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밀실살인게임』의 작가
우타노 쇼고의 미스터리랜드 시리즈
사상 최초로 일본 ‘본격미스터리대상’ 2회 수상의 영광을 안은 ‘신본격 추리소설의 귀재’ 우타노 쇼고의 신작 『마왕성 살인사건』이 학산문화사에서 발간된다.
우타노 쇼고는 『벛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밀실살인게임』,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해피엔드에 안녕을』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서 지금 가장 각광 받는 일본 미스터리 작가 중 한 사람이다.
호시노다이 초등학교 5학년 1반 쇼타와 친구들은 탐정 클럽 ‘51분서 수사1과’를 결성했다. 그리고 마을 변두리에 위치한 악마의 소굴로 보이는 저택, 데오도로스 성(우리가 마음대로 붙인 이름)에 관련된 몇몇 수상한 소문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모험을 감행한다. 그 소굴(?)에 몰래 숨어든 그때, 갑자기 좀비녀(?)가 나타났나 싶더니 정원에 있는 가건물 안으로 들어가 감쪽같이 모습을 감추고 만다! 며칠 후, 여학생 신입 회원 두 명이 가세한 ‘51분서 수사1과’는 다시 성으로 잠입을 시도, 이번에는 가건물 안에서 유모차 남자(?)의 시체를 발견하지만, 그 시체도 이내 사라지고 마는데……. 역시 데오도로스 성에는 심상치 않은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당신이 읽고 싶었던, 당신의 아이에게 권하고 싶은 미스터리랜드’라는 슬로건의 미스터리랜드 시리즈.
우타노 쇼고의 『마왕성 살인사건』은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미스터리랜드 시리즈로, ‘책을 읽기 시작할 즈음의 나 자신에게 선물했으면 하는 책을 써 달라’는 미스터리랜드 기획 편집자의 요청에 작가 우타노 쇼고가 집필한 작품이다.
당시 ‘신본격 1세대’로 불리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던 작가 우타노 쇼고는 어른과 아이를 대상으로 한 소설로, 살인사건에 휘말려 든 초등학생 탐정 클럽 이야기를 선보이게 되는데, 그때 그의 많은 팬들은 이 작품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며 ‘추리소설의 입문서로 아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이라고 호평했다.
쇼각칸 아동출판문화상,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상, 코단샤 출판문화상그림책상, 스웨덴 아동소년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일러스트레이터 아라이 료지의 그림과 함께 감상하는 『마왕성 살인사건』. 이 작품은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미래의 꿈을 선사하는 미스터리랜드 시리즈의 대표작이 될 것이다.
작품 해설
김봉석(대중문화 평론가)
어린 시절이 지나가면 쉽게 흥미를 잃어버리는 것 중 하나는, 해답이 없는 수수께끼다. 오래 전 『새소년』, 『소년중앙』 등 어린이잡지에는 언제나 유령의 집, 세계의 7대 불가사의, UFO와 외계인 같은 진기한 이야기들이 등장하곤 했다. 결코 진실을 알 수가 없는, 그러나 끝없는 호기심을 자극하여 홀로 상상하며 보고 또 보곤 했던 기묘한 이야기들. 논리를 중시하는 미스터리에서도 그런 무한한 호기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셜록 홈즈 시리즈 중에서 『바스커빌의 개』가 유독 인기 있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우타노 쇼고의 『마왕성 살인사건』도 초자연적인 설정을 슬쩍 던져 준다. 유령이 나타난다는 수수께끼의 저택과 밀실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시체를.
도쿄 도심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신도시 호시노다이에는, 도시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존재했던 서양식 저택이 있다. 도심에 사는 나메도 씨의 별장이지만, 버려진 것도 같은 괴괴한 풍경과 낯선 느낌 때문에 아이들 사이에서는 기묘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 정원에 666구의 시체가 묻혀 있다, 여자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도호쿠에서 붙잡혀 온 아이들이 지하에 감금되어 있다 등등. 호시노다이의 초등학교 5학년 1반에 다니는 사토 쇼타와 KAZ 등 다섯 명의 아이들은 스스로 51분서 수사 1과라 칭하면서 각종 수수께끼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에게 이 기묘한 저택이 눈에 들어온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임 <레전드 오브 드래곤>에 나오는 데오도로스 성이라 부르며, 학교에서는 절대로 가지 말라고 했던 저택에게 아이들은 더욱 더 끌리게 된다.
본격미스터리대상과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에서 탁월한 서술 트릭을 선사했던 우타노 쇼고는 『마왕성 살인사건』에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정교한 트릭을 선보인다. 간단하면서도, 깔끔하고 멋진 트릭을. 데오도로스 성에 들어간 아이들은 밭 전(田) 자 모양으로 된 가건물을 보게 된다. 네 개의 방이 있고, 들어가는 문은 각각 바깥으로만 달려 있으며, 가구는 하나도 없고 벽에 그림이나 장식도 없지만 천장에는 멋진 스테인드글라스로 꾸며진 가건물. 그곳에서 아이들은 한 남자가 죽어 있는 모습을 본다. 선글라스를 끼고 손에 기묘한 문신이 있는 시체다. 그런데 잠시 바깥에 나가 있는 동안 시체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쇼타가 찍었던 디지털 카메라의 사진에서도 시체의 모습은 사라진다. 그리고 며칠 후 오사카에서 그 남자의 시체가 발견됐다는 뉴스가 나온다.
공간이동이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 게다가 아이들이 시체를 보았던 날, 그 남자는 오사카에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확인된다. 이쯤 되면 뭔가 초자연적인 현상이 개입되어야 하지만, 그렇다면 그것은 추리 소설이 아니다. 우타노 쇼고는 쇼타를 통해 하나의 퀴즈를 낸다. 유난히 걸음이 느린 일개미 앙코가 10센티미터를 2.5초에 달리는 번개 러너인 일개미 아리미를 이길 수 있을까? 그런데 앙코가 이겼다. 방법은? 해답은 책에서 보면 되고, 이 문제의 핵심은 이것이다. ‘우리는 우리끼리만 살아가는 게 아니다.’ 즉, 자신의 좁은 경험과 상식만으로 세상을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들은 수많은 편견과 선입견 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다 읽고 덮으면서 경탄했던 것은 나 자신의 선입견을 새삼 확인했기 때문이었고, 『마왕성 살인사건』 역시 논리적인 추리에서도 충분히 개입될 수 있는 편견과 선입견을 깨라고 말한다. 『마왕성 살인사건』은 본격 미스터리의 기본기를 충실하게 이행하면서, 논리적인 추리의 개념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하고 있다. 미스터리 소설이란 무엇인가를 심플하게 정리한 교과서 같은 작품이 바로 『마왕성 살인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