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난다의 >걸어본다< 세번째 이야기 번역가이자 예술가이자 에세이스트 박상미가 걷고, 보고, 쓰면서 온몸으로 관통해낸 정통 뉴욕 아이템 『나의 사적인 도시』 많이들 아시겠지만, 널리 들어들 아시겠지만 여기 ‘박상미’라는 이름의 매력적인 인물 한 명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물론 그 이름과 나란히 놓인 것이 ‘책’임을 짐작들 하실 거라 예견하거니와 제목을 밝히니 영어로는 ‘My Own Private City’, 우리말로는 ‘나의 사적인 도시’라 하겠는데요, 저라면 ‘사적’이라는 대목에 흥미를 가질 것도 같습니다. 지극히 ‘사적’이라는 것은 지극히 ‘특별’하다는 말로도 풀이될 수 있을 텐데요, 네, 저자 박상미의 신간 『나의 사적인 도시』는 뉴요커로 오래 살던 저자가 뉴욕에서 본 것, 느낀 것, 생각한 모든 것을 정리해나간 ‘진짜배기’ 뉴욕 이야기로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간 뉴욕에서 써내려간 블로그의 글 A4 700여 장을 다시금 가다듬어 출간한 책입니다. 저자는 서문 속에서 ‘자귀 짚다’라는 말을 언급했지요. 짐승을 잡기 위해 그 발자국을 따라간다는 뜻이라지요. “나라는 짐승은 무슨 먹이를 찾아 어떤 발로, 어떻게 걷고 있을까. 어떤 길을 다니고, 어떤 풀의 냄새를 맡고, 어디서 물을 먹으며, 가끔씩은 멀리 보기도 할까.” 자신이 쓴 글을 거슬러 되짚어보는 일이 바로 이 ‘자귀 짚음’이라면 이렇게 모은 글들 속에 저자의 미적 감식안이자 가치관을 엿보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삶이 곧 예술이고 예술이 곧 생활화되어 있음을 바로 알아챌 수가 있었는데요, 예컨대 이 책을 두고 “달이 있다는 것을 나만 모르고 살다가 어느 날 밤 달을 발견하고 흠칫 놀란 기분”이었다라고 앞서부터 소감을 말하자면 성급한 것이 되려나요. 그동안 나는 내가 누구보다 뉴욕을 사랑한다고, 나에게 뉴욕은 특별하다고 생각해왔다. 이것이 매우 특별한 일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에게 용산이 특별하고 누군가에게 베를린이 특별한 것처럼, 나에겐 뉴욕이 특별했다. 여기 그려진 뉴욕은 나만의 특별한 뉴욕이다. 그 안에서 내가 본 것, 내가 느낀 것, 내가 생각한 것은 모두 뉴욕이란 도시의 일부이고, 나만의 사적인 뉴욕이다. 사적이라 해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모든 일은 지독히 사적인 것에서 비롯하니까. _p10「서문」에서 책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두지 않고 내 하루하루의 삶을 솔직 담백하게 기록한다는 블로그의 거칠거칠할 수 있는 터프함은 그러나 생생하면서도 날것 그대로의 건강식이어서 엿보는 일만으로도 뉴욕의 문화적 근육과 살과 피를 이식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저자 박상미는 오랜 기간 뉴욕에 머물면서 문학, 미술, 패션 등 우리에게 미처 소개되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적 기운을 생동감 있게 불어넣어준 문화 전도사이기도 했습니다. 그간 저자가 번역한 책을 한번 볼까요? 『빈방의 빛』『이름 뒤에 숨은 사랑』『그저 좋은 사람』『어젯밤』『가벼운 나날』 등의 문학 서적들을 통해 에드워드 호퍼, 마크 스트랜드, 줌파 라히리, 제임스 설터 등을 소개했고, 『미술 탐험』『여성과 미술』『앤디 워홀 손안에 넣기』『우연한 걸작』 등의 미술 서적들을 통해 현대미술을 보고 현대미술을 읽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제시를 했으며, 『사토리얼리스트』『페이스헌터』『킨포크 테이블』『휴먼스 오브 뉴욕』 등의 문화 서적들을 처음으로 소개, 번역하면서 우리 삶의 질적 변모를 꾀하는 데 그 시초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번역자라는 가면 뒤에 특유의 그 ‘촉’을 숨겨왔지요. 아주 겸손되이 말입니다. 여기 한 예술가의 “지독하게 사적인” 뉴욕은 ‘거의 모든’ 예술가들의 도시다. 뉴요커의 미적 순례의 리듬을 따라 뉴욕의 갤러리들과 매력적인 거리들을 찾아다니고, 공연이나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고, 작은 가게에 들르거나 동시대의 스타일과 패션을 엿보고, 뉴욕의 한 모퉁이 방에서 책을 읽어본다. 그건 관람자의 장면이기보다는 예술가들의 삶과 죽음과 그들 작품과의 마주침을 ‘다시 마주치는’ 사건이다. 