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누는 이 어두운 기운이
누군가에겐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오기를 바라며
“용서받을 수 없는 우울한 감정이 나를 괴롭히는 날이면
주체할 수 없는 충동에 집을 나와 한강으로 걸어간다.”
수많은 독자의 깊은 어둠을 어루만진
자기파괴적 우울의 세계를 담다
“견디는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은
매일매일이 정말 힘겨운 싸움이야.”
어떻게 감히 내뱉을 수 있을까? 나는 매일 죽지 못해 산다고, 언젠가는 자살로 생을 마감할 거라고, 열정적으로 사랑은 하지만, 언젠가 당신이 떠날 것에 마음을 준비한다고.
누구나 마음속에 깊은 어둠을 감추고 있다. 초라한 자신, 궁색한 마음, 낮은 자존감들을 애써 그럴 듯한 긍정적 문구와 감성으로 포장하고 드러내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잔잔한 위로의 글을 읽어도 채워지지 않던 묘한 감정을 특유의 우울감이 담긴 글로 건드리는 작가가 있다. 바로 신가영이다. GAZEROSHIN(가제로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신가영 작가는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 감히 드러내지 못하는 마음의 어두운 터널 속을 여과 없이 꺼내어 보여준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생각지도 못하게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았다며 공감한다. 몇 년간 그녀의 팔로워들이 기다린 글과 그림의 모음이 책으로 엮였다.
『그리 대단치도 않은 것들을 사랑하려』(2018, 도서출판 쿵)는 그저 저자가 쓰고 그린 글과 그림의 모음이라고 하기엔 어딘지 미안하다. 이토록 날것의 감정을 단지 어떤 기록의 합이라고 칭하기엔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총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유년기의 초상”이라는 제목 아래에 지난 작업의 흐름을, 2장은 “성장의 기록”이라는 제목을 달고 그녀가 그림만으로는 풀어내지 못한 상처와 사랑과 우울과 성장의 과정을 서늘할 정도의 솔직함으로 담았다. 3장은 “나아가는 시선”이다. 그 많은 상처와 경험 속에서 내린 삶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리 대단치도 않은 것들을 사랑하려』의 정식 제목은 『그리 대단치도 않은 것들을 사랑하려 (했다/한다)』이다. 김애란 소설의 한 구절처럼 “보통 사람”이 되려면 무던히도 노력해야 했던 자기 자신, 그렇기에 그리 대단치도 않은 것들을 사랑하고 또 그것들에 사랑받으려 했던 안쓰럽고 애틋한 노력을 “했다”라는 문장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이제 그 과정들을 지나 겨우 “보통”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것 같은 희미함이 “그리 대단치도 않은 것들을 사랑하려 한다”는 말로 표현되었다.
그리 대단치도 않은 것들에 휘둘려 흔들리는 독자들에게 이 책이 깊은 공감과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 대단하지 않은 것들을 사랑하려고 애를 썼던 것 같아.
내가 아닌 것들로부터 사랑을 갈구했어.
타인의 눈으로 틀을 만들었고, 나를 잃어가고 있었어.
정말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던 행동인 거야.
이제는 나를 보여주는 것에 겁을 먹지 않기로 했어.
감정들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많은 사람들이 햇빛을 받는 길을 걸을 때, 그림자가 져 있는 길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려주고 싶어.
같이 그 길을 걸을 때, 서로를 안아주자.
_ 본문 중에서
우울의 민낯이 주는 위로
우울의 민낯이 주는 위로. 그녀의 작업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저 우울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는 것만으로 많은 이들이 그녀의 그림과 글에서 위로를 받았을까? 저자 신가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 많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알아채는 것이다. 그 우울하기만 한 것 같은 삶 사이사이로 어떤 따뜻함이 흘러들고 있었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끝없이 낮은 자존감과 결국에는 이 행복 끝에 불행이 있을 거라고, 비참한 엔딩을 상상하는 그녀의 글과 그림에는 어딘지 모를 온화함이 있다.
삶이 부여하는 비극을 하나하나 걷어내며 기어코 사랑의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
그것이 바로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저자의 글과 그림에서 드러나는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