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기획 의도 ◎‘시인 마광수’의 귀환 두둥, 두두둥둥…… 그가 돌아왔다. 마광수 교수가 시인으로 귀환했다. 그동안 한국 성(性)문학의 대명사라는 호칭 뒤에 감춰져 있던 마광수 교수의 시(詩) 세계를 신작 시집『모든 것은 슬프게 간다』에서 공개한다. 이제까지 교수나 소설가로 더 잘 알려진 마광수 교수는 알고 보면 시인으로의 역사가 더 길다. 1977년 『현대문학』에 「배꼽에」 「망나니의 노래」 「고구려」 「당세풍의 결혼」 「겁(怯)」 「장자사(莊子死)」 등 6편의 시로 박두진 시인에 의해 추천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1980년에는 처녀시집 『광마집(狂馬集)』을 출간했고, 1985년에는 문학이론서 『상징시학』을, 또 1989년에는 불후의 명작 시집인『가자, 장미여관으로』를 출간했다. 이밖에도 그동안 여러 시집을 출간해왔다. 이번에 책읽는귀족에서 출간된 마광수 교수의 신작 시집『모든 것은 슬프게 간다』는 이런 맥락에서 시인 마광수의 시적 작품 세계를 다시 한 번 조명해본다는 의미가 있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맛본 인생의 대선배인 마광수 교수가 이 시집에서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뭘까? 인생과 사랑과 연애에 대한 해학미로 표현되는 그의 시적 언어에서 우리는 ‘인생은 무엇인지’에 대한 오랜 숙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그의 시에서 행간의 의미를 통해 찾아낼 수 있다. ◎센티멘털리즘과 에로티시즘, 그 이중주의 하모니 이번 시집『모든 것은 슬프게 간다』는 시인 마광수의 문학적인 두 얼굴을 보여준다. 이 시집은 총 10장으로 나눠져 있는데, 전반부에선 시인의 센티멘털리즘적 문학 세계를 보여주며, 후반부에선 에로티시즘의 세계를 보여준다. 1989년에 출간된 『가자, 장미여관으로』에서 보여줬던 감수성과 서정성이라는 한 축과 인생에 대한 통찰력이 해학미로 무르익은 또 다른 한 축과 더불어 그의 장기(長技)인 에로티시즘적 축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이 시집의 10장인 「음란한 시」는 시적 언어의 은유와 상징성, 문학적 표현의 언어와 다큐를 분간할 자신이 없는 독자들에겐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마치 공포영화를 보고나서 현실 속에 그 공포의 대상이 실제로 있다고 믿는 관객이나 마찬가지처럼, 문학과 현실의 경계를 혼동하는 독자들에겐 ‘비추’이다. 하지만 ‘인생을 생각해보다’, ‘돈’, ‘외로운 우산’이나 ‘우리나라 국어 교육은 엉터리’ ‘박노해 시인과 야한 여자’ 등 그 어느 시집에서도 볼 수 없는 해학미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또 문학적 표현의 고유의 영역에 대한 자유와 시적 언어의 허용에 날개를 달아줄 오픈마인드의 여유가 있다면, 시인의 독자적인 시 세계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면 마광수 시인의 시 세계에서 독일 시인 에리히 케스트너의 시니컬한 미학적 쾌감을 느껴볼 수 있는 행운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외로운 우산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침에 비가 와서 우산을 들고 나갔다가 비가 그치면 돌아올 땐 어김없이 손이 허전합니다. 함께 나갔던 그 우산, 어디엔가 떨어져 있겠죠. 주인이 찾으러 올 때를 기다리며…… 사랑도 그런 거라네요. 사랑은 잊혀진 우산처럼 남겨져도 기다릴 줄 알아야 하는 거라네요. 당신, 그래도 사랑할 수 있겠어요? 우리나라 국어 교육은 엉터리 텔레비전으로 <수능 국어> 방송 강의를 보니까 이상화의 시 「나의 침실로」의 주제가 ‘조국 광복에의 염원’이라고 가르치더군 나는 참 웃기는 얘기라고 생각했지 「나의 침실로」나 내가 쓴 시 「가자, 장미여관으로」나 주제는 둘 다 똑같아 호텔 방 예약해 뒀으니 그리로 가서 신나게 섹스하자는 얘기야 다시 「나의 침실로」를 꼼꼼하게 읽어봐 내 말이 틀리다고는 못할 걸