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기린을 잃은 나라, 그 운명은?
동양적인 세계관과 매력 넘치는 캐릭터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판타지 소설 ‘십이국기’ 시리즈. 그 여덟 번째 권 『황혼의 기슭 새벽의 하늘』이 출간되었다. 『황혼의 기슭 새벽의 하늘』은 왕과 기린이 부재중인 대국, 실종된 대국의 기린 다이키를 찾기 위해 각국의 왕과 기린이 모여 힘을 합치는 내용이다. 이로써 현재(2017년 1월) 일본에 출간된 ‘십이국기’ 시리즈는 모두 한국에 출간된 셈이다. ‘십이국기’ 시리즈의 새로운 이야기는 작가 오노 후유미가 집필중으로, 일본에 출간된 후 한국에도 소개될 예정이다.
『황혼의 기슭 새벽의 하늘』은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의 5년 뒤 이야기이자, 『마성의 아이』와 동시기에 십이국기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므로,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와 『마성의 아이』를 읽은 뒤 읽는 편이 좋다.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에서 다이키에게 선택받아 왕위에 오른 교소. 이제 나라가 안정될 일만이 남은 줄 알았는데,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출정했던 교소가 행방불명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린 다이키 역시 명식에 휘말려 모습을 감춘다. 대국 장군 리사이는 경국에 도움을 요청하고, 황폐해진 대국을 구하기 위해 고민하던 경왕 요시는 각국의 왕과 기린을 모아 사라진 다이키의 행방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어째서 하늘은 대국을 버리신 겁니까?”
십이국기 세계에는 하늘의 섭리라는 것이 있다. 섭리를 등지는 것은 죄이고 벌이 따른다. 그 섭리에 따르면 병사를 일으켜 타국을 침범하는 일은 크나큰 죄. 아무리 의도가 그 나라를 위한 일이라도 준제의 고사에서처럼 국씨가 바뀔 정도의 중대한 죄임에 변함없다. 리사이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경국에 도움을 청한다. 아무리 기도해도 하늘은 대답해주지 않는다. 유일하게 남은 하나의 희망에 모든 것을 건 리사이는 그만큼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하늘이 실존하고 현군을 통해 천의을 물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안 리사이는 무너져 내린다.
“리사이…….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어. 하지만 딱 하나, 지금 깨달은 바가 있어.”
“깨달은 바요?”
“하늘이 있다면 완벽하지 않다. 존재하지 않는 하늘은 과오를 저지르지 않지만, 만약 존재한다면 반드시 잘못을 저지르겠지.”
리사이는 의아한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하늘이 실재하지 않는다면 하늘이 사람을 구할 리가 없어. 하늘이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반드시 잘못을 저지른다.”
“그게…… 무슨…….”
“사람은 스스로를 구하는 수밖에 없다는 소리야, 리사이.”
본문 404페이지
하늘의 섭리는 이미 정해져 있고 앞으로의 일 역시 하늘은 알고 있다. 하늘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 뭔가 이룬들 그건 하늘의 덕분이지 자신의 힘이 아니다. 한계에 부딪히거나 불행한 일이 생겨도 그것은 하늘의 뜻이니까 어쩔 수 없다. 이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게 되지 않을까. 그것은 꼭두각시와 다를 바 없다. 하늘이 사람에게 토지와 작물을 준 것은, 그들이 하늘에 의지하지 않고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기뻐하고 슬퍼하면서 사는 모습을 원했던 까닭이 아닐까. 하늘을 원망하던 리사이에게 요시는 “사람은 스스로를 구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을 건넨다. 이것은 십이국기 세계에서 나고 자라지 않은 요시이기에 낼 수 있었던 답일 것이다.
각국의 왕과 기린 들이 힘을 모았지만, 여전히 대국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리사이는 더이상 군인으로서는커녕 한 사람 몫도 해낼 수 없고, 다이키 역시 평범한 사람에 불과하다. 왕이 행방불명된 마당에 두 사람의 힘으로는 요마 한 마리 해치우기도 힘들 것이다. 하지만 다이키는 타국에 의탁하기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나라를 되찾기로 결정했다. 앞으로의 길은 험난하겠지만 자신의 손으로 조국을 떠받치기로 결정한 이상 더이상 그들에게 두려운 것은 없다.
