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국, 30가족, 600끼니, 그리고 1권의 아름다운 책
다른 나라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 <헝그리 플래닛>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간결하고 명쾌하며 생생한 응답이다.
각 장은 전 세계 24개국 30가족이 일주일 동안 소비하는 모든 식품을 늘어놓고 찍은 한 컷의 사진으로 시작된다. 이어서 일주일치 식품의 상세 목록, 지출하는 총 식비와 그 가족의 소소하면서도 파란만장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각각 사진 기자, 작가인 두 저자는 말리부터 부탄, 에콰도르, 그린란드까지 전 세계를 발로 뛰며 각 나라의 대표적인 한 가족을 찾아가 일주일간 함께 생활하면서 그 가족이 먹는 모든 음식과 삶의 현장을 총 265장의 사진과 맛깔스런 글로 담아내었다. 가공 식품이 수북한 미국 중산층 가정의 화려한 식탁, 흙바닥에 죽 냄비 하나 놓고 10명이 둘러앉아 먹는 수단 난민의 식탁, 대형 할인점의 요란한 진열대, 그림처럼 곱게 차려진 오키나와의 자연식…… 이 책은 지구촌 곳곳의 식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음식의 세계 지도’와 같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전 세계의 식탁을 비교해놓은 사진집이 아니다. 책의 진짜 매력은 그 사진들이 던지는 질문들에 있다. 왜 세계는 지금 60억 인구가 필요로 하는 충분한 식량을 생산하고 있음에도 굶주리는 인구가 10억에 달하는지, 어떻게 지구상에 영양 부족 인구보다 비만과 과체중에 걸린 인구가 더 많게 되었는지, 왜 소득이 높아질수록 건강에 해로운 음식의 소비량이 늘어나는지, 식사와 건강이 전쟁과 세계화 같은 문제로 인해 어떻게 변화하는지, 건강하게 살려면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인류학, 영양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저명한 학자들이 먹거리와 관련하여 생각해볼 만한 주제로 쓴 6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으며, 취재 과정에서 벌어진 재미난 에피소드를 소개한 ‘현장 노트’, 각 가족의 대표 음식과 ‘요리법’, 각 나라의 현 상황과 특징을 숫자로 비교해보는 ‘나라별 개황’ 등이 양념처럼 책 읽는 맛을 더해준다.
우리 삶과 매우 밀접한 먹거리의 현장을 다룬 흥미로운 사진 에세이로, 철저한 기자 의식과 사실에 입각한 취재 정신이 돋보인다. 먹거리에 관심 많은 엄마들, 세계 이슈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즐기기에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