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베테랑 파일럿이 들려주는 짜릿한 비행기 여행과
처음으로 공개되는 비행기 조종석에서 벌어지는 일들
우리가 여행에 대한 설렘으로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는 동안 조종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여행객들에게 비행기 조종석은 철저히 통제된 곳이자 비밀의 공간이다. 비행기를 타고 있는 동안 조종사를 볼 일은 거의 없기에 궁금증은 더하다. 조종사들은 도대체 어떻게 화장실을 가는 걸까? 열두 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을 할 때 졸음은 어떻게 참는 걸까? 배도 고플 텐데 식사는 어떻게 할까? 이런 단순한 의문에서부터, 비행기가 난기류를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할까? 뇌우가 번쩍일 때는 어떻게 안전하게 운항할까? 만 미터 상공을 나는데도 왜 호흡곤란이 오지 않는 걸까? 하는 좀 더 전문적인 의문까지 한 번 시작된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간 국내에서는 현역의 조종사가 직접 쓴 책은 출간된 적이 없었다. 그러니 이런 궁금증을 해결할 방법은 인터넷 지식인 검색이나 블로그를 뒤적이는 수밖에 없었다. 만 시간의 비행을 앞두고 있는 26년 비행경력의 베테랑 조종사가 이런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주기 위해 펜을 들었다. 그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시니컬한 유머로 가득하고, 조종사들 사이에서도 솔직하고 소신 있게 말하기로 유명한 인물이다. 비행기 조종실이라는 비밀스런 세계의 실체가 베테랑 조종사의 입을 통해 낱낱이 파헤쳐진다.
고소공포증 파일럿의 아주 특별한 비행 노트
조종사라는 직업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0.02퍼센트(약 1만 명)에 불과하다. 아주 특별한 직업이고, 그들에겐 우리가 모르는 은밀한 무언가가 있다. 누구나 어릴 적 한 번쯤은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은 꿈을 품듯이 조종사는 선망의 대상이자 로망이다.
하지만 비행기를 조종하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조종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준의 신체조건을 통과해야 하고, 오랜 기간 동안 까다롭고 험난한 비행훈련을 마쳐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탈락하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그러기에 파일럿은 ‘빨간 마후라’와 ‘윙’(조종사를 상징하는 날개 모양의 흉장)을 수여받는 그날부터 큰 자부심을 갖고 창공을 누빈다.
현역에서 일하는 파일럿은 보통 한 달에 20여 일을 하늘에서 보낸다. 비행기 안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범상치 않은 온갖 일들을 경험한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조종사의 특별한 비행 노트다.
저자는 공군조종사로 13년간 대한민국의 하늘을 지키다 대한항공에 입사해 13년째 비행기에 승객을 싣고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다. 스스로 혈액형이 소문자 a형이라고 말하는 겁 많고 소심한 그는 조종사이지만 고소공포증이 있는 독특한 인물이다. 지금도 무서워서 놀이기구를 타기 꺼려한다는 그의 고백에 웃음을 참을 수 없다. 그는 과연 어떻게 고소공포증을 극복하고 파일럿이 되었을까?
우리가 몰랐던 비행기 승무원들의 삶과 비행 이야기
그 비밀은 비행기라는 최첨단 기계에 있다. 그에게 금과옥조가 된 말은 한 나이 지긋한 교관이 들려준 “너의 비행기를 믿어라”였다. 그는 평소에 거침없이 솔직한 말투로 여성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곤 하지만, 비행기를 탈 때만큼은 누구보다도 친절해진다. 비행기와 하나이 되어 내 몸처럼 움직이는 기계와 호흡을 함께하는 것, 그가 고소공포증을 이겨낸 비결이다. 최고의 조종사가 고소공포증이 있다니 웃음이 절로 나지만, 그가 고소공포증을 극복해낸 사연에는 최첨단 기계를 다루는 테크니션의 인생철학이 묻어난다.
그는 자신의 성격답게 철없는 승객들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잊지 않는다. 조종사란 그 누구보다 비행기 안전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에 승객들의 사소한 부주의가 늘 안타깝다. 피지 섬에서 만난 한국의 스킨스쿠버다이빙 팀과 맥주를 한잔하면서, 이들이 비행기의 구명동의를 슬쩍했다는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자 그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래서 철없는 행동 하나가 귀중한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안전 불감증 승객들에게 비행기 안에서의 안전수칙을 알려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책에는 비행기의 이모저모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안전한 비행을 위한 지침이 꼼꼼히 담겨 있다. 안전벨트를 하지 않거나 이륙 전 전화통화를 하는 것이 왜 위험한지, 기내 흡연을 왜 삼가야 하는지, 비행기 창문에 왜 조그만 구멍이 나 있는지, 항공여행을 백배로 더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안전하고 즐거운 항공여행을 위한 수칙과 상식들이 재미있는 일화와 함께 실려 있다. 또 비행기가 번개를 맞고도 왜 안전한지, 만 미터 상공에서도 승객들이 자유롭게 숨을 쉴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왜 이착륙 때 창문 가리개를 올려야 하는지, 비행기 한 대를 띄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지 등등 우리가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비행기의 모든 이야기들을 담았다.
특히 올해 초 아이슬란드에서 화산이 폭발해 사상 초유의 비행기 대란이 발생했을 때 비행기 조종사로서 직접 겪은 경험도 소개했다. 러시아에 발이 묶인 채 오도 가도 못하고 13일 동안이나 호텔에서만 생활해야 했던 승무원들의 웃지 못할 일상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조종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바치는 하늘의 꿈
그렇다면 세계 곳곳을 누비는 조종사들이 여행을 떠날 때는 일반인과 무엇이 다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도 일이 아닌 여행으로 비행기를 탈 때는 일반인과 똑같이 가슴이 설렌다는 것. 항공사 직원이기에 할인 항공원의 혜택을 받지만, 좌석 예약이 되지 않는 티켓이기에 혹시라도 좌석이 없을까봐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여행이 시작된다는 것만 다르다.
저자는 사람들을 만나 삶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즐긴다. 그렇기에 친구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사귀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세계 곳곳의 사람들을 만나 친구가 되었다. 그의 이야기는 단지 파일럿이기에 가능한 일도 있지만,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참고할 만한 가슴 따뜻한 일화들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가족의 행복을 가장 큰 가치로 여기는 가장으로서 늘 가족과 함께하는 그의 일상은 가족 간의 유대가 느슨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지막으로 그가 사관학교를 다니던 시절, 조종사가 되기까지 겪어야만 했던 험난한 훈련 과정과 처음 흘린 사나이의 뜨거운 눈물, 그리고 첫 야간비행에서 경험한 황홀한 순간까지 비행기 조종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생생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젊은이들이여, 가족으로부터 존경받는 아버지, 훌륭한 남편이 되고 싶다면 다른 어떤 직업보다 조종사를 택하라”는 그의 당당한 충고가 부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