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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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하는 사람들, 떠나는 사람들, 망설이는 사람들, 돌아오는 사람들, 머무는 사람들, 서성이는 사람들, 한국 청년 세대의 글로벌 이동에 관한 인류학 보고서! 생존이 화두가 된 시대에 대한민국 청년들은 어디에 있는가? 그들은 한국과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 한국 사회는 그들을 고투에 어떻게 화답할 것인가? 젊은 인류학자들이 생생한 현장 연구를 통해 그들의 고민을 진지하게 성찰한다! “헬조선”이라는 단어는 외마디 비명이었다. 다른 사람의 비명은 원래 듣기 거북한 법이고, 지금은 너나없이 다들 힘겨운 처지라, 누군가는 그 울음소리에 대고 화를 냈다. “지옥이라고? 어디 나가봐라, 이만한 곳도 없다”고. 『헬조선 인 앤 아웃』은 울음을 참고 대화를 시도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젊은 연구자들은 미국, 인도, 아일랜드, 동남아에서 한국 및 한국계 청년들의 고민을 들었다. 그리고 왜 이렇게 됐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를 물었다. 우리는 그 대화를 이어야 한다. 제대로만 이어간다면 우리의 이야기는 “나라 타령”을 금세 넘어설 것이다. 이미 어디에서나 국가와 국경은 꽤나 허물어진 상태가 되었다. 우리는 모두 어쩔 수 없이 점점 더 난민이 되어갈 처지에 빠진다. 이 책의 저자들은 그 두려운 미래에 맞서 더 큰 공동체를 상상하자고 주장한다. 그 상상의 현장도 보여준다. - 장강명(소설가) 내용 소개 지금 이 순간 청년 세대의 자화상 장면 #1: 20대 후반의 직장인 D는 직장에서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하며 살면서 불합리한 조직 문화와 죽도록 일해야 하는 노동 관습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을 정도로 아프다는 걸 깨달았다. 망가진 몸을 치유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해외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우연찮게 찾아간 인도의 리시케시에서 오랫동안 요가를 배우며 지친 심신을 해독했다. 그러는 동안에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바뀌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장면 #2: 20대 초반의 아르바이트생 J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저임금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려 노력했지만 갈수록 생활은 어려워지기만 했다. 게다가 청년 실업률이 치솟아 대학을 졸업해도 뚜렷한 진로를 찾을 수 없는데다가, 집안 형편이 어려워 가족은 전혀 지지자원이 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렵사리 미국 유학을 떠나 어느 커뮤니티 칼리지에 입학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그는 자신을 “현금인출기”처럼 취급하고 교육과정에서 차별하는 대학 당국에 실망하고, 아무와도 말을 나누지 않는 “유령”으로 지내게 되었다. J는 스스로를 한국에서 추방당하고 외국에서 표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장면 #3: 20대 중반의 S는 중학교 2학년 때에 아버지를 따라 중남미 국가로 이민하여 영주권을 획득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중남미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미국에서 대학을 마친 그는 다시 한국에서 직업을 구하려 했다. 그는 해외 영주권자가 모국(한국)에서 18개월 이상 경제 행위를 할 때에는 병역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사실에 고민하다, 법적 필요조건을 해결하고 또 한국 사회에서 떳떳이 살고자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원 입대를 결정한다. 한국어, 스페인어, 영어를 어정쩡하게 하는 이방인으로 사는 것보다 떳떳한 한국인으로 살면서 “글로벌 인재”로 대우받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비슷한 처지의 Y도 입대를 결정하는데, 게이인 그는 군대 생활의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 게이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다. 생존이 화두가 된 이 시대, 누가 “헬조선 탈출”을 꿈꾸는가? 지금 청년 세대에게 대한민국은 “헬조선”으로 인식된다. “헬조선”은 소득이 불평등하고, 근로조건이 열악하며, 삶의 여유가 없고, “아재들의 꼰대질”로 가득하고, 스펙을 아무리 쌓아도 취업이 되지 않는, 태어난 신분으로 미래가 결정되는, 아무도 자신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생존경쟁의 전투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을 상징한다. 