과 정의’에 관해 숙고해 볼 기회를 놓치게 된다. 마찬가지로 김학의 재수사가 ‘검찰개혁 음모론’으로 이해될 때 ‘가해자 처벌, 피해자 회복’이라는 사법 정의와는 금세 멀어진다. 이 사건 역시 사건의 실체보다 상징과 함의로, 권력 간의 파워게임으로 해석되어 정쟁에 사용되었고, 수단이 되고야 만 사건 앞에서 가장 먼저 배제되는 것은 피해자들이었다.
실체를 추구하기보다 이해관계를 우선하는 시각은 검찰정권이 들어서고 더욱 만연해졌다. 나라 안팎으로 재난과 위기가 반복되는 와중에 원인 규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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