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고 꼬질꼬질한 것들의 역사
역사 연표에 가려진 이야기에 돋보기를 들이대다!
‘모른다’고 하기에는 뭔가 억울하고
‘안다’고 하기엔 확신이 서지 않는 애매한 상식들…
우리의 일상과 촘촘하게 엮인 역사의 실타래를 풀다!
우리나라 사람은 역사를 좋아한다. 역사책은 꾸준한 판매량을 보인다. 직장인들의 회식 자리에서 역사는 단골 메뉴다.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 본 것 같은 주제와 소재들이 그리 낯설지 않다. 하지만 애매하게 아는 것이 문제다.
『B급 세계사』는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하고, 안다고 하기에도 모른다고 하기에도 애매하며, 알아 두면 입이 근질거릴 55가지 흥미로운 역사의 장면을 담았다. 오늘날까지 우리의 일상과 함께하고 영향을 미치는 사물과 사건들이 어떻게 발생했고,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근현대와 중세, 고대를 종횡무진 오가며 ‘오늘’의 기원을 밝힌다. 가십거리는 물론 지적인 대화를 위한 도구로서도 매우 적절하다. 이 책을 통해 통사(通史)와 연표에 가려진 사소하고 꼬질꼬질한 역사가 가진 매력과 재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상식과 감성을 살찌우는 55개의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들
치즈버거에는 치즈가 있고, 치킨버거에는 닭고기가, 피시버거에는 생선살이 들어가 있다. 그러데 햄버거에는? 햄이 없다. 이유가 있다. 햄버거라는 이름이 ‘햄+버거’가 아니라 독일의 도시 함부르크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그럼 독일 사람들이 처음 햄버거를 만들었을까?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독일 북부의 도시를 중심으로 형성된 한자 동맹에 함부르크도 소속되어 있었다. 함부르크 상인들이 헝가리에 갔을 때 기묘한 음식을 접한다. 헝가리는 ‘훈족의 나라’라는 뜻이다. 유목민족인 훈족은 예부터 다진 고기에 양념을 섞은 육회 비슷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이걸 함부르크 상인들이 자기네 도시로 가져와 살짝 익혀 먹었다. 햄버거 패티의 기원이다. 함부르크 사람들은 이것을 타르타르 스테이크라 불렀다. 그런데 ‘타르타르’는 유럽 사람들이 몽골을 일컫던 말이다. 그러니까 타르타르는 몽골 병사들이 제국을 건설하면서 유럽에 전파한 음식이다. 오늘날 햄버거의 기원은 13세기 초반 칭기즈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B급 세계사』는 지금 우리가 쉽게 접하는 사물과 사건, 단어 등에 숨겨진 역사의 실타래를 풀고 있다. 왜 미국이 총기 소유를 허용하는지, 선글라스는 언제 어떻게 처음 만들어졌는지, 통조림과 샌드위치, 프라이드치킨은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 좌파와 우파의 기원은 무엇인지 등을 다룬다. 그리고 시시하고 사소해 보이는 이 이야기들 속에 수많은 역사의 우연과 필연이 겹쳐 있음을 밝힌다.
한 가지를 알면 수십 가지 상식이 딸려 오는 기묘한 역사책
탐정의 관점으로 사물과 사건의 기원을 밝히며 여러 시대를 오가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들은 단편적인 지식을 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역사를 보는 시각을 넓혀 준다. 사소해 보이는 사건에서 시작하여 점점 외연을 넓히며 확대되어 가는 구성이다. 그러다 보니 한 가지를 알면 그와 연관된 여러 가지 지식을 함께 접하게 된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효율이 높다.
『B급 세계사』가 가진 또 하나의 미덕은 이 책이 다루는 주제와 내용들이 우리의 현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먹는 것, 입는 것, 우리가 흔히 쓰는 말들, 세계의 유명 유적지와 문화유산, 시사적인 사건과 현상 등 너무나 친숙해서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들이 사실은 장구한 시간과 숱한 고민을 통해 탄생했음을 보여 준다. 때문에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게 만들고, 때로는 나 자신과 삶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재미라는 입구로 들어가서 사고의 폭을 넓히는 경험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사소하고 꼬질꼬질한 것들이 만든 장대한 삶의 역사
예부터 사람들은 강의 본류가 아닌 지류에 마을을 지었고, 이곳에서 만들어진 소소한 사건들이 모여 역사를 이루었다. 이 사소한 이야기야말로 역사를 이룬 원천 콘텐츠였던 것이다.
이 책에 스스럼없이 ‘B급’이라는 딱지를 붙인 것은 너무 위만 바라보지 말고 중간과 아래에도 관심을 갖자는 의도에서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것 중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깨알 같은 마음과 의지와 시간이 모여 ‘오늘’이라는 성을 이루었다. 그 성벽에 허락 없이 뿌리를 내린 풀 한 포기가 어쩌면 이 성을 지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상식의 범위를 넓혀 줄 뿐만 아니라, 삶의 디테일을 살펴보게 만드는 기회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