기성세대에겐 아주 불편할 수밖에 없는 이 자기비하적 단어에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급격히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과 계급 격차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이 배어 있다. 자신의 삶의 터전이 되어야 할 곳을 “지옥”이라는 절망적인 단어로 표현하는 청년들은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냉소한다. 1990년대 후반 IMF 경제위기 이후 한국 사회를 뒤덮은 대량 실업과 해고, 노동 유연화 정책, 고용 없는 성장과 같은 현상들은 사회적 경제적 불안정성을 심화시켜 청년들의 활력과 생기를 꺾고 있다. 청년들은 새로운 삶을 어떻게 살아갈까보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자신을 유용한 인적 자원으로 만들고 남들을 효과적으로 밀어내는 기술을 연마하고, 자신을 최상의 상품으로 만드는 데에 온 힘을 기울이는 것처럼 보인다. 청년들의 글로벌 경험: 현실 회피책인가, 새로운 돌파구인가? 한국의 청년 세대가 졸업 이후 고용을 보장받지 못하며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미래를 상상하거나, 그를 위해 커리어를 쌓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123쪽 참조)에서 보면, 지금 “헬조선”을 살아가는 청년 세대는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는 노동자를 뜻하는 “프레카리아트”로 불려도 무방할 정도다. 청년들은 지금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의 삶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다른 삶을 찾아 해외로 이주하는 글로벌한 이동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 삶에 대한 열망, 가치부여, 사고의 경향, 실제 삶에서의 실천에 대한 고민을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서 보다 넓은 시야에서 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새로운 삶의 형태를 가능케 해준다. 배낭여행, 어학연수, 교환학생, 워킹홀리데이, 해외 자원봉사, 인턴십 등을 통해 수많은 한국 청년들이 다채롭고 다양한 글로벌 생활방식을 체험해온 것이 사실이다. 사람들은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삶의 형태를 접하면서 복수의 정답이 존재하는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주를 통하여, 무작정 한국인으로서 한국에서만 살아야 한다는 구속과 의무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진정한 삶을 대면할 수 있는 곳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주에서 오는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직면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쫓겨나다시피 한국을 떠나고 난 후 외국에서 겪는 새로운 삶도 결코 만만한 것은 아니다. 한국과 미국 사회에서 동시에 왕따를 경험하기도 하며(2장), 도피하듯 떠난 해외에서 신자유주의 노동 유연화에 따른 구조적 착취를 새로이 경험하거나(3장), 오랜 해외 거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법적 강제력이 불현듯 되살아나거나(4장), 불법 이주자 또는 그 자손이 되어 강제추방의 위험 속에서 목숨을 걸고 살아가는(5장)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 사회적 연대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기 이 책은 청년 세대를 무조건 옹호하지도 비난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한국 청년들의 글로벌 경험에 대해 거창한 미사여구로 포장하지도 않는다. 다만 불확실한 세계를 헤쳐나가는 한국 청년들이 어떻게 자신이 속한 사회를 이해하고 있으며 어떻게 저항하고 어떻게 미래를 기획하려 하는지, 그러한 가운데 자신의 삶 속에서 글로벌 경험을 어떻게 소화해내는지 성실하게 기록하고 추적해나간다. 인류학자들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독특한 글쓰기 방법, 즉 당사자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곰곰 성찰하고 되씹어보기, 당사자를 가르침과 설득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동등한 위치에서 바라보기, 구체적인 사례를 풍부하게 기록하기와 같은 글쓰기를 통해 현재 한국 청년 세대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실감나게 그려진다. 세련된 문구와 현란한 수사로 포장된 청년 세대를 다룬 다른 많은 책들이 결국에 현실에 다가가지 못하고 저자의 주장이나 선언, 때로는 윽박지르기에 그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이 책을 쓴 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