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질, 뜨개질, 바느질을 하노라면 마음이 푸근해져요.
자급자족하고 싶고, 내가 쓰는 물건을 어떻게 만드는지 익히고 싶어요.
양모를 직접 만드느라 양들을 키운 적도 있지요.
수직 옷감을 보면, 올올이 천을 짠 이의 손길이 스쳤다는 점을 마음에 담아주세요.
시간을 들일 가치가 있는 일이지요.
- 타샤 튜더 -
손으로 만드는 따뜻한 세상, 타샤의 리얼 핸드메이드 라이프
버몬트 숲속에 숨어 있는 오래된 보물 상자 같은 타샤의 집과 그곳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100% 핸드메이드 라이프를 맛깔스런 글과 매혹적인 사진으로 담아낸 책이 출간되었다. <타샤의 정원> 때 타샤와 손발을 맞추었던 토바 마틴과 리처드 브라운이 이번에는 타샤의 집에 렌즈 초점을 맞추어 그녀의 독특하기 짝이 없는 빈티지 라이프스타일을 내밀하게 소개한다.
19세기식 생활을 좋아해서 골동품 옷을 입고 골동품 가구와 그릇을 쓰고 무쇠 냄비와 장작 스토브로 요리하는 타샤는, 더 이상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옛날 도구들을 여전히 실생활에 사용하여 지금은 잊혀진 과거의 방식으로 일상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직접 만든다. 우울하게 지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는 이 부지런한 할머니는 잠시도 손을 쉬지 않는다. 조그만 아마씨는 3년이 지나 리넨 셔츠가 되고, 양모는 친구들과 손자들의 장갑과 양말이 되며, 닭털은 부엉이 인형으로 변신하고, 꿀벌 밀랍은 집 안을 환히 비쳐주는 양초가 된다. 그녀의 집에는 들판의 물푸레나무로 짠 바구니, 손바느질한 드레스, 허브로 만든 핸드크림 등 자연의 혜택에 감사하며 손수 만든 물건들로 가득하다. 타샤가 부지런한 손길로 빚은 것들은 집 안팎 곳곳에서 톡톡히 제 역할을 하며 빛을 발한다. 퀼트, 손뜨개, 물레질, 바구니 짜기, 비누 만들기, 애플 사이더 만들기, 베틀로 옷감 짜기, 드라이플라워 만들기, 인형의 집 꾸미기…… 타샤의 손길이 만드는 가슴 설레는 마법의 공간, 타샤의 집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은 그곳, 타샤의 집
“아, 집에 가고 싶다!”
누구나 하루 일과에 지쳐 쉬고 싶을 때면 집을 떠올린다. 우리에게 집은 그저 먹고 자는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깨끗한 부엌과 포근한 침실, 그 안에서 부대끼며 함께 일상을 만들어가는 가족까지가 모두 우리가 힘들 때 돌아가 휴식과 위로를 얻을 집의 범위에 포함된다. 그리고 나날의 일상에 시간이 더해가면 갈수록 집은 개인의 역사이자 추억이 머무는 공간으로 변신한다. 그렇기 때문에 삶의 매순간이 소중한 우리들에게 집 공간은 마음에 쏙 들게 꾸미고 싶은 소망의 대상이 되곤 한다. 그리고 여기 샘이 날 만큼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로 가득 찬, 집을 꾸미는 법에 도가 튼 할머니가 있다. 바로 타샤 튜더.
못도 쓰지 않고 옛날 방식으로 만들어진 타샤 튜더의 집은 마치 오래된 보물 상자 같다. 집 자체도 물론 아름답지만 집 안에선 진귀한 골동품들과 베틀과 물레, 각종 살림도구들, 쓰임을 알기 힘든 갖가지 도구들이 마치 장식품인 듯 벽에 걸려 있고 마땅히 있어야 할 위치에서 반짝인다. 집 안의 모든 물건들은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있고 그 모든 것들은 조화를 이루며 함께 어우러진다. 그곳에서 타샤는 오늘도 세상에 단 하나뿐인 보물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그녀가 만드는 보물은 모두 생활을 위해 쓰인다. 손뜨개질한 숄은 겨울철 손님들의 어깨를 따스하게 감싸주고, 정성껏 짠 바구니는 수확한 감자를 보관하는 데 쓰이고, 한 올 한 올 바느질한 드레스는 손녀들의 파티 의상이 되어주며, 나무를 깎아 만든 목각동물들은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고 직접 키운 허브로 만든 핸드크림은 정원 일에 지친 손을 달래준다. 생활에 불필요한 것들은 타샤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러나 생활필수품이라고 해서 대충 만들어지는 법은 없다. 모든 물건에는 화가 타샤의 타고난 미적 감각이 투영된다. 비스킷에 발라 먹을 버터는 반드시 섬세한 목각 틀로 찍어 손님상에 내놓고, 정원 일을 하며 입을 드레스는 19세기 방식으로 주름을 넣어 손바느질하고, 아들에게 줄 체크무늬 셔츠는 색 배합부터 디자인까지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따진다. 타샤의 손끝이 닿으면 생활은 어느 순간 예술이 된다.
물론 이 과정이 혼자만을 위한 잔치는 아니다. 타샤의 집에는 계절별로 필요한 시기에 친구들이 와준다. 베틀질, 도자기 굽기, 염색, 물레질, 양초 만들기, 비누 만들기, 바구니 짜기, 그녀의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도와줄 공예인 친구들이 와서는 지금은 잊혀진 전통적인 방식으로 물건들을 만든다. 친구들이 찾아온 날은 타샤의 집에 한바탕 축제가 열린다. 도움을 준 친구는 스토브로 구워낸 맛좋은 파이를 대접받고 타샤가 만든 드레스를 입고 헛간 무도회에 참석하는 특권을 누린다.
언제나 손을 쉬지 않고 뭔가를 만드느라 부지런한 하루를 보내는 타샤의 삶은 독특하다 못해 놀랍기까지 하다. 머나먼 동화나라의 이야기처럼 환상적으로 들린다. 나는 도저히 흉내도 내지 못할 것이라는 자포자기의 마음이 든다. 게다가 돈만 주면 쉽게 얻을 수 있는 기성품들이 도처에 널렸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드는 일이 현대인에게 가당키나 한 여유란 말인가. 하지만 사실 우리는 안다. 새로 산 어마어마하게 비싼 명품 재킷이 너무 좋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 전 엄마가 손수 떠준 낡은 스웨터를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기분을. 그리고 그런 마음이 집을 만든다. 그렇게 만든 물건에는 만든 이의 따스한 숨결이 녹아 있기 때문이리라. 시간 맞춰 배달 오도록 인터넷으로 생필품을 구입하고, TV 홈쇼핑으로 가족들에게 줄 생일 선물을 고르고, 주문한 치킨과 피자로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는 우리 삶이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한번쯤 손으로 만드는 기쁨을 누려보는 건 어떨까. 뜻하지 않게 삶을 바라보는 여유와 정신의 평화를 선물 받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