그 마주침의 언어들 속에서 발견하는 것은 예술가들을 둘러싼 흥미로운 정보만이 아니라, 예술가와 예술가 사이에서 화학적으로 발생하는 다른 세계의 공기이다. _이광호 추천사에서 『나의 사적인 도시』는 가르치려는 책이 아닙니다. 그저 절로, 그렇게 저절로 배울 수 있는 책입니다. 확연하게 보이지 않기에 단순하게 보는 것 이상의 ‘봄’을 저절로 따라해보게 되는 책입니다. “미술을 생활화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적은 무지가 아니라 아름다움을 향한 자신의 정당한 욕구를 남의 눈을 의식해 억압하는 것이다”라고 했던가요. 책에 등장하는 리처드 터틀, 뤼크 튀이만, 사이 톰블리, 이사무 노구치, 프란체스카 우드맨, 레이 존슨, 헨리 다거, 프란시스 베이컨, 보나르, 모란디, 프란시스 알리스, 월리드 베쉬티, 키타이, 아우구스트 잔더 등 매일같이, 쉴 틈 없이 ‘출몰’하는 여러 예술가들의 생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호기심을 자극할뿐더러 그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취향’을 알게 하는 자신만의 ‘안목’에 대해 재고해볼 여지를 줍니다. 게다가 한국에 소개가 전무한 엘리자베스 비숍이나 마크 스트랜드, 조 브레이나드, 로버트 크릴리와 같은 문인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수전 손택, 그레이엄 그린, 존 치버, 필립 로스, 앨리스 먼로 등 뒤늦게 한국에 소개되어 열풍을 일으킨 작가들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번역을 희망했던 일화 등등은 우리 영미 문학권의 새로운 계보를 그려낼 수 있는 저자만의 역량을 엿보게도 합니다. 헬무트 랭, 마틴 마르지엘라, 릭 오웬스, 폴 푸아레 등의 디자이너들을 말하면서 ‘뉴욕’과 뗄 수 없는 ‘패션’ 또한 언급한 대목들을 보자면 뭔가 큰 숲에 든 느낌이 들다가도 더욱 커져가는 호기심이 발동됨을 느낍니다. 이 나무 이름은 뭔가, 저 나무 이름은 뭔가, 증폭되는 미스터리. 그런 의미로 보자면 이 책은 한 덩어리의 미스터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데 키리코가 그랬다지요. “이 세상 어떤 종교보다 화창한 날 길을 걷는 사람의 그림자 속에 더 많은 미스터리가 있다”라고요. 예술에 미스터리가 없다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어떤 사람을 말해주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다.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어떤 행동을 반복해서, 생각해서 하다보면 결국 하나의 태도, 삶에 임하는 태도가 되는 것이다. 땅을 밟는 것이, 길을 걸으며 들꽃을 꺾는 것이 좋은 사람은 많이 걸을 것이다. 많이 걷다보면 걷는 것은 그가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태도요, 방법론이 된다. 자동차는 조금 덜 타고 조금 더 걷는 삶, 두 다리를 써서 생각하는 삶. 그가 말한 실수하기, 신뢰하기, 실패하기…… 모두 같은 맥락이다. 성자의 숭고함도, 인생 선배의 귀띔도, 바르게 사는 사람의 도덕률도 아니다. 작업을 하며 살아가는 한 작가의 ‘태도들’인 것이다. 실수에 열려 있고, 믿음을 잃지 않고, 실패에서 배우는. _p142「태도들」에서 포르노적으로 아무리 체조하듯 섹스를 해봐야,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처럼 에로틱한 건 세상에 없다. 톰블리의 그림은 에로스가 살아 있는 침대다. 서로 물고, 빨고, 씹고, 정성껏 핥아주는. 서툴고, 떨리고, 격정적이고, 냄새나고, 향긋하고, 짜고, 맛있고, 시끄럽고, 애틋하고, 감미롭고, 지극히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침대. 그 위엔 살과 피와 똥뿐 아니라 하늘도 있고, 구름도 있고, 바람도 있고, 바다도 있고, 죽음도 있다. 잘 보면 기가 막히고 가슴 무너지는 그림이다. _p124「살과 피와 똥의 에로스」에서 푸아레가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그가 여성들을 코르셋으로부터 해방시켰다는 사실 때문이다(대신 브래지어를 만들었다). 허리를 죄지 않는 편안한 실루엣의 드레스와, 판탈롱이란 헐렁한 바지를 디자인해 여성들의 활동을 편하게 했던 것이다. 하지만 푸아레의 관심은 실용성 자체에 있지는 않았다. 특히, 샤넬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남성적이고 스포티한 의상에 대해선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