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학을 강렬하고 다채롭게 만나다
‘다시 읽는 우리 문학’ 시리즈의 첫 번째 주인공, 이상
그가 치열하게 써 내려간 소설 16편
한국문학사의 큰 별들이 남기고 간 대표 문학 작품을 작가별로 만나볼 수 있는 ‘다시 읽는 우리 문학’ 시리즈. 익숙하면서도 어렵고 멀게 느껴지던 한국 근현대문학 작품들이 강렬하고 다채로운 색감으로 재탄생했다. 이토록 문학적 개성과 특징이 뚜렷한 이들의 작품 세계는 아직까지도 수많은 독자와 평단으로부터 논쟁과 해석의 중심에 놓여있다. ‘다시 읽는 우리 문학’ 시리즈는 한국문학사의 불멸의 자리에 각인된 작가들의 작품들을 평론가의 해설, 주석과 함께 구성하여 독자들이 다시 한번 우리 문학을 조금 더 가까이 두고 읽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시리즈의 첫 번째 주인공은 「오감도」의 시인, 「날개」의 소설가이자, 오만과 천재성에서 비롯된 자의식과 일제의 식민지가 되던 해에 태어나 죽을 때까지 ‘근대’라는 화두와 부딪치며 살다 간 ‘천재’, ‘최초의 모더니스트’, 이상이다. 이상의 문학은 당대를 훨씬 앞지른 문체와 형식과 함께 강렬히 등장했다. 그의 파격적이고도 생생한 심리 묘사는 소설 속에서 혼란스럽고 어두운 식민지 시대가 낳은 개인의 깊은 고뇌를 표현하는 방식으로도 작용한다. 이러한 이상의 실험적이고 추상적인 문법은 기존과 다른 경향을 보여주며 그 당시로서는 수용 불가능하게 느껴졌지만, 여전히 그의 등장은 현대문학 사상 최고의 스캔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상 전집』에서는 읽을수록 신비하고 낭만적인 이상의 작품들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이상의 모더니즘 문학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시’부터 ‘소설’, ‘수필’까지
굳어진 예술에 저항하는 이단아
이상의 창조적 문학 세계에 주목하다
문학사에 빛나는 족적을 남긴 수많은 작가들 중에서도 이상은 유일하게 ‘천재’라고 수식된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상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그의 문학적 감각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유례없는 형태를 보여주는 이상의 시는 기존의 시작법을 파괴하고 일체의 전통과 기성가치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이상은 시를 조형적이고 시각적인 이미지의 형태로 그려내어 그야말로 시의 세계를 한 차원 더 높은 단계로 이끌었다. 또, 소설에서는 주관적 내면세계를 해부하여 현대인의 절망과 불안심리를 형상화함으로써 다시 한번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면모를 보이는가 하면, 수필에서는 어두운 식민지 시대를 겪으며 생겨난 작가의 내면심리와 고뇌를 조금 더 주체적이고 진솔하게 표현했다.
『이상 전집』은 모든 분야에 걸출한 이상의 작품들을 두 권으로 나누어 최대한 다양하게 담아냈다. 『이상 전집1』은 그의 대표작인 「날개」를 비롯하여 「12월 12일」, 「지주회시」, 「봉별기」, 「동해」, 「지팡이 역사」 등의 소설과 「황소와 도깨비」라는 짧은 동화로 구성했으며, 『이상 전집2』에서는 「이상한 가역반응」, 「오감도」, 「3차각설계도」 등 대표적인 시와 「권태」, 「슬픈 이야기」 등의 짧은 수필과 서간을 담았다. 특히 『이상 전집2』에서는 다소 난해한 시의 이해를 돕기 위한 ‘어휘 풀이’를 함께 수록하고, 이상이 의지하고 따르던 시인 ‘김기림’과 이상의 여동생 ‘김옥희’가 이상을 추억하며 쓴 회고의 글을 부록으로 담아 그의 삶의 단면까지 살펴볼 수 있다.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이자
온몸으로 새 세기의 빗장을 열고자 한
시대초월적인 모던보이, 이상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라는 유명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인 「날개」는 화자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기술한 실험적인 소설로 파격적이면서도 개인의 심리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이상의 대표적 작품이다. 이상은 어린 시절부터 그림, 문학 등 문예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이후 건축과 기사로 일했던 경험에서 영향을 받아서인지 그의 작품에는 기존 문학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더니즘 문학의 진경이 펼쳐진다. 기하학 기호의 난무, 건축과 의학 전문용어의 남용, 해독 불능의 구문으로 이루어진 시들, 악질적인 띄어쓰기의 거부. 당시로서는 이러한 전위적이고 해체적인 서술법이 당대를 훨씬 앞지른 정신분열적 언어의 파행이라는 엇갈린 평가도 있었으며, 그의 난해하고 추상적인 작품들에 대한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그러나 당대 사람들에게 모독당한 그의 문학은 후학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또한 한국문학사에서 유일하게 ‘천재’라는 수식이 붙는 최초의 모더니스트임에는 의심이 없으며, 문학사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인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그를 이루는 독특한 문학적 요소들은 오늘날까지도 끊임없이 연구되고 재해석되고 있다. 독자들도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이상의 작품을 다시 한번 읽어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