●현재까지 출간된 ‘십이국기’ 시리즈
0#마성의 아이
‘십이국기’ 시리즈의 프리퀄이라 할 수 있는 『마성의 아이』는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와 짝을 이루는 작품으로 미지의 존재로 말미암은 공포를 그린 학원 호러소설이다.
1#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십이국기’ 시리즈의 서막을 알리는 작품이다. 십이국기 세계에 오게 된 평범한 여고생이 십이국 가운데 하나인 경국의 왕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2#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
미숙한 기린이 왕을 선택하는 과정을 담은 십이국기 두 번째 이야기는 대국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기린과 왕의 탄생, 십이국기 세계의 근원인 봉산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3#동의 해신 서의 창해
안국의 연왕 쇼류가 즉위한 지 5년쯤 됐을 때의 이야기로, 나라의 재건과 국정 운영을 바탕으로 한 인물들 간의 갈등과 해결이 그려져 있다.
4#바람의 만리 여명의 기슭(상,하)
압정, 음모, 복수, 암살로 크게 흔들리는 경국을 무대로 자신을 잃고 강렬한 패배 의식에 휩싸인 세 소녀가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5#히쇼의 새
네 편의 단편을 통해 왕이 부재한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이름 없는 이들의 ‘오늘을 사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6#도남의 날개
오랜 시간 비워져 있던 왕좌 때문에 치안이 어지럽고 피폐해진 나라를 위해 봉산에 오르는 열두 살 소녀 슈쇼에 대해 그리고 있다.
7#화서의 꿈
기린이 쓰러지는 것은 바로 나라의 종언을 의미한다. 왕과 기린, 사람들의 이상과 갈등, 그리고 꿈을 그린 다섯 편의 이야기.
8#황혼의 기슭 새벽의 하늘
왕과 기린이 부재한 대국을 구하기 위해 각국의 왕과 기린이 한자리에 모였다. 『마성의 아이』와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의 뒷이야기.
●‘십이국기’ 시리즈의 특징
치밀한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 깊이 있는 이야기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십이국기’ 시리즈는 출간과 동시에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1992년 처음 소개된 이래 일본의 판타지 분야 정상에 우뚝 서 있는 경이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시리즈가 시작된 지 벌써 20여 년이 훌쩍 지났지만 ‘십이국기’에 대한 성원은 여전하다. BOOK OF THE YEAR 2013 소설 부문 1위를 기록하여 독자와 서점 직원, 전문가 모두에게 선택받아 저력을 과시했고, 아마존 재팬 Best of 2013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10위 안에 여러 권이 랭크되어 위세를 떨쳤다.
엘릭시르의 ‘십이국기’ 시리즈는 신초샤 신장판을 원전으로 하고 있다. 엘릭시르의 완전판은 작가 오노 후유미가 가필 수정을 거친 개정판 원고를 번역 출간한다. 미즈노 료의 『로도스도 전기』, 미야베 미유키의 『드림 버스터』 등 걸출한 판타지 소설의 일러스트를 담당해 90년대 판타지 소설 대표 일러스트 작가로 일컬어지는 야마다 아키히로의 새로운 표지 일러스트와 삽화가 고스란히 들어가 있으며, 온전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권두에 컬러 브로마이드로 넣었다.
『마성의 아이』 집필중 배경이 되는 또 다른 세계의 구상에 빠진 작가가 그 세계를 배경으로 집필한 십이국기 시리즈는 고대 중국 사상을 기반의 이세계(異世界)를 무대로 한 판타지 작품이다. 시리즈의 프롤로그이자 외전 격인 작품 『마성의 아이』가 1991년 출간되었고, 1992년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가 출간되며 대단원의 막이 열렸다. 치밀한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 깊이 있는 이야기로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900만 부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렸다. 2002년 인기에 힘입어 제작된 애니메이션은 십이국기의 붐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애니메이션은 첫 번째 에피소드인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